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지방시대, 변경(邊境)에 거점시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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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지방시대, 변경(邊境)에 거점시설을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1.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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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태생이 변두리이고 시골이고 산골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가생이에 사는 삶이기에 어디를 가려면 신작로를 통해야 한다. 옛날에는 차 구경도 어려운 시절이고 먼지 풀풀나는 비포장길을 걷거나 부잣집 자식이나 타는 자전거 뒤꽁무니에 매달려야 읍내에 다다르곤 했다.

외지로 나가 공부하게 되면서 도싯물을 먹어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알게 된다. 방학이면 부모의 농삿일을 돕기 위해 고향을 찾으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마음에 쌓아 간다. 그 청년이 소위 출세를 해서 공위 공직자가 되어 흙을 밟아보기도 어려운 도시민으로 살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런 청년조차 사실 수십년 사이에 급격히 줄어 든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시골에서 출생하는 인구가 주는 것은 당연하고 전체 출생아수가 감소하는 마당에야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하나. 당장 시골 면단위 총 인구가 2000명이 되지 않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연간 인구 추이를 역으로 읍‧면‧동 단위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면 우하향 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충북의 시‧군 단위의 같은 그래프를 살펴봐도 대개는 우하향 곡선이다. 청주시, 진천군, 증평군만 우상향 곡선을 이룬다. 그런데 한 단위 아래의 그래프를 열어보면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청주시의 경우 상당구, 흥덕구는 우상향이지만 읍‧면지역이 많은 서원구, 청원구는 우하향이 뚜렷하다. 음성군의 경우는 충북혁신도시 블랙홀 현상으로 5~6년전부터 인구가 감소되어 왔다. 하지만 혁신도시에 속한 맹동면만 우상향이다.

다른 시‧군별 읍‧면‧동 인구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 살펴본다면 동일한 패턴을 보여줄 것이 분명해 시도할 필요도 없다. 인구소멸을 한 눈으로 확인하는 지름길이 연간 그래프를 보는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와 각 광역 지자체가 지방시대 계획을 발표하고 국민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소단위 인구소멸 지역의 문제에서부터 위를 바라보면 심각성과 그 주민의 어려움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는 주변에 일자리가 있고 마트가 있고 학교가 있으면 타지로 나갈 일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이런 것들을 거점시설이라 부르고 싶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찾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북 청송은 교도소를 추가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민들은 처음 혐오시설로 생각해, 반대도 했지만 이제는 효자 노릇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교소도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찾고, 교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정주하면서 인구가 늘면서 경제가 도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구상하는 지방시대, 광역자치단체가 보는 지방시대, 기초자치단체가 생각하는 지방시대, 읍면 단위에서 바라보는 지방시대는 다른 색깔일 수 있다. 더 들어가 그에 속해 있는 주민들의 입장을 또 다를 수 있다. 주민 눈높이에서 지방시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 공감을 얻고 지속될 수 있는 사업이 되겠다.

충북도는 지난 2016년에 10년간 추진할 '충북도 발전촉진형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했다. 도내 성장촉진지역 5개 군인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단양에 총 43개의 지역개발사업 실시를 위해 2조65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추진사업을 살펴보니 해당 사업은 16개 사업이고, 이 중 12개는 완료됐지만 4개는 아직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비는 총 1177억원이라고 한다.

기존 발표와 다른 점은 이미 완료된 사업이 포함되고, 모사업과 합쳐져 표기 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2개 사업의 경우 성과 부진 등의 이유로 제적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시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도에 시군 사업들을 표기까지 하며 세밀하게 알리기까지 했다. 8년 가까이 된 지금 그 차이에 대한 해명이 가능할지도 궁금하지만 낙후지역에 대한 성장촉진형 사업이라는 말로 사업을 홍보하고 진행했다면 그 경과와 결과는 분명하게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시대를 새롭게 들고 나오는 충북의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시대 시행계획을 수립 중이다. 발전촉진형 지역발전사업과 같은 우를 또 범할 수는 없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집행기관은 아니지만 도 산하 기구로써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엄혹한 의무다.

도심 속에서 수립하는 계획이지만 변경에 거주하는 소멸지역에 정주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을 보듬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먼 마을 이장은 면사무소에서 회의를 소집하면 시간과 돈이 더 들지만 별도의 지원은 없다는 말을 한다. 이런 경우는 정부 기관 등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시대의 시각은 역지사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변경이라 할 소멸지역 입장에선 지방시대를 거점시설 사업 추진으로 부르고 싶을 것이다. 망원경과 현미경 그리고 광각 렌즈를 모두 동원해야 좀 더 세심한 지방시대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겠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실현'이 국정 과제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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