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미선나무 산업화’ 추진, 신화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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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미선나무 산업화’ 추진, 신화 이룰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3.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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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산 벗어나 호남과 맞손…상생인가 특혜인가, 막대한 지방세 투입

괴산 미선나무의 迷路 [ 식약처 승인은 ]

11종으로 1919년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미선나무. 국내에만 자생하면서 이른 봄 벚꽃 보다 먼저 피고 향기가 많아 인기가 높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자생 군락지는 괴산군 3곳과 영동군, 전북 부안군으로 5곳이다. 특히 괴산지역은 나무 번식 등을 연구해 사업화를 이루기도 했다. 이를 넘어 기능성 제품, 식품화를 위한 사업화가 진행되는 등 십여년 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선나무 꽃 축제 및 사업화 과정에 복잡하고 미묘한 사연이 미로(迷路)처럼 얽혀 있다. 미로의 종착지가 궁금하다.

괴산군이 조성한 미선향테마파크 전경.

세계 1속 1종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되는 미선나무와 관련해 사업화를 넘어 산업화를 꿈꾸는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다.

충북 괴산군 지역은 자생 군락지 3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미선나무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자연적으로 고조되면서 17년전 미선나무꽃축제가 전시회 개념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묘목 번식 방법 등이 이어지면서 나무 판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선나무는 특성상 이른 봄에 꽃이 피면서도 향기가 좋아 사람들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종자로 인한 자연 번식이 쉽지 않고 나무의 가지가 높이 뻗어 오르지 못하고 지상으로 휘어지면서 대중화에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괴산 지역민 등의 노력으로 2m 이상 곧게 자라게 가꾸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미선나무꽃 전시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흰색, 상아색, 분홍색 꽃 외에도 노란색 꽃 등의 품종도 개발해 등록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육묘 사업화는 당연하고 사업화 범위가 넓혀졌다. 특히 대학 연구진들의 물질 분석에 의한 항산화, 항염, 항비만 등 다양한 연구 실적이 쌓였다. 이는 괴산에 있는 중원대학을 넘어 전국적으로 번져 있다.

특히 본산인 괴산군은 미선나무와 관련한 연구개발과 시설 설치 등에 예산을 지원하고 정부 공모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도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본보가 입수한 미선나무 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9건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구개발 사업은 연도별로 2011년 △미선나무 추출물의 항산화 및 비정상적 신호전달 억제 작용기전. 한국연구재단 주관, 중원대학교 1억5000만원. 2012년 △미선나무를 활용한 고기중성 피부미용 및 연역강화 소재 기술개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중원대‧우리나무영농조합법인 5억9000만원. 2013년 △농림수산식품부 식품기능성평가 자원사업 인체적용 진시험. 한국식품연구원 주관, 중원대‧우리나무영농조합법인 2억원. 2014~2017년 △미선나무 활용화산업 및 관광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미선나무사업단 30억원. 2016~△한국형 창조농업 개발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리나무영농조합법인 8억2000만원. 2019~2023년 △미선나무 식품화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미선나무식품화사업단 60억원 등으로 사업비는 107억6000만원에 이른다.

지방비만 51억원

같은 기간 미선나무 관련 조성 및 정비사업은 2011~△미선향 테마파크 조성. 산림청 주관, 괴산군 10억원. 2014~△미선나무마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미선나무마을 34억원. 2020~△미선나무 지역특화 조림 사업. 산림청 주관, 괴산군 4억1600만원으로 사업비 합계는 48억1600만원이다. 연구개발 및 조성 정비사업 예산을 모두 합치면 155억76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사업 추진에 있어 일부 해당 법인이 진행하는 과제가 괴산과 충북을 벗어난 대학, 연구기관, 제약사와 연계되면서 비판의 시각도 제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충북 내 기업이나 지역 대학과의 연계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사업비에는 막대한 도비와 군비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괴산지역의 일부 미선나무 농가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별히 앞서 열거된 사업 중 2019~2023년 △미선나무 식품화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미선나무식품화사업단 60억원의 경우 연구와 임상시험, 인증시험 등이 모두 호남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항비만 식품화 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화가 목표다.그런데 사업단 구성 초기부터 괴산 관내에 소재한 중원대학과 접촉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해당 사업비는 도비 32억원, 군비 19억원, 자부담 6억원, 국비 3억원으로 구성돼 지방비가 5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비판적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호남과 연구개발

이에 대해 우리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중원대와 협의를 못한 것은 맞지만 과제 선점 초기 관련 대학 및 기업은 자연스럽게 연계된 것”이라며 “식약처 인증이 완료되면 관내 미선나무 농가들이 참여하는 미선나무 집단화 단지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중원대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선행과제를 진행해 사업화를 이루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을 말을 들여다보면 집단화 농장에 참여하지 않는 미선나무 농가는 해당되지 않는 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잔류농약 검출 등 위험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안정성, 표준화된 원료가 공급돼야 건강기능식품을 제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괴산미선나무마을 꽃축제장에 미선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서 있다.   /김천수

앞서 파악된 연구개발 사업 목록을 살펴보면 식품화사업 이전에 우리영농조합과 중원대는 공동으로 진행한 사업들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60억원이란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식품화사업단 구성 단계에서조차 중원대를 외면했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원대의 관련 교수는 이와 관련해 “괴산군과 ‘미선나무 활용화산업 및 관광사업’ 연구개발 용역을 마무리 하는 시점이었다”며 “그런데도 군이 한마디 귀뜸도 없었다”고 배신감에 가까운 서운함을 드러냈다. 당시 사업 관련 팀장이던 사무관은 현재 타 부서장으로 가 있다. 그는 “공모가 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이었다”면서 “(공무원인 내가) 알려주기도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유대 관계가 지속되던 중원대의 식품제약 관련 학과는 괴산군과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차영 군수 때 괴산군은 관계자를 중원대에 보내 미선나무 사업화 등과 관련해 협조할 것을 요청했지만 해당 교수는 서운함이 풀리지 않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식품화사업 개발은 항비만 관련으로 지난해 6월 식약처에 승인 신청했지만 보완 거절돼 추가 동물임상이 진행 중이다. 오는 5월쯤 재승인 신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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