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고였나…톈산산맥의 두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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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고였나…톈산산맥의 두 호수
  • 김상욱 전문기자
  • 승인 2023.08.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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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쿨, 무려 제주도 3.5배 크기에 최고수심 700m
송쿨, 해발 3016m 고원에…머리 위로 은하수 흘러

신 실크로드 기행 ③-2

이식쿨 호수는 톈산산맥의 산중 호수 가운데 가장 크다. 이식쿨 호수의 중심 도시 촐판아타에는 트레킹에 지친 심신을 쉴 수 있는 넓은 모래사장과 다양한 리조트, 펜션이 잘 준비되어 있다.

이식쿨 호수는 해발 1600m에 있고 제주도의 약 3.5배나 되는 크기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700m에 달한다. 사진=김상욱
이식쿨 호수는 해발 1600m에 있고 제주도의 약 3.5배나 되는 크기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700m에 달한다. 사진=김상욱

이식쿨 호수에 가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의 항공 허브인 알마티공항에서부터 차량을 이용하길 권한다. 이식쿨 호수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되는 자동차 여행은 톈산산맥을 북에서 남쪽으로 넘어감으로써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차량으로 알마티에서 이식쿨 호수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케겐 국경 검문소를 지나서 가는 방법이 있고,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3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착하는 쿠르다이 국경 검문소를 통해서 가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소금호수인 이식쿨은 수심 20m까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소금호수인 이식쿨은 수심 20m까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개인적으로는 케겐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서 가는 코스를 더 권하고 싶다. 왜냐면, 알마티에서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만에 푸른 초원 대신 불모지와 같은 반사막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 끝에 작은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차른 협곡을 볼 수 있고, 또다시 1시간을 달리면 다시 푸른 초원과 설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케겐 국경 검문소는 해발 2000m에 자리하고 있어서 한여름의 짧은 소나기만 지나가도 기온이 급강하한다. 카르카라 계곡 안에 있는 이곳은 한텡그리로 향하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고 풀들이 말라버리는 스텝 지역과는 달리 한여름에도 푸릇푸릇한 야생화들이 많아서 꿀벌을 키우는 러시아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식쿨은 1961년, 세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하고 돌아온 유리 가가린이 휴양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식쿨은 1961년, 세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하고 돌아온 유리 가가린이 휴양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꿀은 알타이산 꿀과 함께 최고 품질의 꿀로 인정받는데,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서 이식쿨로 가는 길가에는 이들이 꿀을 놓고 파는 가판대를 만나게 된다.

암염 녹아 생긴 소금호수


이식쿨은 현지어로 뜨거운 호수라는 뜻이다. 암염이 녹아 형성된 소금호수라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호숫물의 염도는 바닷물보다는 훨씬 낮지만, 마시거나 농업용 관개용수로 쓰기에는 적당치 않다. 이 호수에는 초대형의 송어가 산다고 한다.

이식쿨 호수는 해발 1600m에 있고 제주도의 약 3.5배나 되는 크기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700m에 달하고, 수심 20m까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이곳은 또 1961, 세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하고 돌아온 유리 가가린이 휴양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유르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독일관광객들.
유르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독일관광객들.

소련 시절, 이식쿨 호수 주변이 해발 4000m를 웃도는 산악지대이고 수질이 염수인 점에 착안, 미국의 첩보용 정찰기를 피하고 바다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잠수함을 띄워 어뢰 발사실험을 한 곳이라고도 한다.

소설가 아아트마토프의 작품 하얀 배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호수를 찾는 이들의 80%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다. 그래서 알마티에서 톈산산맥을 관통하여 이식쿨 호수로 바로 가는 약 100km의 관광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었고 2009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그 도로는 완공되지 않고 있다.

송쿨에서는 말을 타고 젖을 짜는 유목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송쿨에서는 말을 타고 젖을 짜는 유목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만약 도로가 완공된다면, 톈산의 대표도시이자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반 만에 이식쿨 호수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알마티에서 걸어서 톈산산맥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해서 이식쿨 호수로 갈 수도 있다. 현지인 알피니스트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34일 동안 트레킹해야 하는데, 한여름에도 눈보라를 맞을 수 있어서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힘은 들겠지만 색다른 추억으로 가득찬 인생 트레킹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반사막과 대비되는 녹색초원
 

기행의 화룡점정은 바로 톈산산맥 속 해발 3016m에 있는 송쿨호수다.
기행의 화룡점정은 바로 톈산산맥 속 해발 3016m에 있는 송쿨호수다.

이번 기행의 화룡점정은 바로 톈산산맥 속 해발 3016m에 있는 송쿨호수다. 이식쿨 호수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은 곳에 있다. 송쿨 호수를 찾는 이들은 한결같이 해발 3000m의 고산에 이렇게 넓은 초지와 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자리할 수 있는가?”라며 탄성을 질러 댄다. 송쿨호수로 가는 도중에 보게 되는 낙타와 반사막의 풍광과는 전혀 대비되는 녹색의 초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짧은 여름 3~4개월 동안 나른, 카치코르, 아트-바쉬 등 주변 지역에서 온 유목민들이 자신들의 말과 양 떼를 살찌우는데 충분한 초지와 물을 가지고 있다. 톈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맑디맑은 얼음물 그 자체인 송쿨호수는 매일 아침 물을 마시러 호수를 찾아오는 주변의 수많은 말로 인해 장관을 이룬다. 유목민들이 이곳을 파라다이스라는 의미의 쟈일라우고 부르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한다.

송쿨호수 주변에는 톈산 유목민들의 집인 유르타가 있다. 유르트라고도 부르는 유르타를 몽골에서는 게르, 중국 땅인 네이멍구에서는 파오라고 부른다.
송쿨호수 주변에는 톈산 유목민들의 집인 유르타가 있다. 유르트라고도 부르는 유르타를 몽골에서는 게르, 중국 땅인 네이멍구에서는 파오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전통 유목민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려볼 수 있다. 유르타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자들의 몸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리셋시켜줄 것이다.

만약 한국산 립스틱이나 과자류를 유르타의 안주인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센스를 보인다면, 여러분의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정화해줄 그들의 진심 어린 환대와 함께 천사와 같이 환하게 웃는 송쿨호수의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자 이제는 떠나는 일만 남았다.

●김상욱

알마티국립대 조선어과 교수로 카자흐스탄 땅을 밟은 지 29년. 한글 동포신문 주필이고 연합뉴스를 통해 중앙아시아 5개국 뉴스를 전하고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KBS ‘1박2일’에서도 고려인 강제이주에 관해 이야기했다. 부부사진전 ‘카자흐스탄’을 열었고, 사진집 <카자흐스탄>과 공저로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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