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권 전문대 ‘멸종 깃대종 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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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권 전문대 ‘멸종 깃대종 되지 않을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7.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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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 경쟁대학 총장 영입, 구성원 반발 오래갈 수도
보과대- 박용석 전 총장의 귀환 “정상화까지 무보수로”
충청대는 신임 총장 선임으로 학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보과대는 5년 전 물러났던 오너 박용석 총장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취임식에서 총학생회장이 박 총장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충청대는 신임 총장 선임으로 학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보과대는 5년 전 물러났던 오너 박용석 총장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취임식에서 총학생회장이 박 총장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신입생이 줄면서 대학이 힘들이진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진짜 힘든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 고3은 그래도 45만 명 정도지만, 2022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25만 명도 되지 않는다.

똑같이 힘든 것 같지만 더 힘들고 덜 힘든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생태계의 깃대종처럼 대학에도 멸종(폐교)’의 신호를 주는 깃대종들이 있기 마련이다. 신입생 충원율이 그 지표다. 국립보다 사립이 더 크게, 더 빨리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도시 외곽이나 군() 지역에 있는 전문대학들이 먼저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청주의 양대 전문대학인 충청대학교(이하 충청대)와 충북보건과학대학교(이하 보과대)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운데 2023년 들어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충청대는 오너 총장이 이사장으로 2선 후퇴하고, 보과대 총장을 새 총장으로 선임했으나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보과대는 5년 전에 물러났던 오너 총장이 다시 돌아와서 무보수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학내 반발은 감지되지 않는다. 두 대학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장녀 오경나, 총장서 이사장으로


충청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충청대 이사회는 331일 긴급이사회를 열어서 고() 오범수 설립자의 장녀인 오경나 전 총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고, 신임 총장에는 송승호 전 보과대 총장을 임용하기로 했다. 송승호 신임 총장이 불과 며칠 전까지 경쟁 학교인 보과대 총장이었다는 점에서 학내는 들끓었다. 급기야 74일에는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직원협의회, 조교협의회까지 학내 여덟 개 단체를 망라하는 충청대정상화추진범연대가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범연대는 발대식에서 대학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을 망라한 연대기구를 만들었다오경나 전 총장은 사퇴하고 송승호 전 보과대 총장은 충청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41일부로 선임한 총장을 전 보과대 총장이라고 호칭함으로써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실제로 충청대 홈페이지에는 711일까지도 총장의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않고, 인사말도 형식적으로 여덟 줄만 형식적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충청대 관계자 Q씨는 송승호 총장이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청주산업단지 안에 있는 학교 유관시설로 오경나 이사장과 함께 출근하면서 기본적인 결재만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Q씨는 또 오경나 이사장의 인맥이 매우 한정적인 게 문제다. 총장 시절, 협의회에 나가서 만난 사람들이 전부이다시피 하다. 송승호 총장도 거기에서 만나 친해진 것으로 안다. 오 이사장의 동생인 오경호 전 이사장이 201010, 학원자산을 이용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학원공금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로 학교 운영을 독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경호 전 이사장은 이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충청대 홍보실 관계자는 범연대가 처음에는 송 총장이 보과대에서처럼 구조조정할 것을 염려했다. 또 이사회의 선임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과대 총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존심 문제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송 총장이 취임식을 하고 학교로 입성하는 날이 언제일지는 불투명하다.


5년만에 돌아온 박용석 총장


박용석 보과대 총장도 201812, 학교를 떠날 당시에는 불미스러운 꼬투리가 있었다. 내부고발 등으로 인한 교육부 감사로 중징계 요구가 내려지자 먼저 사임서를 내서 이사회가 해임하는 형식이었다. 교수이기도 했던 박 총장은 5년 전 이사회로 가기 위해 교수에서 퇴임했고, 626일 무보수 전업 총장으로 복귀했다.

박 총장은 충청리뷰와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 없는 사립대는 자구책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길이 없다.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그 지표다. 학교가 정상궤도 오를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총장은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구성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청주대와 마찬가지로 보과대도 오너 총장의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만큼 학교의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박용석 총장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박 총장은 구성원들 중에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지역사회와 더 밀착해서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92년 첫 신입생을 받을 당시의 보과대는 공업계열 중심으로 교명은 주성전문대였다. 2000년대 들어 박용석 총장의 부친인 박재국 전 이사장이 학교를 인수했으며,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보건계열 중심대학으로 변모했다. 현재는 박 총장의 고모부인 정상길 전 치과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용석 총장은 보건계열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공업계열의 부활 없이 보과대의 부흥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 총장은 지금은 보건계열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공학과 예체능, 인문사회지만 점점 위축되고 있다공학계열은 몸을 써서 하는 일이라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취업에도 유리하고 초봉도 보건계열보다 훨씬 높다. 앞으로 공학계열 재건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보과대는 2024년도에 시대변화의 추세에 걸맞게 새로운 학과 신설도 준비하고 있다. 성인들의 재취업 발판을 마련하는 평생직업교육과’,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뿌리산업을 육성하는 스마트융합기계가공과’, 학교 주변에 만드는 반려동물센터를 바탕으로 반려동물문화과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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