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간편식이라도 누가 나눠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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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간편식이라도 누가 나눠주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6.2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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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도교육감 ‘아침 간편식 제공’사업 두고 갑론을박
교사단체, 공무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 ‘업무부담’반대해
​​​​​​​도교육청 내년 시범사업 10개교 선정, 2026년 전면실시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아침 간편식을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교육청은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도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식습관, 아침 간편식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과 학교,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아침 간편식 제공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는 지난 15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건영 교육감의 공약인 ‘아침밥 제공’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는 지난 15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건영 교육감의 공약인 ‘아침밥 제공’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아침 간편식 제공은 윤건영 교육감의 공약이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들이 일제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이후 모두 폐기했다. 하지만 윤 교육감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약으로 채택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교육청은 내년에 10개교를 선정해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한 뒤 2026년부터 도내 모든 학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침을 거르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우유, , 과일 등 간편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시가 올해 10개교에서 아침 간편식 제공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학교는 10개교 가운데 단 3곳에 불과했다.

사업을 실시하는 3개교 또한 담당 교사 및 학교장들이 간편식을 데워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이 사업이 교사들의 부담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당장 충북교사노조는 이 사업에 대해 반발했다. 교사노조는 도교육청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 교사들이 학생에게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는 등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충북교사노조는 13일 성명을 통해 아침 간편식 사업을 추진하려면 애초 계획대로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새벽 배송업체를 통해 가정에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설명했다.

 

예산은 어떻게 마련되나

 

도교육청은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충북도지사도 아침밥 제공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무상급식 분담금을 놓고 해마다 비율 논쟁을 벌이는 양 기관이 아침 간편식을 두고도 이견이 생길 우려가 다분하다.

도교육청은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으로 2026년까지 84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전체예산 중 약 25%20억원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자체 등에 요구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답을 듣지 못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 또한 아침밥 제공사업에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 153개 단체는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아침 간편식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아침 식사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을 와해하고 보호자의 역할을 경제적인 책임으로 국한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가정교육은 학교 교육보다 더 정서적으로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가질 수 있음에도 식사를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펼치는 사업은 포퓰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한 설문에 제시된 간편식은 대부분 가공식품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아침 간편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메뉴의 한계로 오히려 편식을 유발하고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저해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학교 현장에서도 탄소 줄이기와 채식 급식 등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완제품 형태의 간편식 제공은 반환경적이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아침 간편식 제공에 따른 업무 가중을 지적했다. 아침 간편식 사업을 위탁으로 진행한다 해도 수요조사부터 마무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위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교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어떤 고려나 대책도 없이 업무강도를 높이는 정책은 결국 학교 현장을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윤 교육감의 이번 사업은 내부 의견 수렴이 전혀 안 됐다. 결국 초등학생부터 0교시 부활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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