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아파트는 누가 다 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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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아파트는 누가 다 지었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12.01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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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첫 등장한 아파트, 90년대 건설붐으로 ‘불꽃’
과거 5층 높이에서 공법 개발로 49층까지 올라가
지역건설사 시대풍미했지만 이름만 남기고 사라져

청주지역 아파트 변천사
이름만 남긴 건설사

프롤로그
과거 단독주택은 집의 이름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름도 분명했다. 내집마련의 기쁨을 담아 집주인은 제일 먼저 돌과 나무에 이름을 새겨 대문에 걸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가족공동체는 성장했고, 집을 가꾸며 기억을 공유했다. 이제 우리의 집은 이름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집 이름 앞엔 괴상한 신조어가 난립된 캐슬’, ‘’, ‘시티등이 난무한다. 청주지역 아파트 변천사를 따라가봤다. 가장 오래된 청주의 아파트부터 최근 지어진 최고급 단지까지. 아파트 역사 안에 우리들의 추억 및 도시개발의 흥망성쇠가 다 녹아 있다.


전국에 아파트가 대규모로 지어진 것은 1987년 이후다. ‘보통사람을 내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이 기폭제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취임 1주년을 맞아 서민 대상 영구 임대주택 25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90만호, 지방도시에 110만호 등 총 200만호를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주겠다는 정책은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속도를 냈다. 이 때 분당, 일산, 평촌, 산본 1기 신도시가 탄생했다.

청주에도 이즈음 지역의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때 건설사는 땅만 보이면 아파트를 올리던 시기였다. 세원, 경희, 부강, 태암, 진흥, 미림, 삼일, 보성, 목화 등등. 지금은 아파트 이름만 남기고 수많은 건설사들이 사라졌다. 이들은 IMF(국제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당시 경희주택에 재직했던 최모 씨는 “90년대 청주지역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보면 된다. 분양을 완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는데 잘나가는 보험 판매왕들을 섭외해 아파트 홍보를 한 기억도 있다. 일부러 풍문으로 나는 이런 아파트가 좋더라는 말을 흘렸고,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해외 유명한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기도 했고, 지역 건설사들이 타 지역에 가서도 분양을 많이 했다. 한마디로 뜨거웠던 시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경희건설은 IMF때 부도처리됐다.

 

1975년경 주공임대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몰린 사람들. /사진=청주시자료
1975년경 주공임대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몰린 사람들. /사진=청주시자료

 

청주사람, 아파트에 더 많이 산다

 

20239월 기준 청주시 주택수는 417041호이다. 총 아파트 단지수는 652, 동수는 3151동이다. 세대수는 243363세대다. 단독주택 세대수는 173678호다. 그러니까 청주사람들은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에 더 많이 산다.

단독주택은 아파트, 도시형생활주택, 연립주택을 모두 포함한 숫자지만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다. 청주는 흥덕구가 공동주택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청원구, 서원구, 상당구 순이다. <도표1 참조>

 

청주시에선 흥덕구에 아파트가 가장 많다. 

 

1990년대 청주시 외곽 택지개발과 함께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됐다. 
아파트는 오늘도 건립 중이다.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단독주택에 사는 인구를 초월한지 오래다. /그래픽=충청리뷰 

 

청주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청주시에 첫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1975년쯤으로 추정된다. 청주시 과거자료를 보면 주공임대아파트 추첨 사진이 이 때로 나온다. 소위 뺑뺑이를 돌려 추첨자를 가렸다. 당첨 번호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현재 청주시내 남아있는 아파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들은 사창동에 모여있다. 조양아파트가 1978128일 준공했고 며칠 뒤 서울아파트가 문을 열었다. 이듬해 19791월엔 사창동 인근에 청우아파트와 7월에 무궁화 연립이 들어선다.
 

사창동에 있는 조양아파트는 1978년 12월 준공했다. 청주시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사진=박소영 기자
사창동에 있는 조양아파트는 1978년 12월 준공했다. 청주시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사진=박소영 기자
서울아파트는 조양아파트 바로 옆에 있다. 분양도 1978년 12월 조양아파트에 이어 며칠 뒤 했다.
서울아파트는 조양아파트 바로 옆에 있다. 분양도 1978년 12월 조양아파트에 이어 며칠 뒤 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수곡1동에 있는 모란아파트는 19796월 준공했다. 같은 연도 10월에 미호아파트가 사직1동에 세워졌다. 미호아파트는 사직두산위브더제니스가 건설될 때 수용될 뻔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여전히 남아있다.

197912월엔 중앙동에 있는 중앙상가, 내덕2동 금성계전, 성안동 청수연립, 수곡1동 수곡연립 등이 잇따라 준공했다. 중앙상가의 경우 승인허가 연도가 1977년으로 가장 빨랐지만 준공이 늦춰져 19791213일 입주가 시작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중앙상가를 꼽는다. 아파트 단지 분포는 도시개발의 순서를 정확히 쫓아간다.
 

수곡동에 있는 모란아파트는 1979년 6월 준공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수곡 1동에 있는 모란아파트는 1979년 6월 준공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모란아파트 관리사무소 글씨만 봐도 시대가 엿보인다. /사진=박소영 기자
모란아파트 관리사무소 글씨만 봐도 시대가 엿보인다. /사진=박소영 기자

 

1980년 이전의 아파트는 소규모 단지형태였지만 1990년대 들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규모도 커졌다. <도표2> 연도별 아파트 단지수 및 세대별 합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990년대에 235개 단지 81237세대가 청주시에 공급된다. 이 성장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90년대만큼은 아니지만 평균 10년마다 약 6만 세대의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다.

아파트 당첨이 로또로 인식된 것도 이때였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어지면서 생긴 기현상이었다. 2020년 들어서 현재까지 35개 단지 28931세대가 공급됐다. 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는 부침은 있었지만 한번도 꺼지지 않은 불패의 시장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청주시 아파트 개발 계획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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