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열린 한상대회, 충북은 ‘온 데 간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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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열린 한상대회, 충북은 ‘온 데 간 데’
  • 애너하임=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10.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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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행사임에도, 도 단위 부스 마련하지 않아
31개국서 온 한국상인 7825명, 1940만 달러 계약
올해로 21회째, 충청권에서는 단 한 번도 안 열려
충북은 재외동포청이 정한 유치조건 갖추지 못해

지난 10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1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일명 세계한상대회)’.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기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시도가 자기 지방 정체성을 살린 자체 부스를 만들고, 선발한 기업들은 세계에 퍼진 한상(韓商, 한국 무역상)’들을 대상으로 아이템 선정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충청북도는 없었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막식 사전 행사 모습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21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막식 사전 행사 모습. 사진=조창완

반면에 1014LA 한인타운의 중심부인 한남체인 LA’ 앞에서 시작된 한인 퍼레이드에 지역 향우회 가운데는 남가주 충청향우회만이 유일하게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올해로 50주년이 된 한인 퍼레이드는 한인 이민 120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라 더욱 주목받았는데, 먼 타국에서 같이 하고픈 이들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충북 도 단위 부스 운영 안 해


사실 충청권은 재외교포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세계한상대회가 충청권에서 열린 적은 없다.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호남, 제주에서 번갈아 가면서 열렸다. 20회 세계한상대회를 대전이 유치하려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울산이 개최지가 됐다.

한상대회는 단순히 한국인들의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안팎에 있는 한국계 상인들이 비즈니스를 나누는 자리다. 올 대회는 등록 인원 기준으로 31개국 7825명의 기업인이 참가했다. 방문객도 3만 명 정도였다. 기업 전시회와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 등을 통해 17183건의 투자 상담과 1940만 달러의 현장 계약을 기록했다. 계약 상담 규모는 57260만 달러였다.

사실상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개별기업이 참가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들이 주도해 행사를 주관했다. 각 광역시도는 자체적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모집해 보통 20~30개 부스를 운영했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하는 부스가 있어서 관련 기업이 참여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전시회 운영이 쉽지 않다. 이번에 행사가 열린 애너하임 컨벤션센터도 행사를 주관하는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컨벤션 운영 측 간에 지속적인 갈등이 있었지만, 다행히 행사는 잘 끝났다. 운영 측은 비용도 높고, 더뎌지는 행사장 준비를 위해 자체 인력을 일부 사용하려 했지만, 컨벤션 측이 소방 점검 등을 이유로 저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렇게 지자체가 주관해 준비하면 중소기업들은 항공료와 호텔비, 부스 설치비 등을 들어야 하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느낌이었다.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참가한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식품, 화장품, 건강 제품 관심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부스는 대체로 한국이 강점을 띨 수 있는 분야를 많이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은 부스는 식품 부스였다. 홍삼 관련 부스가 많았다. 경북, 전북 등은 각 기업 단위로도 홍삼 제품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가공 수산물을 내놓은 곳도 많았다. 전남, 수협, 제주, 우체국 등도 수산물 제품을 많이 전시했다. 일본 핵폐기물 방류로 인한 원인도 있겠지만 한국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였다. 울산이나 전북 등은 각종 장류 등도 다양하선보였다. 지역 중기청 부스는 화장품과 액세서리 등이 중심을 이루었다.

10월 14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인 퍼레이드에는 지역 향우회 가운데 ‘남가주충청향우회’만이 눈에 띄었다.
10월 14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인 퍼레이드에는 지역 향우회 가운데 ‘남가주충청향우회’만이 눈에 띄었다.

건강 관련 제품도 많았다. LED를 이용한 온열기나 치료기 등도 많았다. 부흥메디컬의 경우 요실금 치료기인 닥터레이디나 주파수 치료기를 선보였다. 디지텔헬스케어 기업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는 건강관리앱인 가문의 건강스마트 경로당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스마트 경로당사업의 경우 미국 내 양로사업에 진출한 교민들이 많아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는 각 지자체장이 참석해 시도 비즈니스에도 열중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장을 찾아, 내년 한상대회 유치에 열을 올렸다. 전북도는 지난해부터 해외 한인상공회의소 등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온 것을 비롯해 재외동포청의 전신인 재외동포재단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다음 대회 유치에 노력했다.

올해 출범한 재외동포청이 둥지를 튼 인천도 도전장도 내밀었다. 재외동포의 영사·법무·병무·민원·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정부 전담 기구가 인천에 들어서 명분도 갖추었다. 여기에 제주까지 다음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10월 말까지 의향서를 받고, 의향서를 토대로 11월 현장 실사를 벌인다.

12월에는 운영위원회 투표를 거쳐 최종 개최지를 결정한다. 재외동포청이 밝힌 대회 개최 조건은 숙박시설(700객실 이상 보유), 컨벤션센터(연회장 3300, 전시장 6600이상 보유)를 비롯해 대회 준비 TF 구성, 자치단체 예산 지원(5억 원 이상 출연) 등이다. 세계한상대회는 지금까지 부산에서 다섯 차례, 서울과 제주에서 각 세 차례, 인천에서 두 차례 열렸다. 대구와 광주, 울산, 전남(여수), 경북(경주), 경남(창원), 경기(일산)에서도 한 차례씩 열렸다.

충북으로서는 아직 세계한상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 이번에 자체 부스를 마련하지 않은 만큼 관련한 경험이 빈약하다. 하지만 다음 대회에 이어, 25년 중국에서 열리는 26년 대회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부족하다면 세종과 결합해 유치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 세종은 행정수도이기도 하지만 컨벤션 자원도 갖고 있어서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기반 조성도 시급하다. 우선 중국이나 미국 등에 있는 재외 충청향우회와 결합을 통해 관련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까지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약점보다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이 행사를 찾는 재외동포들은 고국을 방문하는 흥미도 있는 만큼 충청권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높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 행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 쉽게 이 행사를 유치할 수도 있다.


행사를 위한 행사는 피해야


세계한상대회가 지역 경제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에 진출한 우리 민족 무역상들과 충북을 연결할 때 얻는 다양한 시너지효과도 있다. 사실상 이번 행사를 찾은 충북 출신의 교민들은 당연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실행 전략을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충북 산업의 강점을 부각해야 한다. 충북은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과 화장품·뷰티, 유기농·식품이 세계 한인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다. 화장품·바이오 생산액은 전국 2위라는 점은 강점이다. 제천을 중심으로 한 약재 산업도 급속히 늘어가는 고령 재외교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회에 수로부인 캐릭터를 내세워 메타버스를 주제로 들고나온 경북 전시관 입구.
이번 전시회에 수로부인 캐릭터를 내세워 메타버스를 주제로 들고나온 경북 전시관 입구.

아울러 재외교포들 가운데는 다양한 이유로 귀국을 희망하는 층이 많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교통 등 생활 인프라와 적당한 주택가격이다. 재외교포들도 5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지 않다. 하지만 200~300만 달러 수준의 주거단지에는 관심이 많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충북에서 세계한상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재외교포들이 충북과 충북의 비즈니스를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행사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경북이었다. 경북은 전시장 입구에 메타버스 도시 경북을 슬로건으로 특별 부스를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철우 경북지사가 현장을 찾고, 향후 캘리포니아 뉴포트시와 같이할 이 행사를 홍보했다.

경북은 경북과 미국 뉴포트시에서 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해 새로운 한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경북은 지역 문화 콘텐츠인 신라시대 향가 헌화가의 수로부인을 모티브로 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3LED 스크린과 증강현실(AR)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의 천년 신라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현실 공간에서 실감 나게 만나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한복, 한식, 한글, 한옥, 한지와 함께 경북 주요 관광지 및 축제를 홍보하는 사진전을 열어 이미지를 굳히는 역할도 했다.

직지라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충북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IT회사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에듀 담당 상무로 일한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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