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의사와 의자, 인술회복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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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의사와 의자, 인술회복 운동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3.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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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나와 같은 촌부처럼 일반적인 사람들은 ‘의사선생님’ 하면 우선은 “참으로 어렵다는 의학 공부를 해서 존귀한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인술을 가진 존경스러운 사람”으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의사(醫師)’에 스승이란 사(師)자가 들어가 있고, 그런데다 ‘선생님’을 하나 더 붙여서 최대한 존중을 넘은 존경에 가까운 사회적 위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된 것일 게다. 일각에선 간호사나 환자들에게 공경심을 심어 자신들끼리 ‘선생님’을 붙여 부르는 경향도 있다고도 한다. 하기야 교사들도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편의적 측면에서도 그리하는 것으로도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선생님인 교사와 의사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사는 고난도의 학습 단계를 거쳤고, 좀 과하게 표현하면 사람의 목숨줄까지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하기까지 한 인간이기도 하다. 의사가 되지 않아본 사람은 체험할 기회가 없어 모르겠지만, 의사가 되면 그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한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7)는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라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지금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을 낭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는 내용이 나온다. 수정본인 제네바 선언에는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내용이 있다.

작금의 의대 증원 확대 추진과 관련한 의사들의 병원(환자) 이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존경심의 배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대 증원이 임금(급여)에 끼칠 영향이거나, 존경심이 하락될 것이거나 유무를 떠나 인술을 가진 의사선생님들의 행태라고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원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다수가 이탈에 동참했다고 하니 세태가 아닐까 해 씁쓸하기만 한다.

1978년 2월 우리나라 의학계에 인술 회복운동이 계획됐다고 한다. 당시 신문의 예고 기사를 보면 대한병원협회와 보사부는 각 병원의 수련의(인턴, 레지던트)들에게 직업윤리 교육을 실시키로 방침을 세웠다. 2월 15일부터 인턴 1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의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의사들의 직업상 윤리는 점점 희박해져, 의사에 대한 일반의 존경도가 낮아지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회복하려는 의료계의 자발적 시도라고 했다. 인술 회복운동은 병원협회가 보사부의 지원을 받아 주관토록 했다.

당시 병원협회 회장과 서울대 부속병원장은 "현대의학교육이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교육에만 치중, 기술습득이전에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인격형성 교육에는 충실하지 못해 특히 젊은 의사들 가운데 환자를 존엄하게 다루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졸업후 의사로 첫출발하는 이들에게 의사가 지켜야할 직업윤리를 교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나라 의학사상 처음인 이 윤리교육의 구체적 내용, 방법 및 기간 등은 병원협회와 보사부가 공동으로 연구, 작성해 1월 말까지 확정지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새마을 연수원 또는 각 의과대학의 교육연수원에서 5일 정도로 한 기간으로 연간 1~2회 정신교육을 위주로 연구교육을 실시케 될 것 같다”고 당국자는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아울러 신문은 “병원협회와 보사부는 대학병원 및 시‧도립병원, 보건소 등의 수련의에 대한 윤리교육을 위해 문교부 등 관계부처와도 협의,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병원협회는 인턴을 대상으로 1차 교육의 성과를 보아 금년 중반부터 전국2500명명의 레지던트에게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기성의사들에게까지 교육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 인술회복 운동이 실시됐는지는 기록을 더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다. 예전에는 의사를 ‘의자(醫者)’로 불렀다. 각종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자(患者)와 의자(醫者)는 동급 아닌가. 그래야 환자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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