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라테파파, 나는 육아기 ‘민폐’맘이다. 남편과 나는 가사와 양육을 반반씩 분담하고 있다. 남편은 어디에서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인 반면, 나는 직장과 아이의 어린이집, 그리고 원 가족에게조차 정신없고, 부족한 사람이 되어있다. 결혼 전, 출산 전까지 각 개인으로 존재하던 우리는 지금 왜 이렇게 다른 평가를 받는 걸까?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부와 모의 돌봄 분담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요즘은 집 앞 공원에만 나가도 유아차를 밀고 나온 아빠들이 많이 보이고, ‘라테파파’는 더 이상 스웨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구조와 인식 속에 성별 분업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충북여성재단의 ‘충북 소기업 일‧생활 균형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 남성들은 이미 가사와 돌봄 분담에 참여하는 ‘라테파파’였고, 자녀들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퇴근 이후에 자녀를 함께 돌보고, 자녀가 잠들면 그때부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남성과 여성 모두 겪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승진 누락 및 권고사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제도의 활용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육아기 제도 사용에 개방적인 사업주들도 남성 직원에게는 허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여성이 더 많은 육아기 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여성은 경력단절과 고용불안 문제와 더욱 밀접해진다. 도내 약 87%를 차지하고 있는 종사자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에서 육아기 여성들은 일과 돌봄을 병행하기 위해 고용주의 시간 배려를 받고 있었다. 인력 유지가 어려운 고용주들은 ‘엄마’의 역할을 존중하고, ‘시간 배려’이든, ‘제도 활용’이든 근로 시간 단축을 허용한다.
그러나 조직 내 ‘노력 휴리스틱’의 맥락 안에서 여성들은 ‘특혜’나 ‘민폐’의 이미지와 다시 연결된다. 해당 조사에서 경력단절을 벗어나 일할 수 있게 된 육아기 여성들은 이런 상황을 체감하고 있었다. 근로 시간 단축을 고려하여 임금을 협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잔업은 집으로 가져가 처리하고, 먼저 퇴근하기 때문에 동료들의 눈치를 본다. 중간관리자로부터 비난을 듣거나, 퇴사를 권고받았다고도 한다.
노동시장에서 취약해진 그녀들의 삶을 인생 후배 여성들은 바라보고 있다. 그와 그녀가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면, 감수하지 않았을 일들을 말이다. 결국, 육아기 부모의 일‧생활 균형은 저출생 문제와 또다시 연결된다. 따라서 가임기 부부의 임신‧출산만 지원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를 부분적으로만 해결할 위험이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자료에서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과반이며, 2018년 이후 이와 같은 인식 경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