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는 가을이 물 들이켜는 소리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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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는 가을이 물 들이켜는 소리가 가득
  • 장인수 시인, 국어교사
  • 승인 2023.09.1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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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꽃과 열매가 폭발한다
벼 줄기 밖으로 이삭이 나오는 것을 출수기라고 한다. 이때는 벼들이 황소가 구유통 물을 들이켜듯 미친 듯 벌컥벌컥 물을 사정없이 폭풍 흡입한다.
벼 줄기 밖으로 이삭이 나오는 것을 출수기라고 한다. 이때는 벼들이 황소가 구유통 물을 들이켜듯 미친 듯 벌컥벌컥 물을 사정없이 폭풍 흡입한다.

밤호박을 30여 통 수확했다. 절반 정도 수확을 했다. 그중에 열 통을 가지고 와서 세 통을 쪘다. 짱아가 가장 잘 먹는 주식이다. 강아지와 사람이 함께 즐긴다. 다다음 주에 30여 통을 더 수확할 예정이다. 품종이 다른 늙은 노란 호박은 열 통 정도 수확할 예정이다.

8월 중순인데 페이스북을 보니 어떤 분이 개다래를 벌써 땄다고 올렸다. 아버지께 여쭤보니 너무 이르단다.

서리태, 대추, 고욤, 다래는 서리 내린 후에 추수해야 해. 그래야 맛이 달아. 개다래도 마찬가지야. 흠집이 있는 것처럼 황색이 섞인 개다래는 서리가 내린 후에 따야 해. 열매 안에는 벌레가 들어가 있어서 이를 충영이라고 하지. 벌레가 들어가 있어야 약 효능이 몇 배 강해져. 벌레까지 복용해야 해.” 이러신다. ! 서리 내릴 때 수확해야 하는 농작물이나 약재가 있구나.

8월 중순! 논에 물대기가 한창이다. 벼꽃이 마구 피고 하얀 벼이삭이 쏟아져 나온다. 완전히 물을 떼는 7월을 물떼기라고 한다. 논바닥이 타들어 가고 쩍쩍 갈라지는 것을 보고 농사꾼들은 논 잘 말랐다라며 기뻐한다. 8월 중순이 되면 벼꽃이 피면서 임신한 벼 줄기가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수잉기다. 벼 줄기 밖으로 이삭이 나오는 것을 출수기라고 한다. 이때는 벼들이 황소가 구유통 물을 들이켜듯 미친 듯 벌컥벌컥 물을 사정없이 폭풍 흡입한다. 벼들이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만삭의 흰 벼꽃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대며 초가을은 열린다.

고추는 손이 많이 가지만 단위 면적당 가장 고수익을 보장하는 작물이다.
고추는 손이 많이 가지만 단위 면적당 가장 고수익을 보장하는 작물이다.

고추는 7~8번 정도 수확을 한다. 5일에 한 번씩 고추를 따서 말린다. 네 번 정도 따면 70%를 딴 것이다. 8월 초에 고추는 다시 새순이 나고 꽃을 피운다. 아기 고추가 마구 열리고 8월 말이면 붉게 익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다시 몇 번 고추를 딴다. 고추는 손이 많이 가지만 단위 면적당 가장 고수익을 보장하는 작물이다.

가을이면 이슬이 굵어지고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곡식들이 영글면 생장을 멈춘다. 풀도 마찬가지다. 곡식보다 풀이 먼저 마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들빼기, 민들레, 지칭개는 건초 더미 속에서 여리고 여린 가을 새싹을 소복하게 내민다. 한 소쿠리 뜯어서 무치면 소주 안주로 최고다!

가을꽃들
가을꽃들

가을엔 봄보다 더 많은 꽃을 피우는 것 같다. 벼꽃, 맨드라미, 코스모스, 꽃무릇, 국화 종류의 꽃이 따로, 함께, 같이, 저만치, 가득 핀다. 열매는 누렇고 변하면서 꽃 색깔이 된다. 열매도 꽃이 된다.


가을이면 왜 식욕이 왕성해질까


고양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서 부엌 뒷문을 닫아걸었다. 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자 고양이들이 점점 들판으로 들어가더니 메뚜기와 생쥐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초평 들판은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 우렁이 농법을 쓴다. 여름에는 백로, 왜가리가 우렁이를 잡아먹는다. 고양이들도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우렁이를 잡아먹는다. 벼를 베고 나면 까마귀와 까치가 논바닥에 가득하다. 우렁이, 메뚜기를 잡아먹느라 부산하다.

밭에 삼십 평 정도 심어놓은 땅콩의 새순을 고라니가 내려와서 몽땅 뜯어먹었다. 새순만을 골라서 몽땅 뜯어먹었다. 땅콩은 특이하다. 땅속에서 나오기에 고구마처럼 뿌리에서 열리는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꽃이 수정되고 나면 그 줄기 꼬투리가 아래로 처지면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땅콩이 열린다. 꽃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다고 해서 낙화생(落花生)이라고도 불린다. 하여튼 새순은 고라니가 작살냈지만 꽃은 작살내지 않기를 바란다.

땅콩을 품은 땅콩 씨방 껍질을 호주머니라고도 한다. 땅콩은 호주머니인 것이다. 재밌는 용어다.

빈 외양간 말뚝에 묶여있는 개는 목장갑을 물어뜯고, 자신의 목줄을 몰어뜯고, 어둠과 달빛을 물어뜯고, 고양이가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 컹컹 짖는데 어둠을 찢으며 가을이슬이 밤새 쏟아졌다. 아침이 되면 개는 팔딱팔딱 뛰며 마구 보챈다. 찬 이슬이 내린 들판 아침을 마구 달리고 싶은가 보다. 칭얼대며 캥캥거리며 미친 듯이 보챈다.


잉여-상품-나눔-가치가 넘친다

 

고추는 7~8번 정도 수확을 한다. 5일에 한 번씩 고추를 따서 말린다. 네 번 정도 따면 70%를 딴 것이다. 장인수 시인.
고추는 7~8번 정도 수확을 한다. 5일에 한 번씩 고추를 따서 말린다. 네 번 정도 따면 70%를 딴 것이다. 장인수 시인.

우리 집은 50여 가지 곡식류와 채소류, 과일류, 약재류를 재배한다. 그중에서 판로가 정확히 형성된 곡식은 딱 여덟 가지다. 1000평 정도에 심는 참깨, 들깨, 고추, 감자, 고구마, , , 마늘이다. 반면 나머지는 팔아먹지 않는다. 판로가 형성된 여덟 가지 곡식은 모두 시장에 유통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약재류는 한두 해를 충분히 보관할 수 있다. 또는 효소를 만들어서 몇 해를 묵힐 수 있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는 그렇지 않다. 즉각 소비해야 한다.

생옥수수도 딱 2주 안에 먹어치워야 한다. 냉동 보관하면 6개월 이상 먹을 수 있지만 맛이 떨어진다.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옥수수는 100개 정도다. 그런데 300여 개가 생산된다. 나머지 200개는 공짜로 아파트 이웃과 교회 친구분들에게 나누어 준다. 호박도 비슷하다.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호박은 70개 정도다. 그런데 150여 개가 생산된다. 나머지는 공짜로 이웃과 친척들에게 나눠준다.

양파는 500여 개 정도를 생산한다. 우리 가족이 200개 정도 먹는다. 나머지 300개는 공짜로 다 나누어 준다. 상추, 시금치, 가지, 오이, 두릅, 대파, 쪽파도 마찬가지다. 나눠주기 바쁘다. 아내는 20여 명의 이웃과 교회 친구분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 바쁘다. 사유재가 공유재로 변신을 한다. 교환가치가 그 기능을 버리고, 상품이 베풂과 나눔이 된다.

나로서는 내년에는 더 많은 품목의 판로를 개척해서 돈을 버는 상품으로 바꾸고 싶다. 그게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내가 트럭을 사서 증평장, 진천장, 오창장, 모란장 등 전통 재래시장에서 팔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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