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귀는 열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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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귀는 열어두세요
  • 김민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 승인 2023.11.08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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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청명한 하늘, 붉고 노란 나뭇잎, 그리고 저마다의 감성을 갖고 산책과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을을 느끼게 된다. 필자 역시 화창한 가을날 산책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이어폰으로 잔잔한 음악을 듣기도 하며 멍하니 나의 걸음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어폰을 한 쪽만 착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 한가이 걷다가도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거나 팔을 펴는 등의 동작을 하려고 할 때에는 마치 도로 뒤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처럼 좌우, 앞뒤를 살피게 된다.

이런 습관은 얼마 전 산책을 하던 중 전동킥보드와 부딪치는 사고가 날뻔한 경험을 한 뒤에 생긴 것들이다. 가을 바람에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팔을 올려 스트레칭을 하려는 순간, 옆을 지나가던 전동킥보드와 거의 충돌할 뻔 했기 때문이다. 분명 인도 위에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전동킥보드가 곁을 빠르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킥보드 운전자 입장에서 내가 팔을 옆으로 들어올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자전거도로나 차도 등으로 통행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보도로 통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차도 쪽에 가까운 곳으로 서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전동키보드는 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헬멧을 써야한다는 작은 규칙도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고 심지어 여전히 두 명이 같이 타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필자가 학교에 있다보니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여전히 위험하다고 느낀다. 심지어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세우고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길을 걷는 사람은 최소한 한쪽 귀는 열어두고 다니는 것이 조금이라도 사고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지만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이어폰을 착용하면 안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이어폰을 끼거나 전화를 하면서 운전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하다. 그러니 보행자나 운전자나 나를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서 최소한 한쪽 귀는 열어두기를 당부해본다.

한쪽 귀를 열어두어야 하는 당부는 비단 보행자나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도 느끼고 있을 듯하다. 이것이 이어폰 착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말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일에서 상대방을 수용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며 들어야 한다는 것, 쉬운 듯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합리성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합리적 기준이 동일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언젠가 라디오를 듣다가 사람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명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어서 든 생각은 그렇다면 사람을 이해하는 두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 였다. 내가 내린 결론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옳든 옳지 않든, 좋든 싫든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내 마음 한켠을 상대방을 위해 열어두는 것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소한 한쪽 귀는 열어야 하는 것이다.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되었건, 보행자가 되었건, 같이 일을 하는 동료이건, 친구나 가족이건 우리 모두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 한 쪽 귀와 마음 한 켠을 열어두는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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