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로라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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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로라를 보러 가자
  • 사진= 김진석 전문기자, 글=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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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추울수록 더 찬란한 빛의 향연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불후의 대사는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독백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직역하면 내일은 또 다른 날이 될 거야가 될 이 대사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로 번역돼 우리의 심장에 새겨졌다.

2024년에는 2024년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1년이 저무는 해가 서쪽 바다로 떨어지면 새해의 태양은 동해에서 솟아오르니, 과학적인 지식을 떠나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서사다. 송년과 신년 합본 호를 만들면서 일몰과 일출 중에 어떤 사진을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김진석 전문기자에게 선택을 맡겼더니 뜻밖에도 오로라 사진을 보내왔다.

석가가 연꽃을 들어 보이자 오직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를 떠올렸다. 그렇게 사진을 들여다보니 오로라가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하얗게 얼어붙은 동토의 밤, 오로라만이 정적을 깨고 바람에 일렁이는 커튼 자락처럼 검은 하늘에 일렁인다.

별덕후가 아닐지라도 오로라는 모든 이의 버킷리스트에 있을 것이다. 오로라가 천문현상인지 기상현상인지 아니면 무지개의 한 종류인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비행기표를 끊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사실 그 용기를 막아서는 것은 주머니 사정이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북유럽이나 알래스카 아니면 캐나다 같은 고위도 지역에 가야 한다. 북위 60~80도 사이에 형성되는 오로라 고리(aurora oval) 지역에 가야 오로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태양풍과 함께 밀려온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이 지자기(地磁氣) 극지방을 중심으로 끌려 들어오면서 50~400km 상공의 대기 입자들과 부딪히며 발생하는 빛이다.
태양 대전입자(플라스마)의 에너지가 낮은 경우에는 대기 하층부까지 뚫지 못하고 상층부 대기 입자들과 충돌하며 붉은빛을 내지만, 태양 활동이 활발하여 태양 대전입자의 에너지가 큰 경우에는 하층 대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비교적 낮은 곳의 입자들과 부딪히며 초록빛을 내게 된다.

오로라는 태양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흑점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쪽의 빛이라고 불리는 오로라는 1365일 지구의 북반구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오로라를 겨울에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만 어두우면 더 어두울수록, 추우면 더 추울수록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 오로라다. 우리 오로라를 보러 가자. 어둠과 추위가 황홀함을 약속하는 그곳으로!

사진= (노르웨이캐나다) 김진석 전문기자

= 이재표 기자. 박한규(의사, 아마추어 천문인)의 글 일부 인용.

●김진석

길 위의 사진가다. 월간 말 객원 사진기자, 여의도통신 편집장을 지냈다. 10여 년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제주올레, 히말라야, 산티아고 등 전 세계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표정을 취재했다. 2018년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재는 고려인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있다. 저서로는 <걷다 보면>,<고려인, 카레예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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