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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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들썩’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10.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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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집단 파업 예고하며 강력 반발 나서
일부 정치권 및 시민사회 의료공백 메워 ‘환영’
​​​​​​​金지사, 충북지역 의대 정원 221명 증원 요구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3001000명 이상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늘어난 새 정원은 기존 소규모 의대에 집중 배치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을 두고 정치권에선 지역-공공의대 신설보다는 이미 운영 중인 비수도권 의대 중 정원이 50명 미만 의대의 규모를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요구하는 공공의대신설, 별도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를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는 이번 안에는 빠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한 KAIST나 포스텍 등에 의학전문대학원 신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충북대 의대 입학 정원은 49

 

국내 의대 40곳 가운데 17곳은 정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인천과 충북, 경북 지역은 모든 의대가 정원 50명 미만이다. 사립대 29곳 중 14곳은 입학 정원이 60명 이하다.

반면 서울 소재 의대 8곳은 최소 76명에서 최대 135명까지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다. (도표1 참조)
 

 

김영환 충북지사는 17충북대 49명 미니 의대에 의존해온 충북은 지난 17년 동안 거의 무의촌 상태였다면서 충북대 의대 정원 150명 이상 확대를 정부에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도는 충북대 의대 49명 정원을 150명으로 101명 늘리는 한편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50명 정원), 국립 치과대학 신설(70명 정원)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은 청주 오송에, 국립 치과대학은 충북대와 통합하는 교통대에 각각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건국대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에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가입국 평균 3.7명에 못 미친다. 전국 의사 수 통계를 봐도 충북은 인프라가 열악하다. 의대 정원과 의사 수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도표2 참조)
 

 

정부는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일정 기간 비수도권 병원의 비인기 전문과목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도 검토했다. 이럴 경우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균형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지역의사로 뽑힌 이들의 직업 선택권 및 다른 의사들과 차별 등이 우려돼 이번에는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당장 의료계는 반발 성명서를 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17일 전국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 돌입 여부를 포함해 대응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생략한 채 벌이는 정책은 의료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충북 1000명당 의사수 1.57

 

지난 20207월 문재인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파업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매년 의대 정원 400명씩 10년간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에선 의사들의 집단 휴진,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 등으로 맞선 바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변호사를 어느 날 갑자기 30% 이상 늘린다고 하면 변호사들이 가만있겠는가. 그러면 그 업계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2025년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의대생이 졸업하고 활동할 때까지는 지금으로부터 최종 12년 이상이 걸리는 데 의료 체계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3년 전 대학생들이 시험거부를 하면서까지 정원 확대를 반대했었다. 이들이 지금 전공의가 됐는데 과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에 남아 있지 않고 모두 개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아마 1000명까지 정원을 늘린다면 서울대 공대나 카이스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이 정책으로 지방의대는 더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사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에게 어떠한 혜택이나 인센티브없이 의사 정원만 늘리면 결국 지금과 다를 바 없어진다. 다 소송이 걸리지 않고, 돈이 되는 과로 몰릴 수 있다.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종사자들에게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전체 국내 활동의사 수는 112321명이다. 10년 전보다 2만여명 늘었으나 의료 수요에 역부족이라는 통계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6월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2050년 기준 약 22000명 의사가 부족하며 이를 충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구 감소 등 의사 정원 확보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과 함께 각종 보건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정부가 이번에 지방 소규모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대학 입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생(N수생)이 늘어나고 이공계 학생이 중도 이탈해 의대 입시로 빠지는 등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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