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감정에 위협받는 중국 내 한국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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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감정에 위협받는 중국 내 한국 유적
  • 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08.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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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안중근‧윤동주 유적 일시폐쇄 ‘침소봉대’
환구시보 “악의적인 들쑤시기, 완전 생트집” 비난
임시정부 시설, 개발위협 커졌지만 中협조로 지켜
동아일보의 안중근 전시실 폐쇄 보도는 ‘침소봉대’ 격의 과장 보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단재신채호기행단은 뤼순감옥 안중근 수감실을 정상적으로 답사했다. 사진=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동아일보의 안중근 전시실 폐쇄 보도는 ‘침소봉대’ 격의 과장 보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단재신채호기행단은 뤼순감옥 안중근 수감실을 정상적으로 답사했다. 사진=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한중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내 우리 역사 유적에 대한 지나친 확대 보도가 그간 멀어진 두 나라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적인 말을 통해 더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다.

지난 81일 동아일보가 ‘[단독], 뤼순감옥 박물관 안중근 전시실폐쇄재개관 일정도 없어라는 기사를 내놓으면서 중국 내 한국 역사 유적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후 룽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 출입이 금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기사는 봇물이 터지듯 하였고, 댓글을 통해 대중 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 보도는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 관련 동아일보 보도에는 안중근 전시실로 병기되어 안중근 의사를 설명하는 전시실로 소개됐지만, 이 전시실의 이름은 뤼순의 국제전사들(國際戰士在旅順)’ 전시실로 안중근 의사는 내부에 소개된 수십 명의 뤼순 감옥 희생자 중 하나다.

동아일보가 “폐쇄됐다”고 지목한 시설은 뤼순감옥 수감실이 아니라 안중근‧신채호‧이회영의 흉상이 있는 ‘뤼순의 국제전사들’ 전시관이다. 이곳은 실제로 수해 때문에 수리 중이다.
동아일보가 “폐쇄됐다”고 지목한 시설은 뤼순감옥 수감실이 아니라 안중근‧신채호‧이회영의 흉상이 있는 ‘뤼순의 국제전사들’ 전시관이다. 이곳은 실제로 수해 때문에 수리 중이다.

이 전시실에는 우리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신채호, 이회영, 유상근, 최흥식 선생 등 다양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 있다. 이 보도 이후 시설 관리 책임자인 쉐즈강(薛志剛) 뤼순감옥 선전교육부 주임 등은 국제전사실 개방 중단은 폭우로 인한 수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룽징의 윤동주 생가 개방 중지와 연결되어 한국 내 중국 감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실제로 816~22일 중국의 단재 신채호 선생 유적을 답사 중인 탐방팀은 뤼순 감옥을 찾아 안중근 의사 수감실과 교형장 등을 정상 답사했다.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유적은 안중근 의사가 갇혔던 독방과 교수형이 집행된 교형장이다. 이 시설은 여전히 전과 같이 보전되어 개방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한중관계를 이유로 뤼순감옥에서 안중근 지우기에 나섰다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다.

중국은 이외에도 가장 중요한 안중근 유적인 하얼빈역에 설치된 안중근의사기념관도 현재 정상 개방하는 만큼 이런 방식의 해석은 일방적이다.


중국교포는 조선족이자 중국민


중국 내에서 우리 민족의 유적이 가장 많은 지역은 지린성이다. 고구려 유적인 지안은 물론이고 대성중학, 용두레 우물 등이 지린성에 대부분 자리한다. 이밖에도 헤이룽장성 징버후(경박호) 근처에 동경성 등 발해 유적이 산재해 있다. 중국 내 유적 가운데 상대적으로 민감한 발해 유적은 공개가 부분적이었다. 특히 동북공정이 진행되면서 대부분 유적에 제한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예민한 것은 윤동주 등 우리의 민족시인에 관한 한국과 중국의 미묘한 인식 차이다.

사진 촬영 금지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지안의 광개토대왕릉비. 내부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사진=조창완
사진 촬영 금지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지안의 광개토대왕릉비. 내부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사진=조창완

우리 중국교포를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하나로 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옌볜조선족자치주에 대해서 상당 부분의 자치권을 부여했다. 200만 명 정도의 중국교포 사회에서 윤동주 시인이나 김학철 작가는 자부심을 부여하는 문화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화가 한락연 등을 조선족 작가로 표기한다.

문제는 어디까지 중국교포 작가로 볼 수 있는가다. 해방 후 귀국한 작가들은 한국인으로 볼 수 있지만, 해방 전에 활동하다가 숨진 이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서 두 나라에서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이들 외에도 중국 최고의 영화 황제로 추앙받는 김염, 님 웨일즈의 아리랑의 노래로 알려진 김산, 중국 농업계의 대부 유자명 등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활동한 선조들의 문제는 항상 외교적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한국에서 관련해 논란이 대두되면 바로 중국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날이 선 기사가 나오면 중국도 즉각 반응했다. 중국의 예민한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매체인 환구시보는 88한국언론의 중국 내 항일유적 폐쇄는 악의적 들쑤시기. 전문가들: “완전히 생트집(韩媒恶炒在华抗日遗址关闭,专家:完全是无事生非,挑事行为)’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논쟁거리 반중과 연결돼 비화


문제는 사실을 잘못 전달된 경우 역사 문제는 오해를 크게 부른다는 것이다. 재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인 김유익 작가는 윤동주가 조선족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라는 문제는 예전부터 논쟁거리였는데. 민감한 사안이고, 일방의 주장이 맞다고 하기가 힘들어서 굳이 여론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반중 행보를 보이고, 이게 반중과 연결이 되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요소는 갈수록 문제의 씨앗을 갖고 있다. 우리 근현대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 내 유적은 임시정부 유적으로 볼 수 있다. 상하이, 지아싱, 하이옌, 항저우, 창사, 류저우, 치지앙, 충칭 등에 임시정부 유적이 있다. 특히 이 유적들은 도시들의 재개발과 맞물려 적지 않은 수난을 겪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협조로 인해 상당수가 잘 보존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적인 마당루 상하이 임시정부기념관은 도시개발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상하이 임시정부 옆에 있는 추이후톈디지아위원(翠湖天地嘉苑) 아파트의 경우 현재 평당(3.3) 거래가는 14000만 원 정도다. 임시정부 유적지도 재개발 이슈가 있지만 안되는 이유는 우리 임시정부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유적은 이런 이슈가 발생할수록 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항저우나 충칭 등의 유적도 이런 이슈 속에 버티는 것은 두 나라의 우호 관계가 바탕에 있다.

상대적으로 도시 발달이 더딘 창사, 지아싱, 하이옌, 류저우 등의 유적은 두 나라 관계가 우호적이고, 한국 관광객을 끌 수 있는 유적이라는 점에서 보호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중관계가 이런 상황으로 가면 중국 정부도 중국 내 한국 유적을 보호할 명분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


안중근 의사 최대이슈 유해발굴


또 안중근 의사와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유해 발굴이다. 분단 이후 남북은 뤼순 감옥 인근에 암매장된 안중근 의사를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이 암매장 기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안중근 의사는 뤼순감옥 교형장에서 숨진 후 시신이 환국할 경우 발생할 문제로 인해 일본에 의해 비밀리에 암매장됐다. 감옥에서 처형된 시신은 원형 형태로 뤼순감옥 북쪽에 있는 숭수산(松树山) 등에 비밀매장하거나, 감옥 뒤에 있는 화장터에서 화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은 더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뤼순감옥 주변은 빠르게 아파트로 재개발 중이면서 근본적으로 유해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뤼순감옥 전시실에 재현한 처형자의 매장 모습. 일본의 자료 미공개로 안중근 매장 터를 알 수 없다. 사진=조창완
뤼순감옥 전시실에 재현한 처형자의 매장 모습. 일본의 자료 미공개로 안중근 매장 터를 알 수 없다. 사진=조창완

부수적인 문제는 대두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오히려 소홀하게 취급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들은 예민한 문제를 애써서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한중을 오가며 활동하는 박신희 문화평론가는 이런 움직임은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에 치우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양국 국민들의 반한, 반중 감정은 역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은 상호 자제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장하거나 명확한 재개장 일정을 밝혀 오해나 상호 감정싸움이 더는 커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한 신혜선 작가도 외교적으로 꼭 풀어야할 문제다. 하지만 지금 관계 속에서는 과연 풀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중국에 호리유차(豪釐有差) 천지현격(天地縣隔)’이라는 말이 있다. ‘털끝만큼 잘못 본 것이 나중에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라는 말이다. 두 나라가 그만큼 신중하게 사실 하나하나를 봐야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IT회사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에듀 담당 상무로 일한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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