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시내버스…옴니버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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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시내버스…옴니버스4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9.2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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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때 시내버스통학 내공 덕분 다시 버스 타는中
환경운동가라서, 시간을 짜임새 있게 쓰려고 타기도
도계 밖으로 통학…반나절 만에 3개 시도로 가기도

<내 이야기>

1977년의 청주 시내버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내가 매일 통학하던 그 버스다. 사진=청주시DB
1977년의 청주 시내버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내가 매일 통학하던 그 버스다. 사진=청주시DB

2014년 자가(自家)를 상실한 이후 꼭 2년마다 옮겨 다니며 살았다. 시내버스도 드물거나 시내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떨어진 곳이었다. 오송읍과 옥산면에만 세 번 살았는데, 모두 읍면 소재지가 아니었다. 사실상 자가용이 꼭 필요한 곳이었으나 식구 수대로 차를 살 형편이라면 자가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내버스가 내 몫이 된 까닭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내버스를 탄 내공 때문이다. 변두리로 이사했음에도 전학을 거부(?)하고, 장장 4km 거리를 통학했다. 등굣길에는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피하고자 오전 7시 전에 집을 나섰다. 차장 누나가 오라이를 외치며 개문발차(開門發車)’하던 광경은 아련하게나마 잔상으로 남아있다.

3학년 때인 1977년의 시내버스요금은 30원 정도로 기억한다. 아래 경향신문기사를 통해 기억이 비교적 정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197710월과 19786월 잇따라 버스요금을 인상했는데 1978년의 인상폭은 일반 25%, 학생 16.7%였다. 당시 시내버스요금은 어른은 40원에서 50, 학생은 30원에서 35원으로 올랐다.”

그때 내공으로 다시 9년째 시내버스를 탄다. 자전거로 큰길까지 나와 502번으로 출근 시작. 사진=이재표
그때 내공으로 다시 9년째 시내버스를 탄다. 자전거로 큰길까지 나와 502번으로 출근 시작. 사진=이재표

2023919일에도 외진 집에서 1.6km, 자전거를 타고 나와서 버스를 두 차례 환승한 끝에 운천동 충청리뷰까지 왔다. 자전거+환승 대기 포함 1시간 15분이 걸렸다.


<김태준 이야기>

지금은 편의점 사장인 김태준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내버스 덕후(일본말 오타쿠의 변형)’. 김태준 대표는 청주 시내는 물론이고 인근 도시로 연결되는 노선과 노선번호를 줄줄이 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그는 머릿속의 지식을 감추지 못한다. SNS에 시내버스 관련 글이 올라오면 댓글을 줄줄이 달며 설명하기 일쑤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시내버스를 탔다. 율량동에서 당시는 수동에 있던 주성중으로 통학했다. 하지만 그가 덕후에 등극한 것은 충남 아산에 있는 선문대학교까지 통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2학번인 김 대표는 2022년 졸업까지 무려 10년간 대학을 다녔다. 그동안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니다. 건강 등 이런저런 사유로 다니다 쉬기를 반복했다.

터미널까지 가서 시외버스를 타는 게 조금 더 빠르기는 해도 시내버스로 가면 1000원 정도가 절약됐어요. 그래서 등교는 시외버스로, 하교는 시내버스로 할 때가 많았죠. 노선정보는 일부러 타보면서 실전으로 익힌 지식이에요.”

진천군 등 시계(市界) 밖으로 다니는 시내버스만 있는 게 아니라 도계(道界)를 넘나드는 노선도 적잖다. 그는 충남 병천으로 가는 721번을 탄 뒤 종점에서 천안터미널까지 가서 선문대로 가는 스쿨버스로 갈아탔다. 그러고 보니 흔하디흔한 B3(세종), 조치원, 부강, 신탄진행이 모두 도계 밖 노선들이다.


<이성우 이야기>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출퇴근에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이성우 처장이 시내버스를 탄다는 사실은 가끔 버스 안에서 조우(遭遇)’하면서 알게 됐다.

사실 흥덕대교 인근에 있는 환경련 사무실은 직지대로를 다니는 버스를 이용해도 조금 걸어야 하고, T자 도로의 한 축인 사직대로를 다니는 버스를 타면 더 많이 걸어야 한다. 하나병원 인근에 사는 이성우 처장은 최근 일부러 사직대로 경유 버스를 탄다고 했다.

운행 간격도 촘촘하니까 이용하기 편하고 청주대교에서 내려서 적당히 걸으니까 운동도 돼서 좋아요. 버스 안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운전할 때보다도 시간을 더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습니다.”

이성우 처장은 무엇보다도 대중교통 이용이 환경운동가라는 정체성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구도심을 두고 자꾸만 외곽을 개발하다 보니 시내버스 노선으로 커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이해합니다. 기본적으로 외곽개발은 고속화도로, 자동차산업과 맞물려 가죠. 그렇더라도 자전거, 행복택시 등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시영 이야기>

최시영 전 청주시유기농마케팅센터장이 9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일요일엔 시내버스 종점 여행>이란 제목의 글은 아내의 제안으로 집앞 시내버스 승차장에서 무작정 맨 처음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412번이 도착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412번이 도착했다.

차도로 나갔더니 마침 건널목 신호등이 켜지더란다. 그래서 건너편 정류장으로 갔단다. 이 순간 남이냐 북이냐가 결정된 것이다.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로 시작하는 설운도의 노래 <나침반>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용두사지철당간(구 남궁외과) 정류장에서 맨 먼저 들어온 첫 버스 412번을 타고 남이, 척산, 가톨릭 꽃동네대학교를 거쳐 부강역 지나 부강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시내구경을 했단다. 부강(부용면)은 청주시와 통합 전 충북 청원군이었으나 세종시로 편입된 곳이다.

최시영 부부는 부강에서 거나하게 점심을 먹고 또 무작정 첫 번째 오는 300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신탄진(대전)에서 출발해 조치원(세종)까지 가는 노선으로, 세종도시교통공사가 운행하는 광역노선이다. 세종시 농촌 지역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충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셈이다.

502번은 세종시 조치원과 청주를 수시로 오간다.
502번은 세종시 조치원과 청주를 수시로 오간다.

조치원역에서 내려서는 차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느긋하게 나눠마시고 오송역을 들러 청주로 나오는 시내버스 급행을 탔다.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사창사거리 등을 들러 쏜살같이 도청 서문 앞까지 데려다주더란다. 대략 4시간이 소요됐고, 두 사람 교통비 9200원에 밥값, 찻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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