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아우성인데 성공사례라는 콜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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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아우성인데 성공사례라는 콜버스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7.19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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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문의면에 시범운행 중인 콜버스, 시행 초기부터 주민 반발에 직면

보행 보조기 의존하는 노인들, 너무 좁아 타는 게 되레 ‘고역’...폐지 요구

 

콜버스가 불편하다며 종전대로 공영버스를 운행하라고 요구하는 청주시 문의면 주민들. 이들은 지난 13일 문의면사무소에서 모임을 갖고 청주시를 압박했다.
콜버스가 불편하다며 종전대로 공영버스를 운행하라고 요구하는 청주시 문의면 주민들. 이들은 지난 13일 문의면사무소에서 모임을 갖고 청주시를 압박했다.

 

청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인 콜버스가 시행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불편을 참다 못한 주민들이 이를 중단하고 종전대로 공영버스 운영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콜버스가 수요응답형(DRT) 도입 지자체 성공사례로 꼽혔다며 홍보에 나선 청주시를 머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콜버스는 말 그대로 택시처럼 주민이 전화(1533-5785)바로 DRT’ 앱으로 호출하면 버스가 찾아가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시스템이다. 이용요금은 기존 공영버스와 같은 성인 기준 500(청소년 400, 어린이 200)이고, 이용 시간은 오전 6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지막 호출은 오후 930분까지 가능하다.

당연히 노선이 일정하지 않고 운행시간표도 없다.

지난해 10월 오송읍에 콜버스 4대를 처음 도입한 뒤 지난 612일 현도면에 버스 4대를 투입했다. 같은 달 28일부터는 가덕, 문의면에도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청주 콜버스는 지난 1월 미국 최대 규모의 '2023 TRB 교통학회'에서 국내의 취약한 대중교통 버스 부문에 우선 적용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서비스 도입사례로 소개됐다.

이후 지난 1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데이터&교통·모빌리티 세미나에서도 DRT 도입 지자체 성공사례로 꼽혔다.

 

콜버스 불편, 폐지하라

 

시는 이번 세미나에서 청주 콜버스 도입 계기, 도입 후 문제점과 개선 과정, 청주 콜버스 특징 및 효과, 도입 후 시민 만족도 등을 발표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오는 8월 말까지 12개 읍면으로 확대해 교통 취약지 주민들의 편의 제공에 힘쓰겠다고 밝히고 나아가 청주 콜버스의 우수한 운영 방법이 국내·외 지역에 많이 퍼져 대중교통 취약지역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주시의 이런 호언과는 달리 청주 콜버스가 되레 불편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불편을 참다못한 문의면 주민 200여 명은 지난 13일 문의면사무소에 모여 청주 콜버스를 폐지하고 대신 종전대로 공영버스 운행을 촉구했다.

특히 면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소전, 후곡, 산덕리 등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은 청주 콜버스 도입 취지는 이해하나 주민 대부분이 80~90대 노인들인 농촌 현실을 외면해 오히려 불편이 더 크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주민은 노인 상당수가 보행 보조기에 의존해 힘들게 걷고 있는데 버스가 10인승으로 좁고 입석이 불가피해 콜버스 타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문의 장날에 가기 위해 버스에 겨우 오른 산덕리 한 할머니는 무려 26명이 탄 콜버스를 타고 가다 호흡곤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는 할머니도 있었다.

콜택시처럼 버스를 불러 혼자 타고 가는 상황도 아니다. 버스를 먼저 불렀어도 인근 마을에서 호출하면 갈 수밖에 없어 결국 이 동네 저 동네 거치면서 시간만 더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종전 공영버스가 더 편리

 

콜버스가 좁은 것도 문제다. 주민들이 마늘, 고추 등 농산물을 싣고 가야 하는데 버스 안이 좁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은 농촌 현실상 빈 차 운행이 불가피해 공영버스가 적자가 난다면 운행 횟수를 줄이거나 요금을 올려서라도 불편을 주는 콜버스를 폐지하고 공영버스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필순 산덕리 이장은 마을마다 주민들이 볼일 시간을 정해놓고 버스를 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공영버스는 시간대가 고정돼 있어 시간에 맞춰 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골 어르신들에게 더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시스템이 바뀌면서 어르신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문의지역 경우 대청호가 있어 막다른 도로가 많고 먼 거리 지역의 경우 호출이 잘 안 되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별로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 주민 목소리를 잘 반영해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시는 오는 8월까지 콜버스를 전 읍·면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버스 수급이 원활치 않아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대차 15인승 쏠라티를 10인승으로 개조해야 하는데 생산 물량이 적은 데다 주문까지 밀려 수급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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