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대기자의 눈] 보수라는 그 많던 단체는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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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대기자의 눈] 보수라는 그 많던 단체는 다 어디 갔나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7.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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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무고한 시민이 14명이나 숨졌는데 어찌 진영 타령이나 하고 있나.

청주 시내를 다니다 보면 사거리를 중심으로 주요 도로에 오송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현수막이 보인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충북도청 담벼락에 집중돼 걸려 있는 상당수 현수막엔 이런 내용에 철저한 진상규명, 중대시민재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라는 절규가 담겨 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일찌감치 인재(人災), 관재(官災)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호천 제방이 무너지지만 않았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인재니, 관재니 라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제방은 무너졌다. 제방이 무너지도록 허술하게 대처한 행복청과 시공사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에 워낙 많은 비가 내려 월류하거나 제방 붕괴는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최악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선량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데 있다. 설령 제방이 무너져 물이 넘쳐났어도 지하차도 양방향을 제대로 통제만 했으면 이런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분노한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것이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번 참사를 보는 시각이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 가슴이 답답하다.

도청 담벼락에 걸린 50여 개의 추도 현수막이 이를 말해 준다. 현수막은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 등 이른바 진보 일색이다.

보수라는 단체 이름으로 걸린 현수막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있다면 사직사거리, 상당공원 사거리 등 주요 거리에 국민의힘 충북도당이 내 건 현수막 뿐이다.

그렇다면 명색이 보수 단체라는 이들은 다른 현안이 발생했을 때도 지금처럼 침묵을 지켰나. 아니다.

김영환 지사의 친일파 논란, 산불 당시 술자리 비판이 한창일 때 도청 담벼락은 지나치리만큼 이들이 내건 현수막으로 도배했다. 이중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단체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김영환 호위무사를 자처한 듯했다.

그런 단체들이 우리 지역에선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 앞에선 말이 없다. , 진보 쪽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장·지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라고 하니까 함께 발 담그기 싫어서?

죽음 앞에선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죽음을 자기들 입맛대로 대할 때 후과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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