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가격 덤핑에 충전소 업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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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가격 덤핑에 충전소 업계 몸살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6.1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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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흥덕구 A 대형 충전소 2년 전 개업 때부터 가격 대폭 할인 판매
영세 충전소들 경쟁하자니 출혈, 안 하자니 손님 뺏겨 매출 감소 불만
덤핑 경쟁 신탄진은 초토화, 최소한 상식선에서 가격 정해야 하지 않나

 

청주지역 가스 충전소가 내건 가격. 천차만별이다.
청주지역 가스 충전소가 내건 가격. 천차만별이다.

 

액화석유가스(LPG) 덤핑을 놓고 청주지역 충전소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한다는 명분과 가격을 너무 후려쳐 충전소 운영난을 가중시킨다는 반발 사이에서 결국 영세 충전소만 타격을 입고 있다.

청주지역 LPG 가격 경쟁은 2년여 전 흥덕구 신개발지구에 A 충전소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불붙었다. A 충전소는 대지 2500여 평에 주유기 12개를 갖춘 청주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커피숍, 세차장, 쉼터 등 편의시설을 갖췄고 공간이 넓어 운전자들이 이용하는데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그런데 A 충전소가 개업 초기부터 가스 가격을 대폭 낮춰 판매하는 바람에 시내 충전소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충전소는 개업 후 지금까지 평균 100원 정도를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초 결정되는 이 충전소의 6월 가격은 879.

 

싸게 파는 게 문제냐

 

싸다는 소문이 나자 가스를 충전하려는 운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물론 인근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일반 운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A 충전소 한 직원은 자유시장 체제에서 싸게 파는 게 뭐가 문제냐이윤을 적게 보고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로, 소비자에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직원도 많고 덩치가 큰 충전소를 운영하려면 매출을 많이 올려야 한다규모가 작은 충전소에 한 대 들어올 때 우리는 다섯 대 정도는 와야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충전소 주변에 내 건 플래카드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당국에 신고하는 바람에 붙였다 뗐다를 여러 번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거대한 블랙홀, A 충전소를 바라보는 다른 충전소들은 불만과 긴장감이 역력하다. 가격 경쟁을 하자니 출혈이 심하고 안 하자니 손님 뺏겨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충전소 대표는 대형 A 충전소가 문 열면서 평균 100원 정도 싼 가격을 들고나와 충전소 업계가 긴장했다처음엔 개업 초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덤핑이 지금까지도 지속되니까 타격이 크다고 비판했다.

 

장기간 LPG 가격 덤핑으로 청주지역 가스 충전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임차 충전소의 경우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장기간 LPG 가격 덤핑으로 청주지역 가스 충전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임차 충전소의 경우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카드 수수료 떼면 안 남아

 

특히 A 충전소와 가까운 충전소들은 완전 비상이다.

흥덕구에서 충전소를 임차해 운영 중인 한 대표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그 역시 자본주의 국가에서 싸게 파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장질서라는 게 있는데 최소한 상식선에서 가격을 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지난달에 A 충전소보다 60원 비싸게 받았다가 손님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이달에는 더 내렸다. 이 충전소보다 34원 많은 913원을 받고 있는데 카드 수수료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문 닫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간 폐업 충전소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A 충전소가 가격을 대폭 낮추고도 견디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다. 한 수 배우고 싶다.”

이 충전소에서 한 블록 떨어진 다른 충전소도 덤핑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충전소는 4원 더 적은 909원을 받고 있는데 법인 회사여서 그나마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 충전소 김 모 대표는 서울, 인천, 청주, 신탄진 등 전국적으로 충전소 10여 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탄진은 피 터지는 경쟁

 

김 대표는 신탄진에서 임차 충전소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도 덤핑으로 충전소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 자존심 싸움까지 더해져 850원에 파는 충전소가 여럿일 정도로 죽기 살기식으로 나오고 있다. .

한 충전소 직원은 “A 충전소가 청주에서 받는 가격은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거다. 그런데도 신탄진에서는 어떻게 저런 싼 가격으로 팔아 충전소 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덤핑으로 시장을 정리하고 독점체제로 가겠다는 전략일 것이라며 그러고 나면 어떤 이윤을 취할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A 충전소 직원은 ”(신탄진) 다른 충전소에서 덤핑을 먼저 시작했고, 더 싸게 판매한 곳도 있어 대응 차원에서 가격 경쟁에 들어간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청주 B 충전소의 한 대표는 LPG 당 이익을 15%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건비, 답례품 휴지, 적자인 세차장 운영비 등을 빼고 나면 답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는 ”20~30원 싸다면 이해하나 100원 안팎으로 값을 내려 손님을 훑는 바람에 다른 충전소까지 심각한 운영난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10여 곳을 운영한다니까 정유사 본사에서 얼마나 싼 값으로 공급해 주는지는 몰라도 A 충전소의 가격은 불가사의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일반 충전소를 폭리만 취하는 악덕 업주로 생각할까 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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