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도 피해자도 노인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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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도 피해자도 노인 추세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1.3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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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증가하는 고령자 범죄… 10년간 58.1% 증가율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범죄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노인 범죄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지난 10년간 재산 범죄의 증가율이 70.7%로 가장 높고, 이어 강력범죄(폭력·흉악)가 뒤를 이었다. 강력범죄(흉악)는 지난 10년간 58.1%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강력범죄(폭력)의 발생도 23.5% 증가했다.

‘재산 범죄’란 주로 재산적인 법익을 침해해 재산상의 손실을 입혀 성립하는 범죄로 절도죄, 사기죄, 배임죄 등을 일컫는다.

전체범죄의 연령별 발생 추이를 보면 지난 10간 소년 범죄자(18세 이하)를 포함한 전 연령의 범죄 발생은 감소한 반면, 61세 이상 고령자의 범죄만 증가했다. 범행동기로는 ‘우발적’이라는 답변이 20.4%를 차지했고, ‘생활비 마련 등의 이유’가 3.8%로 뒤를 이었다.

‘쉬쉬’, 노인 성범죄

경찰청의 성별, 연령별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1세 이상 성범죄 피해자는 731명으로 전체(1만 8000여명)의 3.9%를 차지했다. 2012년 성범죄 피해자 가운데 61세 이상은 전체의 1.6%인 297명이다. 피해 건수를 기준으로 9년 사이 146.1% 증가한 셈이다.

고령층 성범죄 피해자 비율은 2013년 1.9%, 2014년 2.1%, 2015년 2.5%, 2016년 2.6%, 2017년 2.8%, 2018년 3.1%, 2019년 3.2%, 2020년 3.7%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충북에서도 노인 성범죄는 왕왕 발생하는 가운데 확인된 예를 보면 지난해 6월 청주시에 거주하는 70대 후반의 가해자는 아내를 간호하러 온 40대 여성 요양보호사를 폭행한 뒤 강제추행한 사건이 있다. 이 피해자는 현재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청주에서 같은 해 8월 벌어진 사건은 30대 초반의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다. 아흔을 바라보는 여성 노인을 상대로 강간을 목적으로 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관계지만 독거노인임을 인지하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노인은 중대한 상해를 입어 오랜 기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청주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조동호 사무처장은 “범죄 피해자가 고령자인 경우 젊은 중장년층에 비해 심리적 충격이 매우 크다”며 “특히 신체적 회복이 느려 어려움을 많이 겪을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가 오래 남아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생계형 장발장?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1세 이상 절도 건수는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61세 이상 절도 건수 및 비율은 2018년 1만7406건(17.9%), 2019년 2만1370건(21.1%), 2020년 2만3005건(23.4%), 2021년 2만4816건(29.1%)으로 2022년 2만8938건으로 30.7% 증가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전 연령에서 절도 범죄자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61세 이상 절도범죄자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충북지역에서도 생활고 등으로 절도범죄에 손을 뻗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절도범죄로 입건된 65세 이상 노인은 2018년 346명에서 2020년 464명, 2022년 594명으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를 보였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노인들은 직장을 은퇴하고 마땅한 수입원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고를 겪게 되고, 범죄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인학대 급증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행한 2020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4개소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973건으로 2019년(1만6071건)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2019년의 5243건보다 19.4% 증가한 수치다.

노인 천 명당 지역별 신고접수율은 제주도가 6071건(6.6%)으로 가장 높았으며, 강원도가 1109건(3.7%), 울산 440건(3.3%), 대전 591건(3.0%), 광주 571건(3.0%), 충북 764건(2.8%) 순이다. 전체 학대 행위자는 5777명으로 남성이 4004명(69.3%), 여성이 1773명(30.7%)이었으며, 학대행위자 중 아들이 1803명으로 31.2%에 해당했다. 아들, 배우자, 딸, 며느리, 사위, 손자녀, 친척 등 친족의 경우가 4288명(74.2%)으로 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적 학대가 3465건(42.1%)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3138건(38.1%), 방임 741건(9.0%), 경제적 학대 426건(5.2%), 성적 학대 218건(2.6%), 유기 41건(0.5%)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의 적극적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노인학대의 은폐성을 고려할 때 학대 피해 노인은 더 많다고 예상할 수 있다.

사회 속으로 끌어내야

경제적 빈곤과 더불어 사회적 유대감의 부재는 범죄 발생의 주요한 요인이다.

실업, 은퇴 등으로 사회 구성원에서 제외되면 사회적 유대감이 감소한다. 이는 범죄 통제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노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형벌만 부과하는 대책은 노인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하고 재범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전담부서를 확충해 늘어나는 노인범죄의 심각성을 인식 △노인범죄의 특징 및 분석, 수사, 동기, 재범관리 △공격성이나 반사회성 해결 등에 초점을 둔 심층 상담을 통한 범죄예방 △노인 참여 프로그램을 확충, 지역사회의 일환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급증하는 노인 범죄자의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사회학적 요인을 정확히 파악한 정부와 지자체의 세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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