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사고 “제발 오지마”
초보 운전자 “어서 옵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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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무사고 “제발 오지마”
초보 운전자 “어서 옵서예”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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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이상한 가입체계 소비자 발끈
자동차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장기 무사고 운전자를 박대하고 초보운전자는 환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이되는 가입자만 끌어안겠다는 손해보험사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실제 회사원 서모씨(34)는 올해 자가용 차량을 바꾼뒤 보험료가 더 싼 손해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다. 10년 무사고로 보험료 할인율이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SUV차량으로 바꾼 회사원 임모씨(40)도 상황은 마찬가지. 12년 무사고로 보험료가 싼 손해보험사를 찾았다가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다.

서씨의 가입이 회사 수익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석달 뒤 초보 운전자인 부인의 차량을 새로 산 서씨는 정반대의 상황을 경험했다. 자신이 접촉했던 손보사들마다 앞다퉈 할증률을 낮춰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씨는 “손보사들이 고객의 장기적인 기여도를 감안하지 않고 단기적인 수익에만 너무 연연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장기무사고 운전자 가입 감소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국감 자료로 열리우리당 박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났다. 4대 대형 손해 보험사들의 할인 혜택이 높은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가입자 수가 날이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즉 이는 돈이 안 되는 40만원 이하의 계약자의 가입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낳게 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 동부, LIG손해보험 등 4대 대형 손보사에 연간 40만원 이하 계약건수는 삼성화재가 2002년 전체의 41.4%인 172만 건이었으나 2003년 168만 건(40.6%), 2004년 157만 건(37.6%), 2005년 142만 건(35.5%)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LIG손해보험도 4년 사이 8만건(71만건→63만건)이 줄었고 현대해상(4만여건 감소)과 동부화재(10만여건 감소)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소형 손보사들과 온라인 보험사들에서는 이런 소액 보험료 계약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교원나라 등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 40만원 이하인 계약 건수가 전체계약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40만원 이하 가입자는 노후 차량이나 소형 차량보다 장기 무사고 운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 할인혜택이 너무 커 보험료 수입이 적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이들과의 계약을 꺼리는 것이다. 현재 손보사들은 7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에게 최고 60%까지 보험료를 깎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 ‘적자 때문엡’ 한숨
손보사들은 하나같이 사고 증가로 보험료로 받은 돈보다 보험금으로 내준 돈이 더 많아 적자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손해율을 감당할 수준을 넘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지난 2002년 60%대에 머물던 손해율은 지난해말 90%까지 육박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70%를 넘으면 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보험료의 27%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해 보험사는 이런 손해율 급등의 원인을 정부의 교통안전정책 완화때문으로 꼽았다. 전년도 7월 모형카메라 철거, 8월 운전면허 정칟취소자 전국 47만명 사면 등의 여파로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것. 따라서 손해보험사들은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포상금 제도 등을 부활해 사고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손보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할인율 확대 등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인게 근본 원인이란 것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2001년 자동차 보험료율이 자율화되자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새로 등장한 온라인 손보사들이 기존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들에게 최대 15%의 보험료 할인혜택을 줘가며 고객을 끌어갔다. 이에 맞서 기존 손보사들도 연령한정 특약 등 각종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엔 배기량별로 보험료를 세분화하거나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을 우대하며 할인혜택을 주는 손보사도 나왔다.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생각하지 않고 2002년 상황을 전제로 앞 다퉈 가격을 내린 게 화근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교통문화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만들어진 불합리한 요율체계가 이 같은 혼선을 불러오고 있다”며 “부실의 주요 원인은 역시 손보사의 과당경쟁이다. 따라서 앞으로 차량별 보험료 차등화와 무사고 할인 기간 연장 등 요율체계 개편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요율체계 개편 필요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 보험사들이 할인율이 높은 가입자를 꺼리는 일을 없애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가 과당 경쟁을 자제하고 구조조정 등의 자구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리한 판매 경쟁에 따른 초과사업비 지출이 손보사 수지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란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차종별 보험료 차등화등 가입자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요율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사고 때 최고 6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 데 걸리는 기간을 현재 7년에서 10∼1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일부 손해 보험사들은 무사고 10년 고객에게 4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즉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손해보험사는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 계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장기 무사고 보험 가입자 중 최근 사고를 내 할인율이 줄어든 가입자가 보험사를 옮겨 새로 보험 계약을 맺으려 할 때 이들을 피하려는 손보사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즉 사고로 할인율이 다소 줄더라도 여전히 큰 폭의 할인을 받게 되는 이런 가입자를 보험사가 기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란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 조건이 되는데도 보험 계약을 거부하는 경우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며 “보험료 40만원 이하를 모두 장기 무사고 운전자로 보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노후 차량 운전자이거나 가입자가 책임보험만을 들었을 경우 보험료가 낮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최저 요율 할인 도달 기간이 자유화 돼 손보사들이 적정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계약을 거부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 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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