외면말고, 읽고 이야기하고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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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말고, 읽고 이야기하고 만나라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06.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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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
한재각

올해도 반년이 지났다. 멸종을 향해 가는 탄소예산의 시계 속 모래는 더욱 줄었다. 그 사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쉬지 않고,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쏟아냈다. 그 결과로, 각종 국제뉴스로 그리고 국내에서도 피부로 접하듯,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현실화 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과 2021년 글래스고우 합의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은 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자고 결의했다. 2030년까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가량 줄이고, 2050년까지는 넷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도 수긍했다. 엄청난 도전이고 세상을 거의 통째로 바꿔야 할 변화지만, 그러고도 생존 가능한 미래를 지킬 기회는 겨우 동전 던지기 정도의 확률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망은 비관적이다. 세계 각국이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을 종합해보면, 세기말에 지구의 체온2.6도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노선이라던 1.5도는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가뿐히넘어선다. 지난 30년간 경고해왔지만, 오히려 기후위기 가속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과학자들의 목소리엔 절망이 가득하다. 그들은 기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고통스럽게 말하고 있다.

비슷하게 유엔환경계획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현재 상황에서 1.5도 목표를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다녀가고 윤석열 대통령이 환영하며 발표한, 연간 300만 톤이나 새로 배출할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획, 소위 울산의 샤힌 프로젝트앞에서 우리의 무기력을 생생하게 재확인한다.

차라리 거짓말이길 바라며 방문을 걸어 잠근 인터넷 세상도 기후위기 밖에 있지 않다. 누군가 이야기했듯, 마트 진열대 위에서 넘쳐났던 식재료가 귀해지고 가격이 폭등하고서야 도시에서 보호된 일상을 살아온 대개의 사람은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그나마 삶들을 지탱해온 수많은 인프라, 제도 그리고 관계들은 무너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낙담한 이들은 이제 사회의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 의미를 가늠해보려 애쓰기 시작했다.

삶을 가능하게 했던 일들, 즉 식량, 에너지, , 의약품 등 필수 재화와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따져보는 것이다. 그 참혹함을 외면하고 있을 뿐, 이미 가난한 국가들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리고 죽음과 파괴 속에서도 생존과 존엄한 삶을 지키려는 평범한 이들의 계속되는 투쟁을 발견하게 된다.

낙담과 냉소로 후퇴하기보다, 무기력과 외면에 맞서기로 하자. 작년 924일의 기후정의행진, 올해 414일의 기후정의파업에서, 수많은 이들이 끌어모아 놓은 희망을 믿어보자.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면서 생명과 삶의 모든 것을 갈아 넣고 있는, 화석연료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하고 이 총체적 위기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다 믿어보자.

녹색성장과 같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혹은 악의적 농담과 결별하고, ‘탄소중립이름 아래 책임을 미래로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다. 지금보다 더 적게 가져도 나눌 것이 많으며, 그래서 더 평등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해야 만질 수 있는 희망이다. 부정의하고 지속불가능한 체제, 그로부터 이윤을 뽑는 자본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에 기꺼이 맞서 싸우고자 용기를 내야 꿈꿀 수 있는 희망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 이대로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 그것을 외면하지 말라. 우리가 함께하기 위한 시작점은 그로부터 나온다. 기후위기를 읽고, 기후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후정의를 위해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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