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합작에 충주‧제천, 배(船) 빌려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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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합작에 충주‧제천, 배(船) 빌려주나
  • 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07.0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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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아직 초격차 유지…롱바이 충주에 투자
핵심 광물 공급망 중국이 장악…우리에게도 이익
통런탕(同仁堂) 자본, ‘韓 약재 생산’ 협업도 가능
제천국제한방천연물엑스포 국제행사 등급심사中
중국의 제조업 기반이 급변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한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차선출해’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제조업 기반이 급변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한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차선출해’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까지 새만금개발청이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배를 빌려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른바 차선출해(借船出海)’였다. 이 말의 유래는 배를 만들어 바다로 나가는 것은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가는 것만 못하다(조선출해불여차선출해, 造船出海不如借船出海)”였다.

이런 이야기의 배경은 미중 무역 갈등 등이 벌어질 경우 중국에서 직접 미국이나 유럽 등 친서방으로 나갈 수 없으니, 한국이라는 배를 빌려서 쓰면 이 장벽을 피해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이해하는 중국 기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제조업 기반이 급변하고, 중 무역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중국은 멀리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까지 생산기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니 가깝게는 한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차선출해전략을 쓰려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새만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단지에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부지를 찾고 있다.

특히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인해 해외 이주 희망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에 대비한 부동산 프로젝트 등은 여전히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현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천 송도나 청라, 영종지역과 제주도의 부동산 매입 가능성은 여전하다.


롱바이, 충주산단에 1조 투자


최근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은 한국 공장설립을 위해 5조 원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부분은 새만금 등 연안 지역이지만 2021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이차전지 소재 업체 롱바이가 충주 메가폴리스산업단지 안에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2021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이차전지 소재 업체 롱바이(한국법인 제세능원)가 충주 메가폴리스산업단지 안에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2021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이차전지 소재 업체 롱바이(한국법인 재세능원)가 충주 메가폴리스산업단지 안에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롱바이(용백과기, 容百科技, 한국법인 재세능원)’20149월에 만들어져 10년이 채 되지 않은 기업이지만, 20197월에는 중국 A증시에 상장해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 창의력기업 TOP50에 들었고, 지난해에는 중국 배터리 연합회가 선정한 배터리 10강 기업에도 선정됐다.

다만 주가는 1년 전에 154.39위안까지 올랐지만, 올해 630일 폐장가는 54.27위안까지 떨어졌다. 주가 총액은 2447600위안으로 우리돈 44431억원 정도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한국 투자는 쉽사리 끝날 분위기는 아니다. 중국기업의 대부분이 한국에 투자처를 찾기 위해 당진 등 북부부터 새만금, 여수·광양, 부산, 경북의 연안 지역을 찾는다. 물류가 편리한 지역이 우선이고, 시너지가 가능한 화학, 기업들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투자이유 알면 유치 방향 보여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중국으로 수출하던 상품들이 초격차를 유지해 경쟁력을 연장하고, 새로운 수출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중국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2차전지 등 배터리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 이차전지가 가진 기술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 직접 한국으로 뛰어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국내에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일진, 셋방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산재해 있다. 기술적으로도 아직은 중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고, 업력도 풍부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실행하면서 중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힌국은 우회처가 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올해 기준)을 조달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차전지에 주요 원료인 리튬·코발트·망간 등은 물론이고 희토류 등 이차전지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차전지 사업은 오염 요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륙 지역이 무작정 유치에 힘쓰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역에서 기존에 강세를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유치하되 선택해야 한다.

현재 이차전지 밸류체인은 양극재나 음극재 등 소재부품 제조기업, 믹싱, 전극, 조립 등 공정장비 제조기업과 이를 바탕으로 완성품을 만드는 완성전지 제조기업 등이 있다. 이번에 충주에 투자하는 롱바이는 양극재를 주로 만드는 소재부품 제조기업에 속한다. 현재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이차전지, 반도체 등 앞서 말한 차선출해 전략에 필요한 기업이다.


바이오제약 분야 경쟁력 필요


반면에 충북 등 내륙 지역이 향후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투자유치 분야도 있다. 향후 바이오 생명 분야는 중국에서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분야다. 특히 충북은 임업 등 생물 바이오 쪽으로 육성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고려인삼으로 익숙한 한국의 생약 자원 가치를 중국도 모를 리 없다.

통런탕(同仁堂), 티엔스리, 코프코 등 중국 내 천연 제약기업들은 한국과 협력의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미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생약 중심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통런탕(同仁堂), 티엔스리, 코프코 등 중국 내 천연 제약기업들은 한국과 협력의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미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생약 중심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또 통런탕(同仁堂), 티엔스리, 코프코 등 중국 내 굴지의 관련 기업들이 한국과 협력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미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생약 중심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 내 생약 생산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전통 생산하는 지역은 윈난, 쓰촨, 동베이 지역 등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자연조건과 생태조건으로 인해 양질의 약재 생산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밭작물이나 임업 개발이 거의 멈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중국이 필요한 생약재를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품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된다면 상당히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특히 현직에서 벗어나는 신중년들을 이런 일자리에 투입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생산 효과는 물론이고 인구 유입 효과도 있지만, 이런 기획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충북은 오송바이오단지를 비롯해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바탕을 갖고 있다. 정부도 20204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가시적인 흐름은 뚜렷하지 않다. 그러는 사이에 시장은 대부분 중국에 쏠리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중의약 제품 해외수출은 한화 4조 원 규모로 20061.18조 원에서 약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중 식물추출물 2.24조 원, 중약재 및 음편 1.27조 원, 중성약 0.27조 원 등이다.

한국에서 나오는 각종 생약제는 그 품질뿐만 아니라 안전성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홍삼 제품이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분야는 KT&G가 주도하는 상황이라 지자체의 이익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약재 가운데 신장 또는 윈난 고산지대나 열대성 동물성 약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에서도 생산할 수 있고, 그 품질도 뛰어나다.

이런 분야의 경우 한국만의 독자적인 사업도 가능하지만, 분야별로 한중 협력을 통한 투자유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가령 중국 통런탕 같은 대기업이 자본 투자, 가공, 유통 등을 맡고, 한국이 생산, 관리 등을 맡는 방식의 협업도 가능하다.

이런 분야의 경우 결과물까지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나 농협, 산림조합 등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지역은 인구 유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숙제도 해결하게 된다.


제천 2010년부터 한방엑스포


생약재 생산유통과 관련해 단연 주목을 받는 지역은 충북 제천시다. 2010년 시작한 한방바이오엑스포를 한방바이오박람회로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도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2025년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가 국제행사 정책성 등급 조사 대상 사업에 올라 국제행사 지위를 인정받았다.

한국 내 한방천연물 생산과 관련한 대표도시는 충북 제천이다. 사진은 2022년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한국 내 한방천연물 생산과 관련한 대표도시는 충북 제천이다. 사진은 2022년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충북도와 제천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는 한방엑스포에 대한 정책성 등급 조사를 완료한 뒤 7월 중에 국제행사로 승인할 예정이다. 정책성 등급 조사는 국제행사에 투입할 국비 규모를 정하는 절차로, 기재부는 국제행사를 A~C 등급으로 분류해 국비 지원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공익성, 우수성, 지역주민 여론, 계획의 적정성 등으로 나누어 평가하는 정책성 등급 조사에서 한방엑스포가 A등급을 받으면 자체 사업비와는 별도로 총 사업비의 30%까지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20259월 제천 왕암동 한방엑스포공원에서 열리는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는 매년 열리는 한방엑스포(박람회) 중에서 2010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국제행사로 열리는 것이다. 지난 2010년에는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2017년에는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로 개최한 적이 있다.

●조창왼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보건의료가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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