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은 무너진 국가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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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은 무너진 국가와 함께 온다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07.2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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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분노가 범람한다. 폭우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 지역은 500년에서 1000년 만에 한 번 있을 비를 쏟아냈다. 기후위기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로 묘사되지만, 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기도 하다.

경험하지 못했던 빈도와 강도로 몰아치는 폭염, 가뭄, 산불, 태풍, 폭우, 한파를 마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겪게 될지 특정하여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후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직접 겪고 목격한 재난들은 경고하고 있었다.

어느 글에선가, 과학자들이 더 연구할 의욕을 잃고 남은 시간을 가족과 지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읽었다. 이들은 기후위기가 심각하고 기후재난이 불가피하며 이를 완화하려면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밝혀왔다. 그러나 세계는 변함없이 재앙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 절망감으로 연구자들이 떠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 재앙을 증언하기 위해 파괴와 죽음의 현장을 찾고, 누군가는 석유회사와 은행 문에 자신을 붙잡아 매고 화석연료 채굴을 중지하라 외친다.

하룻밤 묵었던 청주 지인의 집에도 물이 차올랐다. 저지대의 오래된 집이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날씨는 하늘의 일이라 여겨왔으니, 다행이라 했다. 그러나 모두가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침수와 산사태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청주 궁평2지하차도의 비극도 발생했다. 그러나 14명이나 목숨을 잃은 사건 앞에서, ‘()’을 논할 수는 없다. 누군가 제 일을 해서 최소한 지하차도 진입을 막았더라면 피했을 죽음이었다.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의 책임 회피 공방 속에서, 희생자들의 불운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듯, 인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인재의 재발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이 도움이 될 거다. 제때 도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제방 공사를 부실하게 하면, 지하차도 펌프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면, 엄중히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드러났듯, 권력을 쥔 자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꼬리 자르기로 처벌을 피하려 할 것이다. 감시와 항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할까. 온실가스를 쏟아내면서 하늘의 법을 어긴 죄는 어찌해야 하나. 극단적 폭우가 더 자주 발생하리라는 경고를 외면한 채, 재발 방지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기후재난 앞에서 겨우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만 언급했다. “쏟아지는 비를 어쩌라고!”, 이렇게 외면하고 싶은 모양이다.

경고했던 기후재난의 현재화를 지켜보면서, 시민들의 생명과 삶을 지켜줄 국가가 존재하는지 다시 묻게 된다. 예기치 않은 재난 때마다 고통스레 물었지만, 예고된 재난 앞에서는 더욱 고통스럽다. 오히려 국가는 이 재난을 조장하고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는커녕 탄소중립기본계획까지 후퇴시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9조 원 투자를 받아 S오일이 새로 짓고 있는 석유화학단지 사업(일명 샤힌 프로젝트)의 성사를 위해 애쓴 정부와 국가다. 추가로 연간 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시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연속된 결과의 끝에 어딘가 둑은 무너지고 누군가 생명과 삶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범람하고 있는 이 불운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외면한 국가의 부재 탓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다시 9월이 오고 있다. 이 비극을 애도하며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총선도 있다. 함께 참여하고 싸우자! 내년 여름에도 또다시 국가의 부재를 용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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