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분노조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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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분노조절장애?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3.1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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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안고 사는 현대인
폭력과 자해로 이어지기도…단계를 거치지 않고 폭발하는 화, 자가진단 필요
/픽사베이.
/픽사베이.

이제 결혼 한 지 석 달이 된 직장인 곽 모씨.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어도 모자랄 그녀에게 고민이 생겼다. 며칠 전 있었던 배우자와 말다툼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 그녀는 “대화 도중 갑자기 흥분상태에 빠져 호흡곤란이 오는가 싶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마구 던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린 후 눈에 들어온 것은 엉망진창이 된 거실이었다. 회사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그녀에게 뜻밖의 말들이 돌아왔다고 한다. “나도 그래”,“나도 나도”,“다들 그렇지 않아?”

작은 자극에도 ‘펑!’

분노조절장애의 올바른 의학적 용어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이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폭력이 동반될 수도 있는 분노 폭발이 특징인 행동 장애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상황에 맞지 않게 분노를 폭발하는 증상을 보인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바늘과 같은 작은 자극에 폭발하듯 터지는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충동조절 장애’ 안에 포함된다. 충동조절 장애가 있는 이는 긴장이 고조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행동은 자아동조적(自我同調的)이며 실행한 뒤에는 자책감이나 후회, 죄책감 등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노조절장애 범죄…충북은

홧김에 폭력을 행사하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크고 작은 분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서 말다툼하는 부모를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1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A 군은 지난 1월 27일 오전, 음성군 대소면 자택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위협했다. 평소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A 군은 당시 부모가 말다툼하는 소리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군을 정신병원에 입원 조처하고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월 30일, 청주시 금천구에서는 40대 여성이 특수협박 혐의로 붙잡혔다. B 씨는 전날 오후, 청주시 자택에서 자신의 딸 C(13)양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 씨가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점을 참작해 병원에 응급입원 조처했다.

또 지난해 8월 청주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둔기로 때려죽인 D 씨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D 씨 또한 평소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986명이던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지난해 7715명으로 29%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반드시 치료해야

또 지난해 해당 증상으로 인해 진료실을 찾은 환자도 2021년 1917명에서 지난해 2101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정신과를 피하는 사회적 풍토를 고려하면 잠재적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원장은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환자 중 불안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적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에게 해를 가하기도 하고 분노의 대상이 본인이 되어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환자 중 약 93%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약 43%는 불안장애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분노조절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흔히 SSRI(선택적 세로토닌 억제제)가 사용된다”며 “발작 충동 억제 효과가 있는 항경련제인 발프로에이트, 리튬 등을 사용하고 불안 혹은 강박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신경안정제)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약물적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환자는 타인과 소통을 통해 감정형성 과정을 배우며 분노 표출 강도를 조절하게 된다”고 밝혔다.

멈추고, 인정하고, 되돌아보기

전문가에 따르면 분노 조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 감정 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분노 조절 훈련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고 바라는 것을 주장하는 문제 해결식 분노 표현을 훈련받는 것이 가장 좋다.

요약하면, 1)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을 인정하기: 신체를 가격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닌, 정신적인 폭력도 폭력임을 인정한다. 스스로 ‘나는 감정을 조절하여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되뇌도록 한다. 2) 멈출 줄 아는 능력 키우기: 분노가 폭발하게 될 때는 어떠한 자극으로 인해 30 초안에 일련의 행동들이 나타나게 된다. ‘잠시 자리를 피해 시간을 두고 다시 이야기하자’라는 식의 자기최면을 걸어본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 오면 순간 멈추는 훈련을 지속해서 한다. 3) 제3자의 입장이 되어보기: 자신을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닌 ‘문제 해결자’로 인식하는 노력을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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