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난리는 처음...미호강 준설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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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난리는 처음...미호강 준설이 ‘답’”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7.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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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강내면 탑연리 삼거리 일대 100여 상가 장맛비에 쑥대밭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밀려 관심 못 끌어...보험 미가입 보상 막막
미호강 준설 통해 역류 막아야...사회단체 고생 덕에 인명피해 없어

 

물에 잠긴 청주시 강내면 탑연리 삼거리 일대
물에 잠긴 청주시 강내면 탑연리 삼거리 일대

 

강내가 아무리 상습 침수 지역이라지만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입니다. 이번 기회에 항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적 결함을 제거해야 합니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리 일대는 이번 장맛비에 쑥대밭이 됐다. 1층과 지하 100여 상가에 어른 가슴 높이만큼 차오른 장맛비는 모든 걸 삼켜버렸다. 피해는 엄청난 데 오송 궁평지하도 참사로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사진관을 연 지 36년째라는 조규성(한일사진관) 씨는 여기가 저지대여서 해마다 비가 오면 도로가 침수되곤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망연자실했다.

조 씨는 가게 안에 있던 카메라, 컴퓨터, 비디오, 사진,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을 잃었다. 특히 추억이 담긴 사진 자료가 모두 물에 잠겨 시름은 더욱 컸다.

조 씨는 교회 동료들, 라이온스 회원들이 달려와 물 먹은 물건들을 닦고 정리해 줘 너무 고맙다. 하지만 비싼 기기들이 모두 쓸모가 없게 됐으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장사 한번 못해보고 한숨

 

이웃의 파리바겟도 마찬가지. 냉장고, 오븐기, 제빙기, 에어컨 등 10개가 넘는 전자제품들을 수리업체에 보냈지만 몇 개나 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주인 박태수 씨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8000만 원 정도는 피해를 본 것 같다. 본사에서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몰라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오픈 예정이었던 국밥 전문 진국 본가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장사 한번 못 해 보고 식기세척기, 냉장고, 에어컨, 식탁, 의자 등이 모두 물에 잠겨 폐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가게 주인은 사업자등록만 했을 뿐 영업 신고도 하지 않아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쉬었다.

 

더위에 지친 한 주민이 웃옷을 반쯤 걷어 부치고 물먹은 짐 정리를 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한 주민이 웃옷을 반쯤 걷어 부치고 물먹은 짐 정리를 하고 있다.

 

탑연리 삼거리 일대는 저지대여서 사방에서 밀려드는 물이 찰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호강 수위가 높아지면 물이 빠지지 못해 역류하면서 늘 침수되곤 했다.

여기에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주민들은 차제에 영구적인 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주민은 미호강으로 승격됐으니 관리자인 국가가 준설해야 한다. 그러면 강 바닥이 탑연리 삼거리 일대보다 낮아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피해 주민 일부는 화재보험에 들었을 뿐 풍수해보험은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수해보험은 자연재해 특화보험이지만 대부분 농작물 관련 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마트 진열대가 물에 잠긴 상품이 빠지면서 텅 비어있다.
한 마트 진열대가 물에 잠긴 상품이 빠지면서 텅 비어있다.

단체 덕 인명피해 없어

 

한 주민은 그나마 기댄다면 국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 금액을 다소나마 지원받을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수도세 감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 먹은 도구들을 일일이 물로 씻어야 하는데 수도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지하실은 물이 천정까지 차올라 쓸만한 도구를 아예 건질 수 없다. 한 주민은 양수기가 없어 오늘(17) 오후에야 소방대 도움을 받아 물을 퍼낼 수 있었다어려운 사람들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 같아 더 속이 상하다고 했다.

이렇게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서도 남을 칭찬하는 훈훈함도 있다.

평양순대 주인 정복례 씨 역시 물벼락을 맞아 식당 기기 하나 건지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가슴까지 물이 차 냉장고, 식탁 등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봐야 했다.

전기도 안 들어와 비지땀을 흘리며 가게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악조건과 싸운 그였다. 그 역시 풍수해보험에 들지 않아 보상 길이 막연하다.

그런데도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강내에선 인명피해가 없어요. 그건 의용소방대나 자율방범대 등 이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의 고생 때문이에요. 새벽부터 나와 차량통제하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청소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어차피 일은 벌어진 일이고, 이젠 국가가 나서 적절한 보상해 주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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