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지하철 타고 가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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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지하철 타고 가서 볼까?
  • 이숙정 전문기자
  • 승인 2023.11.3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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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가 선택한 연말 공연- 6편

2023년 계묘년이 저물어 가고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온 국민이 몸으로 체험했던 역사적인 2023.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공연 여섯 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기억해야 할 우리 시대 풍경화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 공연사진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 공연사진

대학로의 상징인 극단 학전이 2024315일 폐관 소식을 전했다. 1991315일 문을 연 학전은 올해로 32년을 맞았다. 최근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악화로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 폐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가수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릴레이 공연을 계획하는 등 학전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11월 다시 무대에 오른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마지막 시즌이 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다.

극단 학전의 대표적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1994년 초연 이후 8천 회 공연, 누적 관람 70만 명이라는 역사를 쓴 작품이다.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 이정은, 배해선, 방진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을 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독일 그리프스 극단의 <1호선>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한 라이브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원작의 기본적인 틀만 남고 내용 대부분이 새롭게 재창작됐다. 김민기 대표가 번안과 연출을 했고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 감독이 음악과 편곡을 맡았다.

<지하철 1호선>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울역, 청량리역을 지나가는 1호선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회사원, 소매치기, 취객, 노숙자부터 조선족 처녀, 사이비 전도사, 가출 청소년, 구청 단속반, 창녀, 깡패, 군인까지.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고 서글프다.

1996년 서울의 민낯을 보여 준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1996년 서울이 2023년 서울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게 될지를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23년을 기억할 의미 있는 첫 작품으로 <지하철 1호선>을 꼽은 이유이다.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 공연날짜 : 20231110()~1231()

- 공연장소 : 학전 블루 소극장

- 공연시간 : ~1930/ 14, 1830/ 15/ 1220() 공연 없음/1225() 15시 공연 있음

- 러닝타임 : 160

- 관람연령 : 14세 이상

- 출연진 : 서율, 이호용, 이일진, 임규한, 윤선희, 서미소, 윤민형, 박두희, 이혜민, 김태겸, 유선봉

- 공연예매 : 학전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


고전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뮤지컬 <레미제라블>

 

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주)레미제라블코리아
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주)레미제라블코리아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화난 민중의 노래가광장에 모인 혁명군과 시민들이 함께 목놓아 부르는 이 노래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다. 대한민국 600만 명에 육박하는 영화 관람객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이 감동을 함께 했다. 2018년 개봉된 <레미제라블>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실사 뮤지컬 영화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먼저다. 뮤지컬 <레미제라블>1980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었으며, 웨스트엔드 사상 최장기간 공연 중인 작품이다. 또한, 2023년을 기준으로 가장 흥행한 뮤지컬 6위에 기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이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8년 만에 돌아온 <레미제라블>은 올해 라이선스 공연 10주년을 맞았으며 지난 10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서울 공연을 시작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란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I Dreamed a Dream’, ‘One Day More’, ‘On My Own’, ‘Bring Him Home’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주는 감동은 영화 못지 않다.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즐거움을 선사할 연말에 만나고 싶은 최고의 뮤지컬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 공연날짜 : 20231130()~2024310()

- 공연장소 :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 공연시간 : 1930/1430, 1930/ 공휴일 14, 19/ 122()~3() 19/126() 1930/ 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 러닝타임 : 180(인터미션 포함)

- 관람연령 : 초등학생 이상

- 출연진 : 민우혁, 최재림, 김우형, 카이, 조정은, 린아 외

- 공연예매 : 인터파크 티켓


국립극단이 선택한 가장 연극다운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조씨고아,복수의씨앗
국립극단 조씨고아,복수의씨앗

2015년 초연부터 수차례 매진과 매회 기립 박수를 받은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의 대표 레퍼토리 있다.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이 그 작품이다. 113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122일 서울 누적 공연 100회를 기록하게 되며, 1225일까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 4대 비극 조씨 고아(원작 기군상),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초연 이후 동아연극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등을 수상하며 믿고 보는 우리나라 대표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에는 원작 출현지인 중국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2019년 국립극단이 주최한 설문조사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복수극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조씨 가문의 멸족을 자행하는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 조씨 집안의 문객이던 시골의사 정영은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씨 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과 아내의 목숨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다.

정영은 조씨 고아를 아들로 삼고 이름을 정발이라 바꾼다. 이를 알지 못한 도안고는 자신의 편이라 믿고 있는 정영의 아들 정발을 자신의 양아들로 삼는다. 하지만 정영은 정발이 장성하자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과거를 알려주며 복수를 부탁하게 된다.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은 거침없는 전개와 귀에 감기는 맛깔스러운 대사, 무게감 있는 인간 내면의 묘사,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로 지루할 틈 없는 150(인터미션 포함) 공연을 만들어 냈다.

데뷔 후 34년 동안 200여 편의 무대 미술을 담당해 온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 38년간 300여 작품의 분장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이동민, 올해 데뷔 26년 차를 맞는 류백희 조명 디자이너 등 무대 장인들이 만들어낸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대는 이 공연의 백미이기도 하다.


연극<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공연날짜 : 20231130()~1225() / 1215()~1217() 음성해설,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이동지원

- 공연장소 :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 공연시간 : 평일 1930/ 공휴일 15(화요일 쉼)

- 러닝타임 : 150(인터미션 포함, 변동될 수 있음)

- 관람연령 : 13세 이상 관람가(20101231일 출생자까지)

- 원작 : 기군상 원작

- 각색연출 : 고선웅

- 출연진 : 하성광, 장두이, 정진각,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 공연예매 : 국립극단 홈페이지, 인터파크


34주년 맞는 대표적인 시사코메디

연극 <늘근 도둑이야기>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은 노후 대책을 위해 마지막 한탕을 준비한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부자의 집에 들어간 두 도둑은 하필이면 그분의 미술관에 잠입하게 된다. 세계적인 미술품이 가득한 미술관이지만 도둑들은 그 가치를 알 리가 없다. 고가의 미술품을 앞에 두고도 오직 금고만을 바라보는 도둑들은 무서운 경비견이 잠들기만을 기다린다.

두 도둑은 무사히 금고를 훔쳐 갈 수 있을까? 물론 세상 물정 어두운 도둑들은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고 수사관은 있을 리 없는 범행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밝히려 든다.

1989년 초연 이후 34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시사 코미디, 연극 <늘근도둑이야기>의 이야기다. 이 연극은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문성근, 명계남, 유오성, 정은표, 박철민, 김원해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매회 공연마다 쏟아지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폭풍급이다. <늘근도둑이야기>는 지금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문제를 배우들의 연기와 입담으로 거침없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답답했던 마음으로 극장을 들어가도 나오는 순간 웃음으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이 작품은 34년을 쉬지 않고 무대에 공연을 올리고 있는, 그래서 늘 관객들에게 기억되고 다시 찾게 되는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다양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관람료가 어느 때보다 고마운 <늘근도둑이야기>로 한해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보는 것도 좋겠다.


연극 <늘근 도둑이야기>

- 공연날짜 : 202235~ 20231231

- 공연장소 :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1

- 공연시간 : 1930/ 20/ 17, 20/ 공휴일 14, 17/ 월요일 공연 없음

- 러닝타임 : 100

- 관람연령 : 13세 이상

- 출연진 : 박철민, 태항호, 주우성, 유일환, 이호연, 안태영

- 공연예매 : 인터파크 티켓


동화 속 주인공들의 유쾌한 반란

뮤지컬 <난쟁이들>

 

지금까지 공주 이야기는 잊어도 좋다. 사랑에 목숨 걸고 비극적인 자신의 운명을 왕자에게 의탁하는 나약한 공주도 잊어라. 신분도 개의치 않고 오직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백마 탄 왕자도 기대하지 마라. 대신 동화 속 들러리였던 난쟁이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개척하고 마는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발칙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뮤지컬 <난쟁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 창작 뮤지컬은 2015년 초연 이후 매 시즌마다 평균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난쟁이들>에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익숙한 백설 공주, 인어 공주, 신데렐라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공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공주들이 아니다.

광산에서 하루종일 보석을 캐고 일을 하지만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이 없던 난쟁이 찰리는 동화나라에 무도회가 열린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무도회에서 진실한 키스를 하는 커플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소식은 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찰리는 빅과 함께 재투성이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 준 마녀 할머니를 찾아가 왕자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마녀는 이젠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며 마법도 소용없다고 거절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찰리는 결국 마녀와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된다.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은 말 그대로 어른들을 주관람층으로 한다. 동화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집고 유쾌하고 날카로운 풍자로 이야기를 구성해 120분 공연 내내 관객들을 정신없이 웃게 만든다. 이제 21세기에 새롭게 변화한 공주와 왕자, 난쟁이를 만나 볼 차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뮤지컬 <난쟁이들>2024121일까지 대학로 플러스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난쟁이들>

- 공연날짜 : 2023111() ~ 2024121()

- 공연장소 : 플러스씨어터

- 공연시간 : ~20/ 15, 19/ 공휴일 14, 18(월 공연 없음) , 126(), 1213(), 1220() 4, 8시 공연

- 러닝타임 : 120

- 관람연령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2023년 공연 기준 2007년 포함 이전 출생자 관람 가능)

- 창작진 : 프로듀서 신동은 / 작가 이지현 / 작곡 황미나 / 연출 김동연 / 음악감독 채한울

- 출연진 : 유현석, 기세중, 윤석호, 조풍래, 류제윤, 장민수, 정우연, 박슬기, 한보라, 안상은, 이경욱, 선한국, 서동진, 남민우, 주민우, 이건희


치매로 소멸되는 우리의 찬란했던 기억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

 

무대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생일 파티에 입을 옷을 챙겨주는 딸이 돌아가고 혼자 남은 남자는 딸이 챙겨 놓은 옷은 까맣게 잊은 채 다른 옷을 손에 쥐고 서있다. 남자의 기억은 어린 시절로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이 남자의 기억은 얽히고 다시 흘렀다가 멈추고를 반복한다. 대사나 노래 없이 오직 네 배우들의 움직임과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 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만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바로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The Nature of Forgetting)(이하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다.

치매를 바라보는 이 작품의 시각은 새롭다. 치매를 병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삶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바라본다. 과거의 기억과 현실이 끊어진 필름처럼 일그러지고 버벅대는 순간에도 배우들의 움직임은 나비처럼 경쾌하다. 슬퍼야 할 순간에도 삶은 작지만 찬란한 빛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주인공 의 지워져 가는 기억을 통해 아름다웠던 우리 모두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비록 힘들고 지치고 버거웠을지라도 당신은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다독여 주는 듯하다. 연말, 내 삶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오는 121일부터 20241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피지컬 시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 (The Nature of Forgetting)>

- 공연날짜 : 2023121() ~ 2024128()

- 공연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

- 러닝타임 : 75(인터미션 없음)

- 관람연령 :8세 이상

- 연출 : 기욤 피지(Guillaume Pigé)

- 작곡 : 알렉스 저드(Alex Judd)

- 음악감독 : 김치영

- 출연진 : 전성우, 김지철, 소피, 김주연, 전혜주, 마현진, 곽다인, 강은나, 송나영

- 예 매 처 : 인터파크 티켓, 연극열전 홈페이지

●이숙정

공연전문 객원기자이자 비정규 에세이스트.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에 공연, 문화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 <나디오> 오디오 작가로 활동 중이며, 화성시 문화재단 뉴스레터에 칼럼을 썼다. 포토 에세이집 <나도 처음이야, 중년>, 비정규직 노동자 취재기 <세상을 바꾸는 2%, 나는 비:정규직입니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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