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포장 공사 자료가 비밀이 되는 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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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포장 공사 자료가 비밀이 되는 충청북도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3.11.1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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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법 해석으로 도민 무시 … 공무원 수준이 딱 충북도 수준
윤상훈 취재국장

제천시 청풍면 황석리에서 금성면 월굴리를 잇는 지방도 확포장 공사 현장에는 하루 종일 공사 차량과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충북도 발주로 지난 2021년 착공해 H건설과 S건설이 공동 시공 중인 이 도로는 오는 20255월 준공을 목표로 흙깎기, 비탈면 안전공사, 배수 및 구조물공사 등이 한창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순 한 독자가 이 도로와 관련한 시공상 문제들을 제보했다. 곧바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보를 뒷받침할 만한 석연찮은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누가 봐도 부실을 의심할 만했다. 충북도청이 있는 청주에서 제천까지는 120, 차량으로 2시간여가 걸리는 거리이다 보니 발주처인 충북도로서는 공사를 살뜰히 챙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에서 확인한 공사 관리 실태는 너무나 허술했다.

기자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충북도 도로과로 전화를 걸었다. 자신을 담당 감독관이라고 소개한 조모 공무원이 연결됐다. 기자는 조 감독관에게 해당 도로공사에 대한 설계 및 단가 내역 등을 정중히 요청했다. 감독관은 알겠다며 준비되는 대로 해당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자료를 받아 현장 취재 결과와 비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뒤끝이 개운했다.

자료를 기다리는 동안 토목건설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공사 현장을 오가며 제보 내용들을 꼼꼼히 점검했다. 짐작대로 시공 상의 문제들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지만, 정작 구체적 실체를 검증할 결정적 한 방에 이르기에는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다. 한 주가 지나도록 도가 약속한 자료를 받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조 감독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왠지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전과 달리 냉랭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답변은 황당그자체였다. 요청한 자료는 비공개로 분류됐기에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공무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도로과 차원의 공식적 결정이라며 번복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30년을 기자 생활하면서 군사도로나 특수 시설이 아닌 지방도 확포장 공사의 설계예산 내역을 비밀로 한다는 소리는 이날 처음 들었다.

감독관은 법대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한술 더 떠 이메일로 법 근거를 보내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다음날 수신한 서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명 정보공개법의 일부 조항이었다.

첨부 법조문 중 유독 95항과 7항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게, 누가 보면 대단한 근거라도 발견한 모양새였다.

해당 조항을 살펴봤다.

5) 감사ㆍ감독ㆍ검사ㆍ시험ㆍ규제ㆍ입찰계약ㆍ기술개발ㆍ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하지만, 이미 수년 전 공개 입찰을 거쳐 착공한 지 2년이 경과한 도로공사 현장의 설계 내역과 예산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견강부회도 유만부동이다.

7)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이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위 조항의 주어가 공무원인 조 감독이든 현장 시공사이든 일개 지방도 확포장 공사 내역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해괴할 따름이다.

이 무슨 신박한 법 적용이란 말인가? 더욱이 정보공개 불허 결정이 감독관 개인의 판단이 아닌 도로과 차원의 공식 방침이라니, 실소가 절로 날 따름이다.

택도 없는큰소리로 도민을 가르치려 드는 질 낮고 오만한 공무원들의 소속 기관은 충청북도다. 민선 8기 충북도정에 대한 도민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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