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의료 공백, 한숨 쉬는 환자들
상태바
깊어지는 의료 공백, 한숨 쉬는 환자들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2.28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 80% 육박, 2차 병원 혼란 조짐
충북대병원 집단행동 규모 가장 커…비상의료체계 돌입

 

전공의 집단이탈 사흘째인 23일 오후 119 구급대가 충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 사흘째인 지난달 23일 오후 119 구급대가 충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보건의료 사상 처음으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까지 끌어올렸다.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복귀자 3개월 면허정지”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 장기전 대비에 들어갔다. 비대면 진료는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주말, 의료 취약지 등에서 허용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응해 예비비를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의 인건비, 공공병원 응급실 개방 비용 등에 예비비를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23일 저녁 기준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중대본은 26일,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 복귀 요청을 한 상태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충북지역도 의료공백 사태

충북지역 수련의와 전공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모두 10곳으로 인원은 총 200명이다. 실질적인 단체 행동 첫날인 지난달 20일, 이 중 149명이 결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 전체 인턴과 레지던트의 74.5% 비중이며 이들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 병원의 집단행동 규모가 가장 크다. 인턴과 레지던트 137명 가운데 80%인 109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병원은 현재 전문의를 동원한 비상의료체계에 돌입했고 청주성모병원과 건국대학교 충주병원도 규모만 다를 뿐 상황은 비슷하다.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수술실을 향하는 정형외과 교수에게 현 상황에 관해 물었다. 그는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아 매우 바쁘다. 지금도 수술이 밀려 있는 상태다. 수술실까지 이동하는 동안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존 환자들의 수술과 보살핌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초진환자 진료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밀어붙이기식 증원은 무리가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차근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과 인원을 늘리려다 현재 인원까지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 배송팀 간호부 직원은 “이틀 전부터 입원 환자가 줄었다. 외래진료와 초진환자도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전공의가 없는 것을 알고 2차 병원으로 몰린 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충북대병원 대외협력실은 “진료과별로 비상진료체계를 마련했으나 수술을 포함한 즉각적인 조치는 더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청주에 거주 중인 회사원 최 모씨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건강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서비스의 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곧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10년 후 의사들에게 내 수술을 맡기고 싶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종사 중인 이 모씨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부끄럽다. 생명을 수호해야 할 의사들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은 있나

이에 충북도는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청주에 있는 군 항공우주의료원의 민간인 진료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국번 없이 129로 전화하면 긴급 의료기관을 연결해주고, 피해가 발생하면 상담부터 소송까지 연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해 병원별 상황에 맞는 인력 재배치 등 탄력적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15개소)은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하여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권역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중증 응급 외의 환자에 대하여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 적극 수용하도록 협조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개원의 집단행동에 대비해서는 운영하는 의료기관 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시군 보건소,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을 통해 제공하고 시군 상황에 따라 보건소 진료 시간을 연장 운영할 계획이다.

충북도, “의대 증원 필수”

실제 OECD 국가들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평균이 3.7명, 우리나라가 2.1명이지만 충북은 1.6명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반도 안 되고, 수도권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하기에 충북지역 의료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충북의 의대 정원은 충북대 49명, 건국대 40명 총 89명에 불과하다. 강원 267명, 전북 235명, 그리고 대전 199명 등 충북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지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충주·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지역은 응급의료 및 분만 취약지로 의료인력 확보와 의료시설 확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충북지역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도종환 의원은 “충북도민의 기대수명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인 반면 치료 가능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중증도 보정 사망비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도내 상급종합병원은 충북대병원 1곳뿐인 것이 충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의료 공백의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늘어나는 고령 인구와 높아지는 의료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