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시간, 선배 문인들은 어떤꿈 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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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시간, 선배 문인들은 어떤꿈 꾸었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8.1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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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근대문학기행’ 시리즈 4권 펴낸 김남일 소설가
서울‧도쿄‧함경도‧평안도 이야기, 근대의 작품으로 풀어내
앞으로 기회 되면 우리말, 팔도여행 시리즈도 내고 싶다
​​​​​​​“1990년대 허한 마음 달래려 청주에 10년 머물렀다”밝혀

식민지 시대를 관통한 작가들이 써내려 간 지난 100년의 시간들. 김남일 소설가는 선배 문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시간여행의 안내자를 자처한다. 그는 작가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문학지도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근대문학기행 시리즈(학고재 출판/김남일 지음)는 총 4권으로 서울 이야기, 도쿄이야기, 평안도 이야기, 함경도 이야기를 다룬다.

 

읽는 사람으로 살았다

 

김남일 소설가는 코로나 시절 근대문학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읽는 사람이라고 규정했어요. 읽고 나니 근대문학의 빈 공간이 가슴에 크게 와 닿았아요. 출판계를 봐도 세계문학 시리즈는 넘쳐나는 데 근대문학에 대한 자료들을 부족해보였죠. 이번 책 한국근대문학기행은 해방 이후 이야기를 일부러 다루지 않았어요. 근대를 어떻게 맞이했는지, 자주적 외교의 딜레마 등등을 접어둔 채 근대 초기 그 당시 선배작가들의 고민과 그들의 꿈을 들여다봤죠.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었어요.”
 

김남일 소설가
김남일 소설가

 

이른바 근대문학 지도를 엮어가면서 그는 신이 났다고 한다. 방대한 자료를 찾아 시공간을 초월해 씨줄과 날줄로 엮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것. “사실 이번 작업 자체가 잘 맞았어요. 근대소설을 읽는 맛도 쏠쏠했고요. 염상섭의 장편 만세전정말 추천하고 싶은데 소설을 통해 1920~40년대 경치, 풍습, 언어 등을 다 만날 수 있어요. 문학작품은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교과서예요.” 그뿐 아니라 박태원의 <천변풍경>에선 청계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고, 서울 토박이 표준어가 지금과 달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가령 당시 서울 사람들은 ‘~했습니다가 아닌 하였에요라고 썼다는 것.

 

문학작품 속 북방이 궁금해졌다

 

김남일 소설가는 처음에는 서울과 도쿄, 북방편을 보태 총 3권을 쓰려고 했다. 남한의 다른 지역은 일찌감치 제외했는 데 그 이유는 그 지역을 고향으로 둔 많은 동료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충청도 이야기는 나올 수 없는 셈이었다. 서울과 도쿄는 우리 문학사라는 링에서 벌어진 두 도시의 흥미진진한 대결로 접근했다. 하지만 휴전선 너머 북방은 엄두가 안났다. 어쩌면 그 곳 출신 작가들이 애를 태웠다. 가령 이정호의 <개마고원과 강계>, 김만선의 <신의주>가 그랬고, 김소월의 <삭주구성>을 볼 때면 도대체 그곳이 어딘지 궁금해졌다는 것.

북방편은 평안도, 함경도 이야기로 2편으로 늘어났다. “100년 전 백석이 함흥 영생고보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제 고향 평안도에선 추운 겨울날 손등이 죄 터진 주재소장 집 가련한 애보개 소녀를 만났을 때 심정이 어떠했는지 알리고 싶었다. 김남천의 고향 성천은 평양에서 가깝지만 다른 모습이었다. 백석, 김억, 이광수, 이중섭 등은 모두 평양 오산학교와 연결고리가 있었다. 실로 북방은 방대했고, 마음은 초초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숙제를 남기듯 황해도를 덜어냈다.”
 

김남일 소설가의 '한국근대문학기행' 시리즈
김남일 소설가의 '한국근대문학기행' 시리즈

 

가볼 수 없는 북방의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알려진 이효석은 사실 서구적인 작가였다. <화분>을 보면 지금봐도 파격적인 내용이다. 시대를 앞서 간 이효석에겐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에게 안식처는 1930년대 경성에 있었던 카페였다. 이처럼 작가들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사실 소설가의 감상을 덧붙이면 이야기는 더 쉽게 읽히겠지만 되도록 작가가 그려낸 작품으로 근대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이번 책을 작업하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팔도강산이야기를 기행문 형태로 내고 싶기도 하고, 한국어가 어떻게 근대를 관통해 달라지고 변모했는지 우리말을 중심으로 탐험하고 싶기도 해요. 또 오랜만에 소설도 다시 쓰려고요. 주인공 오생을 등장시켜 멍청하지만 세상의 아픈 구석을 드러내는 글을 구상중이예요.”

김남일 소설가는 아시아를 비롯한 동시대의 공간들과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번 책을 내기 전엔 <어제 그곳 오늘 여기>, <백개의 아시아> 등을 펴냈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모임을 만들어 문인들에게 처음으로 베트남의 아픔을 소개했다. 충북민예총이 베트남 퓨옌성과 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도 김남일 소설가의 역할이 있었다.

사실 그는 청주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보낸 특별한 기억이 있다. “89년 소련이 무너질 때 마음이 너무 허했어요. 무작정 다른 도시로 탈출하고 싶었는데 도종환 선생이 청주에 있다는 걸 알고 짐을 싸서 내려왔어요. 아이가 일곱 살 때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년을 청주에서 보냈어요. 김희식, 김하돈, 임오섭, 박종호, 노창호 등 지역의 문인 및 예술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80년대는 그야말로 사회운동하느라 바빴고, 90년대는 좋은 이들과 청주에서 정말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그는 얼마 전 김은숙 시인이 진행하는 미디어 북카페 다독다독행사(https://www.youtube.com/live/KwSVQDnfaZE?feature=share)에 초청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의 문인들을 조우했다.

김남일 소설가는 1957년생으로 한국외대에서 네덜란드어를 공부했다. 1981년부터 3년 정도 실천문학 편집장을 한 뒤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태일 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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