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앞장서서 방류 반대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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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앞장서서 방류 반대라더니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6.2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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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어제의 콩이 오늘은 팥이 되는가’
2021년, 조태용‧김기현 발의 국회 결의안 통과시켜
두 달 전 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도 건의안 채택
열일곱 명 중 열한 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물 건너간 셈’이다. 사진은 5월 8일, 청주 청남대에서 열린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진=충청북도의회
열일곱 명 중 열한 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물 건너간 셈’이다. 사진은 5월 8일, 청주 청남대에서 열린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진=충청북도의회

 

한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카피가 유행했지만, 정치도 움직인다. 오죽하면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을까? 여론을 살피며 좌고우면(左顧右眄), 슬금슬금 움직일 때도 있지만 순식간에 돌변할 때도 있다. 중앙정치의 득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당론이 정해질 때 그렇다. 대통령의 한 마디 때문에 어제의 콩이 오늘은 팥이 되기도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정치권의 대응도 그렇다.

20216,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은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문은 결연했다.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하여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략)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해당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조태용 안보실장이 대표 발의

2년 전이니, 잉크도 채 마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당시 의원은 현재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다.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도 공동발의에 앞장섰다. 물론 그 새 대통령이 바뀌었다.

2년 전으로 갈 것도 없다. 불과 두 달 전에 전국의 시도의회 운영위원장들이 모여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및 수산분야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긴급 채택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의장단협의회 안건으로도 상정했으나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41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 건의안을 제출한 의원은 송영훈 제주도의회 운영위원장이다. 당시 송 위원장은 안전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다 생태계와 인류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행위라며 건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송영훈 위원장은 충청리뷰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두 명 정도가 염려를 나타냈지만, 회의에 참석한 운영위원장들이 대부분 공감했다표결에 부칠 필요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송 위원장의 건의안은 2021722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과 2022722일 도쿄전력 오염수 정식인가 결정에 따라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가 임박한 상황에서 17개 시도의회가 공동 대응하기 위해 긴급안건으로 제출됐다.


어느 집단도 방류 찬성 없는데

다음 절차는 58,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에 공식 안건으로 제출해 처리하는 것이었다. 회의는 예정대로 청주 청남대에서 열렸다.

이날 협의회에는 지방의회 의원 의정비 지급 관련 조례개정 건의안 지방발전을 위한 광역철도 운영비 국비 부담 대정부 건의안 강원특별법 전부개정 신속 입법 촉구 건의안 등 모두 열네 건의 안건을 상정해 열세 건을 처리했다. 처리를 보류한 단 한 건이 바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및 수산분야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이었다.

황영호 충청북도의회 의장은 협의회가 열리던 시점에 후쿠시마 시찰단과 관련한 논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시도의회가 먼저 반대라고 결정을 내려버리면 나중에 처지가 애매할 수도 있어서 결정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어느 정치집단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한다고 손을 든 곳은 없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환경단체, 전문가 일각의 주장마저도 괴담으로 치부하며 사실상 방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열일곱 명 중 열한 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물 건너간 셈이다.

황영호 의장은 다음 협의회에서 논의하자고 보류했지만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도의회 의장들의 논의기구라는 상징성도 있고 대통령실과 관계기관에 논의내용이 전달되고 답신이 오기도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영남 민심마저도 심상치 않아

충북도 도의회를 비롯한 모든 시군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례적으로 612일 충주시의회가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사흘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철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이 반면교사가 돼 민주당은 두드리고 국민의힘은 문단속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청주시의회는 629, 한동순(민주당) 의원이 낸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국민의힘 스물두 명, 민주당 열아홉 명, 무소속 한 명이다. 287로 민주당의 숫적 열세가 뚜렷한 충북도의회는 이상정(민주당) 의원이 6235분 자유발언을 하고,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제주와 호남에서는 결의안 채택이 잇따르고 있다. 영남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이지만 바다와 접한 지역이어서 당론을 거스르는 이탈이 관측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IAEA 국제기준을 준수하지 않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방류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부신시 기초의회 열여섯 곳 중에 기장군·동래구의회 등 여섯 곳은 결의안을 의결했다. 울산도 기초의회 다섯 곳 중 세 곳이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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