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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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돌 정치
  • 이재표 편집국장
  • 승인 2023.11.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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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 [외딴 우물]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라는 전형적인 총선용 이슈를 쏘아 올렸다. 수도권의 불리한 판을 뒤집을 깜짝 카드를 빼든 셈이다. 이런 걸 공중전이라고 부른다. 구리-하남-과천-안양-광명-부천-고양에서도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이러다간 1300만 명이 사는 메가 서울이 탄생할 판이다.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더니 며칠 만에 서울-부산-광주 3축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 당론이냐?”고 몰아붙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야당은 단호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중이라서다.

특별시라는 황홀한 환상은 위력이 대단한가 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사실 하루 12만 명에 달하는 서울 통근자들이 겪는 교통지옥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편입에 따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집값이 정권을 쥐고 흔든 게 불과 1년여 전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공중전 말고, 주민들이 겪게 될 현실을 점검해 보자. 김포시 전체 인구 486000여 명 중에 농업인은 14000여 명 정도지만, 농업은 주요 산업이다. 쌀 생산량만 22000t에 이른다. 바다에 접했고, 내수면 어업도 활발하다. 서울에 편입되면 정부와 경기도가 주던 각종 농어업 지원은 사라지게 된다.

독자적인 시군과 자치구가 갖는 권한의 차이도 크다. 김포시는 도농복합 지역으로 농어업 지원조직과 예산도 상대적으로 많다. 또 도시계획이나 교통계획도 독자적으로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많은 권한은 서울시로 넘어가고 조직과 예산도 축소된다. 김포시 2023년 본예산이 16103억 원이지만, 인구가 9만 명 더 많은 서울시 강서구의 본예산은 12261억 원이다.

편입의 동기가 된 지하철 5호선 연장도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로 편입되면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되는 까닭이다. 광역철도는 국비를 70% 지원받지만, 도시철도는 국비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서울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 변두리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 세금을 애먼 데 퍼준다며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대학에 가는 수험생들은 농어촌특별전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포시의 읍면 지역 여섯 곳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읍·면 지역 학생들의 대입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다. 내년도 대학 사회통합 전형 가운데 농어촌·도서벽지 학생 모집인원은 9646명이다.

실상은 이런데도 공중전이 시작되면 대개의 진실은 쟁점이 되지 못한다. 상대도 맞불을 놓을 공중전 대응만 준비하기 때문이다. 급조된 공격과 방어만 오갈 뿐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정치인들이 놀다 두고 간 공깃돌만 남을 것이다. 그때부터 유권자들은 속된 말로 현타(현실자각타임)’를 겪게 된다. 예언이 아니다. 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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