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추모제가 아닌 투쟁문화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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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추모제가 아닌 투쟁문화제였을까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10.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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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100(1022)이 지났다.

지난 715일 오전 840분쯤 미호강 둑이 터져 밀려든 물이 오송지하차도를 덮치면서 지하차도 안에서 오가도 못한 14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인재(人災), 관재(官災)다 말은 무성했지만 책임지는 자 하나 없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 없이 100일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말이다.

참사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우리 사회가 이처럼 혼돈과 갈등을 겪을 이유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참사가 빚어졌다면 유가족을 보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법적 제도를 개선해 영혼을 달래야 한다, 그래야 저세상으로 간 이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는 길이 아닐까.

참사가 나자 국무조정실은 감찰에 착수해 행복청,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경찰, 소방 등 관련 공무원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신속했다. 1년 전 이태원 참사에 깜짝 놀라 신속하게 대처하는가 싶어 조금은 기대가 됐다. 검찰도 수사본부를 꾸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는듯 했다.

그런데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관련 공무원 휴대폰을 압수해 갔고 관련 기관 사무실 압수수색 했고 뭐 이런 소식만 있었지 달라진 것은 없다. 대형 참사 수사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100일이 되도록 감감 소식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꼴이다.

불길한 예감도 든다. 2020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9명 중 4명이 무죄, 4명이 감형 판결을 받았다. 주의의무의 과실과 이 사건의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현실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판박이 참사로 꼽히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묻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게 불안해진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청주지검 앞에서 가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자리가 추모제가 아닌 오송 참사 100일 투쟁문화제였을까.

유족들은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경계한다. 기관장들은 처벌을 피하고 하위공무원들만 덤터기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게 기관장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시민들이 길 가다, 차 타고 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무하게 죽는 세상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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