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기후정의에 부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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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기후정의에 부합하나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11.0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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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업은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이나 냄새나는 폐수를 쏟아내는 하수구는 없다. 경제의 탈물질화를 이끌어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서류 더미를 컴퓨터가 대신하고, 거대한 철강 제품보다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손톱만 한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더 높으며,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 상품은 아예 물질 차원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를 드높일 것이라는 환상이 무너졌듯, 디지털 산업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주장은 점점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물질 없이 정보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디지털 산업은 대단히 물질적이다.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통신 케이블과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 약정이 끝나면 새로 사는 스마트폰과 테블릿 PC, 노트북 등 340억 개가 넘는 디지털 장비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당연히 엄청난 수의 반도체칩이 들어간다. 생산과 폐기, 가동에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에도 전 세계 물질 발자국(채굴/소비량)이 지속 증가하는 이유와 관련된다. 그 결과 디지털 기술은 전력소비량의 10%,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를 차지하며, 2025년까지 두 배쯤 증가할 전망이다.

청주 시민들은 SK하이닉스의 자가용 LNG발전소 건설을 막으려 오랫동안 싸워왔다. SK하이닉스는 첨단산업의 쌀’, 반도체로 부를 쌓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 사용은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엄청난 물과 전력 사용으로 환경에 부담을 가한다.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은 얼마나 전력을 소비할까? 가용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청주 전체의 23.2%에 달했다. 설비를 늘리면서 전력소비량도 더 증가했을 거다. 물 사용량도 대략 20%로 추정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도 정전 경험과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하지만, 자가용 LNG발전소를 지을 계획은 없다. SK가 삼성과 다른 게 뭘까? SK그룹은 반도체뿐만 에너지 사업도 한다. SK그룹 계열사인 SK E&S는 여러 지역의 도시가스 사업자이자, 연간 400tLNG를 직도입하는 국내 최대 민간사업자다. 보령에 LNG 인수기지도 있다. 직도입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광양발전소와 파주에너지서비스 등의 LNG발전소를 소유‧운영하며, 엄청난 흑자도 내고 있다.

직도입 가격이 비쌀 때는 가스공사 물량을 사용하는 기회주의 행태로 공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운 결과다. 우회적 에너지 민영화의 그늘이다. 이제 그룹사 반도체 생산의 전력 비용을 낮추기 위해 SK E&SLNG 직도입 능력을 활용할 속셈으로 보인다.

LNG발전소는 미세먼지 외에 온실가스도 배출한다. 청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1.5도 목표를 위해 2035년까지 모든 선진국은 발전 부문을 탈탄소화하도록 권고했다. 환경단체들은 LNG발전소의 좌초자산화를 경고한 반면에, SK E&S저탄소 LNG’를 주장한다. 가스 채굴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다는 거다.

국제 비난 속에 개발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단다. 추가적 에너지 소비, 저장 방법의 곤란함과 국외 부담 전가로, ‘그린워싱이라 비판받고 있다. 그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도입하겠단 소리가 청주에도 곧 등장할 수 있다. 무한정한 이윤 추구에 매달리는 거대 기업과 자본은 반도체든 LNG든 돈만 된다면, 어떤 위험이든 감수하고 누구에게든 부담을 전가하려 든다. SK하이닉스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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