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키워드는 ‘부동산‧주술‧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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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키워드는 ‘부동산‧주술‧고발’
  • 김종대 전문기자
  • 승인 2023.08.07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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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차익 세금 깎아 주고 다주택 보유자에게 관대
용산시대 열며 공청회‧토론회보다 ‘풍수‧역술’ 자문
대통령실 재난총괄기능 넘겨주고 ‘하급자 때려잡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없는 사람은 아예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세상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면 깨끗이 포기하시라. 어느 날 집안 구석을 청소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간디 묘비명에 적혀 있는 일곱 가지 죄악 중 첫 번째는 ‘철학이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다. 필자는 이 철학을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해석하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은 일종의 자기부정이자 초월이다.
간디 묘비명에 적혀 있는 일곱 가지 죄악 중 첫 번째는 ‘철학이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다. 필자는 이 철학을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해석하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은 일종의 자기부정이자 초월이다.

간디 묘비명에 적혀 있는 일곱 가지 죄악 중 첫 번째는 철학이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필자는 이 철학을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해석하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은 일종의 자기부정이자 초월이다.

촉나라를 세운 유비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이유는 한 왕조를 재건하여 덕으로 충만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필생의 신념이었다. 그런 뜻이 없다면 그저 그런 황족에 불과한 유비가 어찌 천하를 논하고 인재를 모을 수 있었을까. 유비가 비록 천하를 통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고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전에 중국 학자들을 만나면 현대사에서 중국의 정치인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두 명밖에 없었다. 마오쩌둥은 중국을 건국했지만 부흥하지 못했고, 덩샤오핑은 그 부흥을 이끌었다. 건국과 부흥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걸 현대 중국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 두 사람은 분명 정치가다.

그 외에 주룽지, 장쩌민, 후진타오 등등은 정치인이 아니라 관리자일 뿐이다. 중국의 기준으로 한국의 정치인을 꼽자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정도다. 한 명은 건국, 또 한 명은 발전, 또 한 명은 민주주의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그 밖의 대통령들은 과도적인 시기를 관리했던 사람이지, 세상을 바꾼 사람은 아니다.

정치란 뜻과 의지가 씨줄과 날줄로 구성되는 초월의 역사이자 정신의 역사다. 정치란 바로 그런 거다. 오늘날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치를 가문의 영광으로 알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소명을 정치라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를 논하자면, 국민에게 군림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소영웅주의에 가득 찬 권력 의지가 돋보이지만, 불행하게도 철학은 없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세상이 좋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껍질은 단단한 데 속이 텅 비어서 시대의 소명에 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사고, 이걸 소신 없는 사고(uncommitted thinking)’라고 한다.


끝도 없는 부동산과 조작의 국정


대통령 부부로부터 정권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면 철학의 빈곤은 더욱 두드러지는 데 그 특징은 이러하다. 먼저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주로 강남에 사는 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덕분에 폭등한 부동산의 시세차익을 참으로 알뜰하게 챙겼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을 내정된 이동관 후보자를 보라. 이명박 정부 시절에 17억이던 재산이 51억으로 3배 불어났는데, 대부분이 가격이 폭등한 강남의 아파트다. 현 정부 고액 재산가들에게 한결같이 드러나는 공통점이다. 대통령 장모를 보라. 여기저기에 땅은 왜 그렇게 많은지 단 한 번의 개발 투자로 50억 정도는 번다. 현 정부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깎아 주고 다주택 보유자에게도 무척 관대하다.

두 번째 특징은 국민 여론보다 초자연적인 힘, 즉 주술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를 결정할 당시에 풍수가와 주술가들이 줄줄이 몰려왔다. 작년 인수위 시절에 소위 용산 시대라는 걸 열기 위해 전문가 공청회나 시민 토론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반면에 역술인, 풍수가, 관상가에게는 귀를 열었다는 말 아닌가.

2021년 국민의힘 대권 경선 TV토론회(MBN)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나와서 논란이 일었다. 믿기 힘든 이 해프닝은 정권 주변 무속, 역술, 관상가들의 비선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MBN 화면 갈무리
2021년 국민의힘 대권 경선 TV토론회(MBN)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나와서 논란이 일었다. 믿기 힘든 이 해프닝은 정권 주변 무속, 역술, 관상가들의 비선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MBN 화면 갈무리

대선 당시에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다닌 것까지는 어쩌다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치자. 김건희 여사가 풍수와 관상으로 학위를 받은 것도 그렇다 치자. 대선 당시에 무속인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조언하고 그들끼리 서열 다툼까지 했다는 것도 어쩌다가 벌어진 일로 치자.

그런데 국가 최고 보안시설에 대통령 경호처장 내정자와 함께 풍수 관상쟁이가 절차도 없이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주술가들에 의한 권력의 비선(秘線) 라인이 공적 기능을 압도하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철학 없는 법, 민중에 대한 흉기


세 번째 특징은 고소와 고발을 남용한다는 점이다. 법 없이 살 선량한 시민들은 일생에 누굴 고소한다는 게 무척 낯설고 이례적인 일인데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고발하고 압수수색하고 잡아 처넣으면 게임은 끝난다고 굳게 믿는 이들은 법이야말로 자신들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원래 법에도 철학이 있고, 원칙이라는 게 있다. 한비자가 법을 말할 때는 민중에 대한 사랑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반대로 이들의 법에는 철학이 없다.

정치적 상상력이 빈곤한 권력자들의 빈 자리에 부동산, 주술, 고발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가 채워졌다. 여기에다 주가 조작, 학위 논문 위조, 고발 사주, 권언 유착과 같은 추문은 끊이질 않는다. 철학과 원칙이 부족하여서 방송 토론에 여당의 패널은 섭외가 어렵다.

자연히 시사 방송은 진보 논객들이 주도하다 보니 방송 장악을 바라는 정권의 조급성이 더 커졌다. 작년 말에 KBS40년 전통의 심야토론을 폐지했는데, 그 이유가 낮은 시청률이 아니라 더는 여야 국회의원 출연 섭외가 어렵다는 데 있었다.

공론에 취약한 권력은 주로 보수 유튜버를 더 선호한다. 이미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보수 유튜버는 상당수 진출하였고, 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은 보수 유튜버를 직접 관리하는 있다. 정부 내에서 극단의 논리가 판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공공의 가치와 공복(public servant)으로서 철학이 빈곤한 권력은 사회 재난과 자연재해와 같은 참사에서 그 민낯을 보여준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폭우 당시에 보여 준 모습은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나마 홍준표 시장은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라도 받았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일탈의 정도가 더 심한 김영환 지사는 인수위에 특별고문으로 참여한 숨은 윤핵관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보다. 정작 현 권력은 김영환 지사를 정권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김 지사 본인은 정권의 핵심을 자처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은 되는가 보다.


권력이 참사에 취약한 이유


재난 감수성, 생명과 안전의 감수성이 워낙 취약하다 보니 새만금에서 축제가 되어야 할 세계 잼버리대회도 재난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필자는 작년 정권 출범 당시부터 현 정부는 재난과 재해에 취약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경찰과 소방, 보건 등 주요 안전 정보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전통적 안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자연재해와 사회 재난에 대한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아예 폐지되었다.

이런 문제는 신흥 안보라는 생소한 명칭을 달고 총리실과 행정안전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도록 업무를 이관해버렸다. 바로 이때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권력 최고 책임자가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도록 길을 터놨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관리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실의 위기관리센터는 아예 뇌사 상태에 처해 졌다. 작년 폭우 사태와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태원 참사 등의 재난에 대통령 위기관리센터는 한 번도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단 한 번도 없다.

폭우 사태에서 충북지사가 보여준 무능력과 무책임은 바로 중앙 정부의 닮은 꼴일뿐더러 “내가 현장에 가도 변할 것은 없었다”는 뻔뻔스러움도 바로 대통령 발언의 데자뷔였다. 사진=뉴시스
폭우 사태에서 충북지사가 보여준 무능력과 무책임은 바로 중앙 정부의 닮은 꼴일뿐더러 “내가 현장에 가도 변할 것은 없었다”는 뻔뻔스러움도 바로 대통령 발언의 데자뷔였다. 사진=뉴시스

이런 시스템의 왜곡은 지방 정부에 고스란히 축소 복사되었다. 7월의 폭우 사태에서 충북도와 도지사가 보여준 무능력과 무책임은 바로 중앙 정부의 닮은 꼴일뿐더러 내가 현장에 가도 변할 것은 없었다는 도지사의 뻔뻔스러움도 바로 대통령 발언의 데자뷔였다.

심지어 재난의 와중에 상황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임무가 뭔지 모르는 거다. 여기에다 도지사의 행태를 비판한 지역 언론에 대해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고발을 사주하다가 이루어지지 않자 직접 충북도가 고발하기에 이른다. 현 정권의 색깔에 딱 맞는 맞춤식 매뉴얼이다.

그런 무책임함이 새만금 잼버리대회에서 반복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유치한 대회라고 예산 지원에도 인색했고, 어차피 없애버리려던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쳐다보지도 않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이번에도 장관과 도지사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오직 경찰과 소방관과 같은 하급자를 때려잡는 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할 것이다. 정치적 경쟁자를 압수 수색할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안전과 돌봄에 쏟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재난이다.

권력은 하급자 두들겨 패는 재주는 워낙 뛰어나서 지난 7월에 해병대 병사가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강에서 익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엽기적인 행각을 보였다. 730일에 해병대 수사단장은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하여 주요 직위자들이 구명조끼도 없이 급류가 굽이치는 강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도록 지시한 사단장과 예하 지휘관을 경찰에 이첩하였다.

이 결정은 장관이 직접 수사 보고를 받고 자신이 결재한 문서로도 남아있는 정상적 절차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단장을 왜 처벌하냐며 질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이첩된 사건을 뒤집으려고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대변인 나서서 언론에 거짓말로 브리핑했다. 수사단장이 항명을 했다는 뻔한 거짓말까지 대변인에게서 나왔다.


공감이 사라진 권력은 괴물


결론은 이러하다. 부동산, 주술, 고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부여잡은 정권에게는 원칙이나 일관성 따위란 없다. 사람을 구하고 보살피는 감수성이란 더더욱 없다.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길을 알 뿐이다. 직위가 높고 권력이 많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관행도 굳어지고 있다.

어떻게 만든 나라인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이룬 민주주의인가. 나라의 꼬락서니가 어쩌다가 저런 주술에 취한 부동산 졸부들에게 빼앗겼는가. 반듯한 철학이 없는 야심가들에게 나라를 내어준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는 회복의 시간이다. 이 상처로부터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되찾을 시간이다.

●김종대

병장 출신 군사전문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계 입문 전에는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국방부 장관 보좌관을 거쳤다. 2007년 말 외교‧안보월간지 ‘디앤디포커스’(디펜스21+)를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기사를 썼다. 최근 유튜버로 맹활약 중이다. 저서로는 <서해전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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