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의대 증원 요구, 건국대 제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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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의대 증원 요구, 건국대 제외 논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10.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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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립대병원 중추 역할 방침과 연계…충주지역은 “건대 포함” 여론
김영환(왼쪽) 충북지사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해 충북지역 의과대학 의사 정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충청북도가 정부에 도내 의과대학 의사 정원의 증원을 건의하면서 충주에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충주병원)를 제외한 것이 논란이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19일 도청 기자 브리핑에선 충북대의 49명을 127명으로, 건국대는 40명을 70명으로 각각 증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난 17일 도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건국대를 빼고 “정부에 221명 이상 증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원 대상을 충북대(현재49명→150명 이상),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50명), 국립대 치과대학 신설(70명)로 한정했다. 과학의전원은 오송에, 국립치대는 충북대와 교통대의 통합 몫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 제외 배경에 대해 김 지사는 “충북지역 의대 정원 89명 중 40명이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 배치돼 있는데 그분들이 충북의료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건국대 서울병원을 위한 대학이 아니라 충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충북 북부에 왜 의료 공백이 있는지 그 문제를 우선 응답해야 한다”고 건국대를 비판했다. 이는 건국대가 1985년 충주에 의대를 설치했지만 2005년 의전원 전환 이후 주로 서울캠퍼스에서의 수업 진행과 의사들의 충주병원 홀대에 대한 시정 요구다.

그러자 건국대는 이튿날 입장문을 내고 “2020년부터 300억 원의 자금을 법인으로부터 지원 받아 충북 북부권의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의대 정원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조길형 충주시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가 건대 의대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데 대해 건국대 측도 실효성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면서도 “건국대 의대로 지역 의료의 한계 극복과 보완을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221명 증원 요구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충북 북부지역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 정원도 필수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맹정섭 충주시민행동포럼 상임대표도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가 건대 의대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건대를 제외한) 김 지사의 의대 정원 증원 요구는 충주권 응급의료실태를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건국대 재단 측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충주시의회 유영기 부의장도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건국대 의대 정원 증원을 촉구했다.

이와 같이 충북도가 의대 증원 요구에서 건국대를 제외한 것은 정부의 국립의대 우선 증원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가 건국대 제외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주를 방문하기 이틀 전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먼저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체계의 중추로 육성해 지역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보건복지부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정부의 이와 같은 방침을 미리 확인하고 건국대 관련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입학정원 확대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 산부인과 같은 필수진료과목의 인력 수급이 어려워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역 간 의료 격차 우려와 함께 의료서비스 구조 개혁 지체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정과제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며 “무너진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의전원‧국립치대 신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체계로 중추 육성’을 통해 지역 의료 붕괴 방지를 당부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덧붙여 재정 투자를 통해 중증질환 치료역량의 획기적 증대, 국립대병원과 지역 내 병원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추진 기반 강화를 뼈대로 하는 ‘필수의료혁신전략’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통령실은 조 장관의 보고에 이어 충북대 등 10곳 국립대병원의 병원장과 서울대·충북대 총장, 의료진 및 환자들이 함께 모여 지역 의료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 필수의료의 인력 확충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충북도는 김 지사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충북지역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전략회의에선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핵심적 내용을 놓고 첨예한 논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의사협회는 집단적인 반발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지역 및 필수의 의료체계를 강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방법에 대해선 지역과 의료계, 정치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별 의대 정원 확대가 최대 관심 사안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확대 방침이다. 충북도는 비수도권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89명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221명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의대가 없는 전남도는 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000명 이상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총파업 불사 등 집단적 의견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간 이견 조율과 의료계 설득이 과제다. 우선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질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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