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다가 죽어가는 美 바다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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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돌다가 죽어가는 美 바다사자
  • LA=황상호 전문기자
  • 승인 2023.08.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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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바다녹조로 돌고래 포함 1000마리 폐사
녹조 ‘도모산’ 작은 물고기 거쳐 상위 포식자에 영향
이상 행동 보이며 물놀이객 공격해, 일부 해변 폐쇄
폐사한 돌고래와 바다사자들. 사진=국립해양대기국
폐사한 돌고래와 바다사자들. 사진=국립해양대기국

730(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해변 중 하나인 말리부를 찾았다. 옥빛을 자랑하는 바다색과 달리 수심 낮은 곳은 마치 매생잇국처럼 조류가 둥둥 떠다닌다. 자갈과 바위에는 꽃이 핀 것처럼 조류가 한가득 붙어 자란다. 자갈을 밟고 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미끄덩거리며 자꾸 미끄러진다.

지난 두 달 동안 캘리포니아 남부 일대에 바다 포유류 폐사 신고와 동물의 이상행동 보고가 이어졌다. 국립해양대기국(NOAA) 서부해안부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6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캘리포니아 남부인 로스앤젤레스와 산타바바라, 벤투라카운티 일대에서 죽거나 병든, 돌고래와 바다사자가 1000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해조류 -니치아(Pseudo-nitzschia, 사슬등침돌말)’의 해양 분포도를 공개했다.

해조류 슈도-니치아 해양 분포도. 출처=국립해양대기국
해조류 슈도-니치아 해양 분포도. 출처=국립해양대기국

조류는 일반적으로 생물에 해가 없지만, 특정 조건에서 과다하게 번식하면 도모산(domoic acid)’을 생산한다. 이것을 멸치나 정어리, 오징어가 먹고, 다시 최상위 포식자인 돌고래나 바다사자, 혹은 바닷새에게 전달한다.

도모산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해가 없다. 하지만 동물이 과다 섭취할 경우 뇌가 파괴된다. 전조 증상으로는 눈이 부풀어 오르거나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 및 이상행동을 한다. 기억력을 감퇴시키기도 한다.

바다사자가 조류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며 15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국립해양대기국
바다사자가 조류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며 15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국립해양대기국

바다사자의 경우, 제자리에서 몸을 빙글빙글 돌리는 듯 이상행동을 한다. 유명 관광지인 산타모니카 해변이나 오렌지카운티 솔트크릭 해변과 스트랜즈 해변 등에서는 바다사자가 물놀이객을 물어 해변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존 워너 해양 동물보호센터(Marine Mammal Care Center) 대표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도모산 농도가 높을 때 바다사자의 행동이 크게 바뀐다바다사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요인일 수도

 

바다사자는 캘리포니아 해변 일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사람이 접근해도 공격하지 않는다.
바다사자는 캘리포니아 해변 일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사람이 접근해도 공격하지 않는다.

조류는 온도가 차고 영양염이 많은 심층수가 바람 등의 영향으로 온도가 높고 영양염이 고갈된 표층수를 만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량의 조류 증식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기후 온난화로 조류 발생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립해양대기국 과학자들은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 해양구조대가 바다사자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판을 붙였다. 사진=로스앤젤레스카운티 해양구조대
로스앤젤레스카운티 해양구조대가 바다사자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판을 붙였다. 사진=로스앤젤레스카운티 해양구조대

현재까지, 도모산에 중독된 동물을 치료하기 위한 해독제나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수의사들은 체내 독소가 빠져나가도록 동물에 물을 먹이고, 일부 동물에 대해서는 해열제와 항경련제, 일반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다. 독소가 체내에 오래 머무를수록 치료는 더 까다로워진다. 특히, 새끼를 가진 바다사자에게 도모산은 치명적이다.

재스민 창 해양 동물보호센터 스페셜 프로젝트 매니저는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연구기관이 조류 증식에 관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류의 생태를 조사하고 있다북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조류를 먹는 게를 채집해 캘리포니아 조류의 농도를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폐사한 돌고래. 사진=국립해양대기국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폐사한 돌고래. 사진=국립해양대기국

이어 그는 “7월 말 조류 번식이 줄어, 바다사자 폐사도 감소하고 있다"조류 번식이 특정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바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호

글 쓰는 사업가다. 청주방송(CJB)기자에 이어 미국 현지 중앙일보에서 신문기자를 했다. 이후 미국 인권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다, 현재 LA 컬처 투어리즘 업체 ‘소울트래블러17’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프로드 야생온천>, <내 뜻대로 산다>,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 <벼랑에 선 사람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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