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이 지원 안하는 ‘미선나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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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이 지원 안하는 ‘미선나무 축제’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3.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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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미선나무 거인’ 존재, 각자 도생…“군, 대의명분 쌓아 단합해야”

괴산 미선나무의 迷路  [숙제가 된 축제]

11종으로 1919년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미선나무. 국내에만 자생하면서 이른 봄 벚꽃 보다 먼저 피고 향기가 많아 인기가 높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자생 군락지는 괴산군 3곳과 영동군, 전북 부안군으로 5곳이다. 특히 괴산지역은 나무 번식 등을 연구해 사업화를 이루기도 했다. 이를 넘어 기능성 제품, 식품화를 위한 사업화가 진행되는 등 십여년 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선나무 꽃 축제 및 사업화 과정에 복잡하고 미묘한 사연이 미로(迷路)처럼 얽혀 있다. 미로의 종착지가 궁금하다.

미선나무꽃축제장 모습.   /김천수

충북 괴산군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특산물인 ‘미선나무’와 관련한 축제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군은 지난 8일 ‘2024 지역축제 육성사업 선정심의회’를 열고 사전공모를 통해 접수된 8개의 지역축제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선정심의회를 통해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청천환경버섯축제는 3500만원, 우수축제인 칠성별별락장축제와 감물감자축제는 3000만원, 유망 축제인 연풍조령문화제는 2500만원, 그 외 목도백중놀이축제, 사리면(국수)축제, 양곡은행나무축제와 신규축제인 청안팝콘축제는 각각 20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날 선정심의회에는 충북축제 평가위원 민양기 교수, 충청대학교 오선미 교수, 충북관광협회 김명수 부장 등 축제관광전문가 등이 참여해 축제 기획서와 축제 콘텐츠 등을 종합평가해 순위를 결정하고 신규축제의 적격 여부를 심사했다.

그러나 괴산군의 지역축제 지원에는 관내 3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생 군락지’가 있는 미선나무와 관련한 축제는 해당되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과 24일, 칠성면 연풍로 63 미선나무마을 일대에선 ‘제17회 미선나무꽃축제’가 개최됐다. 17년째 열리고 있는 이 축제는 30일까지는 야외 전시회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괴산군의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축제장을 찾은 첫날 미선나무 꽃이 만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상춘객이 몰렸다. 주변 주차장의 만차로 길가에도 주정차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행사장의 화분과 화단에 식재된 미선나무에 가득 핀 미선나무를 보고 향기를 맡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3000원의 입장료를 낸 관람객들은 교환권을 받아 커피, 식혜, 막걸리 등을 마시며 밴드공연과 함께 진행되는 경품 추첨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품으로는 지역 농특산물을 제공했다.

마을축제로 국한 돼

26일 미선나무마을영농조합법인(대표 우종태) 관계자는 “축제 기간 약 2000명이 다녀가고, 평일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꽃이 좀 늦게 펴서 지난해 보다 좀 덜 오는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지난해 이틀 동안의 축제 기간에는 2700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괴산군청 로비에 있는 화분에 미선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다.   /김천수

축제에 대해 괴산군의 지원이 없는 이유를 묻자 행사 관계자는 “내게 물을 것이 아니다”라며 “축제를 빼앗아 가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축제를 이어오면서 미선나무를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괴산군을 알리는 데 방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무엇인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있는 듯했다.

축제 지원을 나온 인근 중원대학교 관계자 또한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괴산군 관계자와 지역 미선나무 농가 등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미선나무 축제와 관련해 얽힌 실타래 같은 사연을 접하게 됐다.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단체와 사람 간의 문제, 괴산군과 농가와의 관계, 학교와의 관계 등 미선나무 축제, 연구, 사업화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명확하지 않지만 고구마 줄기처럼 연이어 드러났다.

미선나무와 관련해 괴산지역에는 4명의 거인이 존재하는 듯 하다. 반응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는 미선나무와 관련해 자칭 타칭 전문가 수준으로 각자는 서로를 인정하는 듯, 무시하는 듯, 교류하는 듯, 단절 중인 듯 마치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 관계로도 읽힌다.

미선나무꽃축제장 내 공연 모습.   /김천수

가장 젊은 권순영씨는 괴산군 공무원 출신으로 우리나무영농조합 법인 대표 겸 사단법인 미선나무식품화사업단 대표다. 미선나무 식재와 번식에 힘쓰면서 식품화 사업을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관호씨는 괴산분재농원 대표로 농과대학을 졸업 후 조경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유일하게 옥황1호라는 미선나무 신품종을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등록한 인물로 관련 특허 등도 산학연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씨는 미선나무 자생지 중 한 곳인 율지리에서 운천농원을 운영하면서 식재와 육종 등 묘목 사업을 하고 있다. 괴산군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한 그는 미선나무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종태씨는 미선나무마을영농조합 대표로 17년 동안 축제를 이어오는 장본인이다. 푸른농원을 경영하면서 미선나무 삽목 기술 등을 스스로 깨우쳐 다양한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위해 마음 모아야

이들은 미선나무꽃축제에 함께 참여해 행사를 주도하는 등 지역에선 미선나무 관련 유명인사들이다. 하지만 애증 관계가 되어 동행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반면 각각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축제를 공동으로 개최도 하고, 4명 모두가 참가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갈등으로 번져 합일화 되기는 어려운 지경까지 와 있다. 군은 휴양림이 있는 성불산에 미선나무테마파크를 조성해 모두가 참석하는 미선향 축제를 3차례 개최했지만 불발됐다. 별도 두 개의 축제가 됐다.

청주 미동산수목원에서 열리고 있는 '미선나무 분화전시회' 모습.   /김관호씨 제공.

나용찬 군수 때는 이들 4명을 참석하게 한 뒤 미선나무 축제와 관련한 군민토론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괴산군은 이 역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에는 군 지원의 축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 중 나름 개방적이며 합리적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4인 4색은 숨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도 각자는 미선나무와 관련해 연구와 기술을 개발해 경지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많은 미선나무 묘목을 기르며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신품종 미선나무 ‘옥황1호’의 밝은 노란색 꽃이 인상적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지역의 뜻 있는 인사들은 “괴산의 자랑인 미선나무와 관련한 사업화 등 지역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괴산군이 아이디어와 대의명분을 쌓아 이끌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청주 미동산수목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31일까지 ‘미선나무를 사랑하는 모임’ 주축으로 미선나무 분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모임 회장인 김관호씨 등이 40여점의 분화를 출품했고, 행사에선 미선나무 화분만들기 체험도 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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