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위한 슬기로운 고기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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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위한 슬기로운 고기 소비생활
  • 김태경 미트마케터
  • 승인 2023.11.3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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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모츠(もつ) 야끼 이야기

지난주에 갑자기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12일의 아주 짧은 일정이지만 일본에 사는 친구의 안내로 알차게 여러 곳의 야키니쿠 식당들을 돌아봤다.

야키니쿠로 대표되는 한국식 고기 식당이 술집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는지 밥집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는지 요즘 유심히 살피고 있다.

일본은 이자카야라는 술집 형태가 따로 있어서 야키니쿠 식당은 우리와는 달리 고기 밥집에 가깝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표 고깃집인 삼겹살 식당은 고기 술집이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후 외식산업 전 분야의 매출이 감소하고 술집인 이자카야는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고기밥집인 야키니쿠 식당은 매출이 코로나 이전으로 가장 빨리 회복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삼겹살 식당은 일본의 술집인 이자카야와 같은 처지인지도 모르겠다.

 

모츠야끼는 소, 돼지, 닭의 내장을 익힌 음식이다. 간장에 절였다가 꼬챙이에 꽂아 철판에 굽는다. /사진=픽사베이
모츠야끼는 소, 돼지, 닭의 내장을 익힌 음식이다. 간장에 절였다가 꼬챙이에 꽂아 철판에 굽는다. /사진=픽사베이

 

재일교포들에게서 시작된 요리

 

일본의 야키니쿠는 해방이후 재일 교포들이 일본인이 먹지 않는 소나 돼지의 부산물 내장을 구워서 먹고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소나 돼지의 내장을 호르몬이라고 한다. 소나 돼지, 닭 등의 내장을 재료로 하는 메뉴를 모츠(もつ)라고 하기도 한다.

코로나 초기인 20202월 초 일본을 방문해서 고급 모츠(もつ) 코스요리 식당을 가게 되었다.

고기를 평생 업으로 살아온 나도 그렇게 많은 돼지 부산물을 구워 먹는 요리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호르몬 야키. 모츠야키의 시작이 재일동포들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부산물을 삶아서 국밥이나 수육이나 순대를 만들어서 먹지 불에 구워 먹는 요리를 거의 못 본 것 같다. 그럼 모츠야키는 왜 생겼을까? 이 물음의 답을 찾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도쿄에 도축장이 있다

 

대구의 막창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1960년대 이후에 나온 메뉴라고 하고 김해뒷고기도 돼지머리고기 등을 구워 먹는 메뉴지만 이 역시 김해의 대형 도축장이 건설된 이후로 야키니쿠보다 발생시점이 뒤다.

야키니쿠의 역사, 야키니쿠와 불고기와의 관계 등을 오늘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난주에도 도쿄타워 근처 문은 연지 70년이 된 모츠야키 아키타야 秋田屋를 방문해 봤다. 오픈(오픈시간 15:30)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3층 독립 건물 전체가 다양한 돼지고기 부산물 꼬치구이를 판매하는 인기 식당이다.

2020년에 방문한 고급 모츠(もつ) 코스요리 식당, 지난주에 방문한 아키타야 秋田屋의 공통점은 오늘 잡은 돼지의 머리와 내장을 당일 처리해서 오후에 구워서 판매한다는 거다.

세계 최고의 거대 도시 중 하나인 도쿄 시내에 아직도 도축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걸 아는 일반인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쿄 시내에 도축장이 있어서 아침에 도축한 신선한 돼지 머리, 내장을 공급받아서 훌륭한 모츠야키 식당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도 이야기했지만 충청도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 도축장들이 여럿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살리면 병천 순대 만큼 유명한 돼지 부속 구이 메뉴를 충청도의 대표 메뉴화 할 수 있다.

삼겹살은 베이비붐 세대가 젊은 시절, 압축성장의 산업화를 이룩하는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원동력이였다. 이제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더 이상 서민의 고기가 아니다. 삼겹살을 식당에서 혼자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돼지 부속 구이 모츠(もつ)야키는 꼬치 형태로 다양한 부위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1인 메뉴화가 가능하다. 아주 저렴한 가격의 안주로 하이볼 한잔, 생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MZ 세대를 겨냥한 신메뉴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일본 여행시 오사카의 재래 시장 구로몬 시장에서 와규 꼬치를 맛 보거나 도쿄 우에노 재래시장 아메요코에서 저렴한 안주들과 낮술 한잔을 하듯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 주변에 돼지 부속 구이꼬치, 삼겹살 꼬치를 즐기는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된장, 간장, 고추장 양념을 활용한 각종 돼지 부속 구이 꼬치, 고추장 삼겹살 꼬치 같은 새로운 메뉴들이 재래 시장의 명물 음식이 되어 전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전국에서 충청도가 일본의 고베우 꼬치처럼 한우 꼬치를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지역이 될 수 있다.

 

돼지 부산물을 활용하자

 

돼지의 부산물, 두 내장을 전통적인 요리법인 삶거나 끓여 먹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구이화 할 수 있다면 국제 사료가격의 인상 등으로 연일 음식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시대에 경쟁력이 있다. 또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새로운 육식 생활을 고민하는 시대에 복합 유기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모든 부위를 더욱 소중하게 소비하는 슬기로운 육식생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충청도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6차산업, 지산지소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제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고기는 소중하고 귀하게 음미하면서 맛있게 조금 먹는 생활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시작은 복합 유기생산체인 소, 돼지 한 마리의 가치 소비다. 돼지 부속 구이가 활성화되면 삼겹살 구이만 편애하던 육식생활도 균형이 서서히 잡혀갈 것이다.

조금 더 다양화되고 개인화 되는 사회에 사회적합성이 있는 신메뉴의 개발이 슬기로운 육식생활 가치소비의 시작이다.

난 일본의 모츠야키를 보면서 MZ 세대에 최적화된 신메뉴라는 생각을 한다.

식당까지가 농업이다. 메뉴 하나가 농업, 농민, 농촌 소득을 견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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