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항구다
상태바
청주는 항구다
  • 이재표 편집국장
  • 승인 2023.12.06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장 칼럼- 외딴 우물

목포만 항구가 아니라 청주도 항구다. 바다가 없는 충북이지만 청주에는 하늘의 항구라는 뜻의 공항(空港)’이 있다. 한자를 문자로 쓰는 중국은 공항이라는 말 대신에 비행기장을 뜻하는 기장(지창, 机场)’을 쓴다.

기장이 아니라 공항이라서 다행이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바다엔 뱃길이 있고 하늘엔 하늘길이 있다. 심지어 망망 모래 바다엔 사막의 배라는 낙타가 있고 오아시스 마을 역시 항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청주국제공항은 19974월 개항했다. 명색이 국제공항이라 부산을 경유하는 괌 노선과 일본 오사카 노선이 있었으나 몇 달 되지 않아 모두 폐지됐다. 그때 공항을 출입하는 기자여서 대한항공을 타고 괌으로 취재 팸투어를 다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승객은 기자들뿐이었다.

국제선이 뜨지 않는 공항이니 국제라는 두 글자를 빼자는 자학성 기사가 심심치 않게 실렸다. 모 항공사 홈페이지에는 청주공항이 아니라 대전/청주공항이라고 표기되기도 했다. 세종시가 생기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관문공항이라는 위상이 설정됐는데, 이런 표현에도 심통이 났다.

청주공항은 한동안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각광을 받았다. 공항 외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찍고, 내부만 청주공항에서 촬영했다. 자랑할 일이 없으니 이것도 기사라고 썼는데, 사실 취재 내용은 참혹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청주공항이 한산해서 영화 찍기에 좋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인 2013년에 쓴 이 기사의 제목은 <청주공항 빌리는데 2시간에 22만원>이었다. 지금은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다.

청주공항은 지정학적인 위치가 좋아서 언젠가는 뜰 거라고들 했다. 인천 앞바다 영종도에 만든 인천국제공항에 비해서 사통발달 접근성이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신탄진에서 가는 낡은 시내버스 외에는 청주에서도 접근 수단이 없었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 몇 대가 공항을 경유하는데, 간혹 서울에 가느라 그 버스를 타도 공항에서 내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택시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는데, 이마저도 일반 택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카르텔을 형성하고 승객을 골라태웠다.

오송역에서 충북선을 타고 청주공항까지는 16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논둑 위에 세운 청주공항역은 역사도 플랫폼도 없이 논둑 옆 인도에 내려 철길을 건너야 했다. 그리고 언덕 넘어 1km를 걸어야 공항 청사가 나왔다. 몇 년 전까지 그랬다. 한 량짜리 셔틀열차를 놓겠다던 국회의원은 5선 임기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도 청주공항은 비상하고 있다. 정감록의 예언처럼 26년 전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다. 세종과 대전에서 오송역을 거쳐서 오는 급행버스가 다니고 청주공항역에서 청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수도권 전철과 충청권 광역철도가 연결될 것이다.

청주공항의 성적표는 TOP5이다. 세계 4위 규모인 인천과 인천 이전의 대표공항 김포,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섬이라서 공항이 필요했던 제주, 그리고 부산 인근 김해공항 다음이다. 내년에는 국제선의 급속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바다 없는 충북에 있는 이 귀한 항구를 어떻게 흥성하게 할 것인지 마음 설레며 생각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