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인쇄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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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인쇄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6.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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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청주시 사업소로 있는 한 청주의 ‘직지’밖에 안돼
“대한민국이 금속활자 발명국 우수성 알리려면 국가가 나서야”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자랑 중 하나는 금속활자 발명국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현존하는 세계 最古의 금속활자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다.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직지 마지막 장에 간행 연도와 장소가 명확히 나와 있어 우리나라가 금속활자 발명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85년 청주시 운천동 택지개발단지 조성 중 흥덕사지가 확인되자 충북도는 이 곳을 사적 315호로 지정하고, 1992년 3월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개관했다. 이후 나기정 전 청주시장은 직지관련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박물관의 청주시 이관을 요청했다. 박물관은 1994년 8월 1일 충북도에서 청주시로 이관된다.

직지와 금속활자를 연구·전시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고인쇄박물관은 올해 31주년을 맞이한 중견 박물관이 됐다.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은 노력 끝에 2001년 9월 4일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켰고, 2004년 4월 28일에는 유네스코 직지상을 제정했다. 그 외 청주직지문화특구 조성, 금속활자전수교육관 개관, 근현대인쇄전시관 개관 등의 일을 해왔다. 또 시민들에게 직지를 알리기 위해 직지문화제를 열고 있다. 직지문화제는 과거 직지축제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위상 낮은 고인쇄박물관
 

그러나 고인쇄박물관의 위상은 낮다. 이 박물관은 직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금속활자 발명국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청주시 사업소에 불과하다. 그래서 하루빨리 국립박물관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고인쇄박물관이 청주시 사업소로 있는 한 직지는 청주시민들의 직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고인쇄박물관은 몇 군데 시설을 운영하고 20년 동안 직지관련 축제를 해왔으나 외지인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청주시민들만 모이는 지역축제가 됐다.

청주시의 전체 예산과 인력 또한 적어 박물관에 투입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도 한정돼 있다. 현재 고인쇄박물관에는 사무직 27명과 관리요원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학예직은 6명이고 1년 유물구입비는 5000만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물관은 근근이 운영된다.

이범석 청주시장과 차영호 고인쇄박물관장 등은 지난 4월 8~15일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마련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 개막식에 초청됐다. 이 시장은 여기서 직지 원본을 눈으로 확인하고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귀국해서 “앞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직지 원본을 청주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영호 고인쇄박물관장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장과 독일의 구텐베르크박물관장으로부터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느꼈다. 직지는 세계인들이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는 직지를 포함한 유물이 한 번 전시되면 3년 동안 수장고에 들어간다고 한다. 직지 원본의 국내 전시는 3년 후에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차 관장은 또 박물관의 위상과 관련해서는 “국립박물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왜 직지에 관심이 없나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직지 원본 전시 때 청주시가 공식 초청된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별 얘기가 없다. 수많은 국제행사 중 하나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이 때문에 청주시민들은 정부가 직지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2005년 개정된 인쇄문화산업진흥법 총칙 제3조 2항에 의하면 “국가는 우리나라 인쇄문화의 전통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직지와 관련해 문화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거의 20년이 되도록 방안을 강구한 게 없다.

직지PD로 유명했던 남윤성 전 청주MBC 편성제작국장은 인쇄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국가가 금속활자 발명국 코리아의 직지기념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열린 ‘직지아카데미’에서 “우선 고인쇄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전환해 위상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 학자들이 1990년대 말부터 금속활자 발명국 코리아를 전면 부정하고 자신들이 발명국이라는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한국 학자들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구텐베르크에게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지관련 국가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인쇄박물관이 청주시 사업소로 있는 한 발전 가능성은 낮다. 직지의 세계화도 요원하다. 또한 직지의 전국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청주시는 고인쇄박물관의 국립화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가 금속활자 발명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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