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광지로 떠난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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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광지로 떠난 청주시의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0.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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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선임기자

 

 

바야흐로 청주시의회의 해외연수가 시작됐다. 이들은 이를 해외연수라 하지 않고 공무국외출장이라 부른다.

행정문화위원회는 10월 30일~11월 7일 헝가리·크로아티아를 방문한다. 그리고 재정경제위는 10월 30일~11월 6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복지교육위는 10월 30일~11월 8일 미국 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 농업정책위는 10월 31일~11월 7일 베트남·라오스를 간다. 또 도시건설위는 11월 1일~9일 미국 워싱턴·필라델피아·뉴욕·보스턴, 환경위는 10월 31일~11월 7일 이탈리아·프랑스를 방문한다.

이들은 이렇게 일제히 떠났다. 그런데 출장지가 하나같이 관광지다. 아름다운 경치와 건축물을 자랑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럼 의원들은 이 곳에 왜 갔을까? 행정문화위는 역사문화유적 보존과 관리실태, 관광산업을 보기 위해 떠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위는 노르웨이 대중교통 시스템과 스웨덴 및 핀란드의 전통시장, 복지교육위는 아동박물관·추모공원·도서관 운영 벤치마킹, 농업정책위는 한국형 스마트팜 방문과 도내 농산물에 대한 베트남 소비자 반응 파악 등을 위해 간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도시건설위는 워싱턴의 도시재생 사례와 뉴욕의 도심활성화 프로젝트, 환경위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환경시설 및 쓰레기처리 공공기관을 돌아보기 위해 방문한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에는 의원 1인당 300~400만원의 경비가 들어갔고, 각 상임위 직원 3~4명과 집행부 관계자 3~4명이 동행했다. 의원들은 경비 일부를 자부담하고 공무원들은 전액 세금으로 간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왜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할까? 아니 환영이 아니라 왜 지탄을 받을까? 의원들에게 해외연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대체로 인정한다. 의원들은 세계의 모범사례를 보고 와서 우리 지역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나라를 가봐야 한다.

하지만 해외연수는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여기서 지적의 단초를 제공한다. 일단 연수 프로그램을 보면 가보고 싶은 나라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기관이나 시설방문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관광지가 많다. 그 나라의 이름난 명소 또한 빼놓지 않고 찾아간다. 미국 뉴욕에 가면 굳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오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연수를 떠나기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를 받는다고 항변한다. 최근 청주시의회 심사위에 출석한 위원 6명 중 3명은 전직 시의원, 1명은 전 의회사무국 간부였다. 이러니 지적을 해도 부드럽게 한다. 연수 후 의원들의 자료집은 대부분 형식적이다. 요즘은 자료가 넘쳐 인터넷에 나와 있는 것만 짜깁기해도 된다.

나는 의원들이 외국의 선진사례를 청주시 행정에 접목해 호평받았다는 얘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다선의 모 의원은 “안 가본 나라가 없다”고 자랑한다. 아름다운 관광지는 다 가봤다고 한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이제는 갈 데가 없을 정도" 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아예 중단하거나 싹 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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