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앞두고 충북문화관 전시TF S팀장 작품 임의대로 파쇄해
S팀장 “단순한 현 정부 비판 우편물로 착각했다”해명해 논란
이 작가 “작가 서명 있는데 파쇄하다니…산수화라도 그랬을까”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가 담긴 그림이 전시도 하기 전에 파쇄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충북문화재단이 관리하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선 서원대미술동문전이 7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동호회전 출품작 중 하나였던 이승곤 작가의 작품 ‘똥바다’가 전시장에 걸리지도 못한 채 갤러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충북문화관 전시TF S팀장이 자의적으로 파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똥바다’작품은 김지하 시인의 시 ‘똥바다’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배치했다. 정치적인 견해가 담긴 풍자화다.
이승곤 작가는 서울에 거주 중이라 우체국 소포로 작품을 충북문화관에 보냈다. 문제의 작품은 7월 20일경 도착했다. 이에 대해 S팀장은 “전시 주최 측(서원대미술동문회)으로부터 사전에 작품을 보낸다는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 며칠간 소포물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아무도 안 찾아가길래 뜯어서 작품을 보니 현 정부를 풍자하는 그림이었다. 이 작품이 다음 전시회(서원대미술동문회전)에 걸릴 작품이라 인지하지 못했다. 누가 그냥 그림을 그려 보낸 것으로 보고 파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엔 S팀장은 “절대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단순한 ‘실수’였다고 재차 해명했다.
50호 크기의 작품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작가는 분노하고 있다. ‘똥바다’ 작품은 가로 세로 130cm×70cm 50호 정도가 되는 작품으로 작가 서명이 기록돼 있었다. 게다가 화선지 작품이라 지관(紙冠)에 말아 꼼꼼하게 포장해서 보냈고, 수신처와 발신처 주소 및 전화번호까지 다 표기돼 있었다는 것.
이승곤 작가는 “이미 전시 관련해서 회비를 냈고, 작품까지 보냈다. 작가로선 전시회 준비를 다 마쳤는데, 23일 갑자기 서원대미술동문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와 내 작품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미리 작품을 우편으로 보냈는데 어찌된 일이냐 물어보니 S팀장이 임의대로 파쇄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승곤 작가는 지난해 전국민족미술협의회 제17대 회장에 당선됐다. 이 작가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 정부를 풍자하는 그림이라고 판단해 전시공간 운영 책임자가 작품을 파기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만약 작품이 산수화나 꽃 그림이었다면 파기하지 않았을 거 아니냐. 실수라고 하기엔 일이 너무 크다”며 “아무리 이념을 벗어나 생각한다고 해도 이번 일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충북문화관 내 숲속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충북문화재단, 충북도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 작가는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작가의 창작물을 허락없이 절취하고 무단 파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당한 물적보상 및 단체장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작가의 서명이 있는 작품을 무단으로 파기할 수 있나. 아무리 정치적인 의도가 보여도 작가의 동의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파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가들이 단체전을 할 때 대부분 택배를 이용해서 작품을 보내는 건 흔한 일이다. 이래저래 이번 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