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요건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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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요건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7.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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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식 입장은 “사실관계 확정돼야만 판단 가능”
여 일각 “내년 총선 정치적 부담, 분명히 책임져야”
야당 “처벌 요건 충족, 앞서 김영환 지사 사퇴해야”
시민사회와 야당이 김영환 지사 등에게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청 인근에 걸린 현수막들.
시민사회와 야당이 김영환 지사 등에게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청 인근에 걸린 현수막들.

열네 명이 숨지고 열 명이 다치는 등 모두 스물네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기관 책임론이 크게 부각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로 처벌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국무조정실과 검찰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철저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큰 만큼 누구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검찰이 724~25일에 걸쳐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다섯 개 기관, 10여 곳을 압수수색 한 데서도 이런 의지가 읽힌다. 이에 앞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719일 충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중대시민재해 첫 사례될까


20221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중대산업재해와 공공시설에서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오송 참사의 경우 이 법 2조가 규정한 피해규모에 부합한다. 2조는 중대시민재해에 관해 공중이용시설 이용자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공중이용시설 중에는 터널 구간이 연장 100m 이상인 지하차도가 있어서 길이가 685m인 궁평2지하차도는 당연히 그 대상이다.

관건은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이나 하자를 입증할 수 있는가다. 수사를 통해 김영환 지사나 이범석 시장 등의 혐의를 입증하게 된다면 ‘1년 이상 징역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정치권의 의견과 전망은 다양하다. 특히 여당은 드러내는 의견과 속내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도지사와 시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팔이 안으로 굽는 분위기다. 율산 출신 정치인들은 법적으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사 출신으로 21대 총선 당시 청주 상당에 출마했던 윤갑근 전 도당위원장은 형식적인 처벌 요건은 갖췄는지 모르지만 세세한 조건을 살펴야 한다.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부터 사고 순간까지를 잘 살펴서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김진모 청주서원당협위원장은 벌써부터 중대재해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검찰과 국무조정실에서 충실히 조사한 다음에 사실관계를 떠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은 신중한 의견


정당을 떠나 신중론을 제기하는 법조인은 또 있다. 변호사 A씨는 선출직들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과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약에 단체장이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고 가정한다면 하위 공무원이 그 지시를 잘 이행했는지 확인할 책임과,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존재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여당 정치권 내에서도 누구든 총대를 메는 사람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총선을 생각해서라도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가는 선출직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도지사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에다, 참사 다음 날 자신과 집안 땅 인근에 대한 안전정비공사를 발주하는 등 이해충돌 논란이 있는 만큼 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찌 됐든 여당은 당장 책임 소재를 가리기보다는 최대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24, 청주 일대 수해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특정되고 나서 법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는지, 확인된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국회서 세미나 열어


반면 야당은 이번 참사가 중대시민재해로 볼 법적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앞서서 유가족에게 실언한 김 지사의 자진 사퇴와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25일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위해 충남 부여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고 공무원 조직은 해바라기와 같아서 지휘자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따른다고 전제한 뒤 그런 면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의 태도가 기가 막힌 것이다. 단 한 명이든 아니면 사망이 아닌 부상자라고 하더라도 거기를 보살피고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게 바로 정치 행정이 아니겠느냐며 김 지사를 직격했다.

이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720일 논평을 내고 “‘일찍 갔다고 바뀔 게 있나, 당장 서울 뛰어가도 상황 못 바꿔가 김 지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침수 참사를 대하는 태도라면서 김 지사는 책임은 싫고 권력만 누릴 생각이라면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김 지사 사퇴를 촉구했다.

정의당은 724, 국회에서 전문가 초청 긴급간담회를 열고, 오송 참사에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자세히 짚었다.

발제를 맡은 중대재해전문가넷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참사가 발생한 원인으로 미호강의 총괄적인 하천 시설 관리 및 임시 제방 설치·관리상의 결함 지하차도에 대한 관리상의 결함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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