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지니 움직여…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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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터지니 움직여…사후약방문”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7.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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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몸 단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충북 국회의원들
도민들, 단체장과 정치권 신속 피해복구 약속에 ‘사고예방이 먼저’ 비판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운데)와 황영호 도의장(왼쪽 두 번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운데)와 황영호 도의장(왼쪽)

 

주민대피시설을 방문한 이범석 청주시장(왼쪽 두번째)
주민대피시설을 방문한 이범석 청주시장(왼쪽 두번째)

 

인재지변
충북도민들의 말·말

 

최근 충북지역에 큰 참사가 발생하자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충북지역 국회의원, 각 정당 관계자들은 근래 며칠동안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와 괴산댐 월류 현장을 찾았다.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은 수해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고, 정치권은 피해복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충북도의회는 21일까지 예정된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지역구 호우피해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하지만 단체장과 정치권의 그럴듯한 발언에 충북도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습보다는 사고예방에 더 주력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각 기관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습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하기까지 한다.
 

 人災 그리고 官災
 

김 지사는 지난 14, 15일 충북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댐 방류가 증가하고 하천의 수위가 매우 높아졌다. 물관리에 대해 통합적 시각을 갖고 모니터링하여 선제적으로 주민대피 및 통제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또 사회복지 역량을 총집결해 피해도민을 지원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범석 시장은 17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추가피해 예방에 힘쓰는 동시에 수해현장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긴급 배정한 재난관리기금 83억원은 신속한 복구가 필요한 지역에 투입하고, 항구복구가 필요한 지역은 2회 추경예산을 우선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시 충북도와 청주시의 대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국민들의 여론이다. 현재까지 나온 상황으로 봐서 이미 이번 사건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낙인이 찍혔다.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경찰 등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사고를 예방했더라면 이렇게 큰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한 청주시민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충북도가 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정확하게 했더라면, 충북도·청주시·경찰이 원활하게 궁평 제2지하차도 교통통제를 실시했더라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각 기관이 매뉴얼대로 움직였다면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 대한 원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16일 ‘신속한 피해복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엄태영(제천·단양) 의원, 전주혜 원내대변인, 이만희 행정안전위 간사 등은 괴산군 수해지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재민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는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실은 박 의원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괴산 수해피해 상황을 챙겼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은 당연한 일인데 자화자찬이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와 충북 국회의원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와 충북 국회의원들

 

괴산댐 피해 현장을 방문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충북 국회의원들
괴산댐 피해 현장을 방문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충북 국회의원들

 

“왜 군산시처럼 못하나”
 

그런가하면 민주당 충북도당은 17일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책임감있는 재난대응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참사 4시간 전부터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주변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청주시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환경부 금강홍수통제소의 유선 통보도 있었지만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의 ‘제방 유실’ 119 신고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청주시에 전달됐지만 조치는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대책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도민들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모 씨는 “사고 터지면 여당은 잘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비판하는 게 습성이 됐다. 도움이 안된다”고 한마디 했다. 또 한 도민은 “이런 어이없는 사고를 당할 때마다 통렬히 반성하고 재난안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단체장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고가 나면 현장 둘러보고 사진 찍는 게 전부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청주시 오송읍의 한 주민은 “전북 군산시에도 며칠동안 평균 500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지난 여름 수해 피해를 입은 뒤 하수도시설을 집중호우에 견딜 수 있게 설계변경하고, 사전에 빗물받이와 산사태 우려지역을 점검했다고 한다”며 “청주시도 이런 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송읍 주민들로 구성된 오송읍민 재난대책위원회는 17일 청주시 임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호강 다리 확장공사의 부실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5일 제방이 무너진 뒤 긴급 복구작업을 시공사와 행복도시건설청에 요청했으나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이재민 수백명을 학교에 분산시켜 놓고 기다리라는 청주시 행정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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