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공유지 땅장사 ‘뒤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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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공유지 땅장사 ‘뒤가 궁금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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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지난해 말 시에 질의… ‘쉬쉬’한 내막은
전국구 조직폭력배 등 외부세력 개입설 ‘솔솔’

청주시, 서둘러 해명했음에도 불거지는 의혹들...

청주시청 재무과 공무원 박 모(48)씨가 도유지와 시유지 등 잡종재산 6필지(약 6억4527만원 상당)를 아무런 행정절차 없이 불법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의 발빠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씨가 도·시유지를 매각한 이유와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편취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청주시청 내·외부 관계자들의 지시나 공모 여부 등도 수사에서 비켜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전국구 폭력 조직과 모 언론계 인사와의 연관성 등이 소문으로 나돌고 있어 이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주시 곽연창 부시장은 1월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무과 공무원 박 모씨가 팔아넘긴 잡종재산의 매각금액이 6억4527만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7787만원을 제외한 5억6700여원이 지난해 3월부터 10월 사이 청주시금고에 원인불명의 자금으로 입금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지매입자들이 청주시금고에 입금한 금액이 실제 토지 매입가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청주시금고에 입금된 금액이 실제 토지 매매가격이라면 박씨가 이처럼 엄청난 일을 저지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토지 매매금액이 청주시금고에 입금된 금액보다 휠씬 높았거나 아니면 박씨가 공유재산 매입에 어려움을 겪던 토지매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도저도 아닐 경우 거부할 수 없는 내·외부의 압력에 의해 박씨가 ‘울며 겨자 먹기’로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2일 이뤄진 형사고발 등 사법적인 대응에 앞서 청주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씨로부터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공장부지 225㎡(68.18평)를 7300여만원에 매입한 (주)신영은 토지를 매입해 등기이전을 한 당일 해당 토지를 현대백화점 측에 5억7800여만원을 받고 되 판 것으로 확인됐다. 신영이 이처럼 토지를 매입한 뒤 하루도 안돼 5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것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박씨와 업체 간에 사전공모 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흥덕경찰서는 24일 새벽 박씨를 업무상 배임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며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도·시유지를 불법 매각하게된 경위와 과정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인 뒤 매수인들을 차례로 소환해 땅을 구입한 배경과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이 서로 금품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도 병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5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주)신영 관계자 등도 조만간 소환해 불법 매각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특혜 시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의혹1>제보자 지난해말 청주시에 알렸는데 왜 이제야 불거졌나?
용담동 주민 제보로 시 뒤늦게 인지,
자칫 독직사건으로 영원히 묻혔을 수도

   
▲ 청주시 공무원의 독직사건을 세상에 알린 용담동 주민 Q씨가 문제가 된 용담동 도유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 땅은 사건이 불거진지 이틀만에 다시 충북도로 등기가 넘어와 이 사건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은폐작업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철제 담장이 둘러쳐진 곳이 문제의 부지.
/ 사진=육성준 기자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은 용담동 주민인 Q씨다. 만약 Q씨가 제보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성공한(?) 독직사건으로 은폐됐을 가능성이 높다. 용담동에서 30년을 살아온 Q씨는 평소에도 시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왔으며 이런저런 건의사항을 활발히 제출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자임해 왔다.

Q씨는 한대수 전 시장 재임시부터 도유지인 용담동 324-32번지와 33번지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달라고 건의해 왔으며, 남상우 시장 취임 후에는 이에대한 건의서를 공식 접수하기도 했다. 금천동 상업지구 인근에 있는 이 토지는 과거 하천부지였으며, 명암저수지 등을 찾는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곳인 만큼 공원으로 조성해달라는 내용이었다.

Q씨의 이같은 건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청주시의 회신이 왔고 그 내용은 2006년 9월 관련 예산 1억5000만원이 편성됐고 2007년 1월 실시설계, 2007년 3월 공사에 들어가 오는 8월에는 준공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평소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매달 2차례 이 일대를 청소해왔던 Q씨는 큰 자부심을 느꼈고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널리 알렸다.

그러나 Q씨는 지난해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발견했다. 문제의 토지 둘레에 철제 담장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Q씨는 이를 궁금히 여겨 등기부등본을 조회했고 이 토지가 지난해 9월13일 마을 주민이었던 김 모씨 앞으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Q씨는 이에 따라 청주시 자치행정과, 공원녹지과, 재무과 등에 전화를 걸었으나 ‘당신은 누구냐’, ‘그럴리 없다’는 답변을 듣는데 그쳤다.

문제는 곽연창 부시장이 1월22일 기자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이 사건의 인지 시점을 사흘 전인 19일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혹여나 청주시가 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곽 부시장은 이에 대해 “감사부서로부터 19일 보고를 받고 정밀 조사를 지시했으나 수사권이 없는 행정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쉬쉬’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언론에 이를 즉각 공개하고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면서 은폐, 축소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반해 감사 부서 담당자는 지난해 연말 이 사건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이 담당자는 “사건의 성격상 철저하게 비밀리에 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재무과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렇게 은밀하게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1월15일 경부터 문제의 박씨가 출근 이후 계속 출장계를 내고 눈에 띄지 않는 등 내사 사실을 알고 당사자 매수 등 은폐에 나선 것 같아 상부에 보고하고 고발 및 직위해제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주시의 조직적인 은폐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상을 밝혀주겠지만 박씨가 내사 사실을 눈치채고 매수인들을 상대로 사태해결에 나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박씨는 부시장의 기자회견이 있던 당일에도 시 관계자들에게 “내가 수습할테니 사법처리만은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월15일 Q씨로부터 해당 토지 매각사실을 전해들은 K 시의원이 청주시 재무과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을 때 박씨가 직접 전화를 받아 “서류 착오로 일이 잘못 처리됐는데, 아무 일 아니다. 곧 원상복구될 것이다”라고 둘러댄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2>조직폭력배, 언론사 관계자 등 정말 개입했나?
-시중에 무성한 소문…수사과정에서 밝혀질지 관심

   
▲ Q씨에게 돌아온 청주시의 회신. 2006년 3월에 매각돼 9월 등기가 넘어간 도유지에 체육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거액의 매각대금이 청주시 통장에 유입됐는데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청주시의 무신경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초미의 관심사는 사상 초유의 공유지 불법매각이 7급 공무원인 박씨의 단독결정에 의해 이뤄졌냐는 것이다. 일단 청주시의 결재라인 전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박씨 이외의 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씨가 감정평가서, 매각결의서 등 관련서류를 외부용으로 작성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 일체의 결재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계약서에 청주시장 직인이 찍힌 것은 직인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과 문서계의 과실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시유지가 팔려 등기가 넘어가고 6억원에 가까운 매각대금이 청주시 통장에 들어왔음에도 이상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공모자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외부 공모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를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청주시에 낸 세금을 근거로 추정한 매각대금이 대부분 시금고에 입금된 것에 비춰볼 때 돈거래는 치밀한 사전공모에 의해 별도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씨에 의해 토지를 매수한 사람들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태해결에 긴밀히 협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주시의 발표 직후 용담동 토지 매수자인 김 모씨는 토지반환 절차에 들어가 22일 다시 충북도로 등기가 넘어왔으며, 북문로 1가 시유지를 매수한 뒤 당초 계약금을 제외하고 7700만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또 다른 김 모(여)씨는 23일 잔금을 내겠다며 청주시를 방문했으나 시가 사건계류중이라며 수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매수자 이 모씨의 주소지는 충남 서산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외부 공모세력은 전문적인 부동산 업자들이거나 박씨가 저항할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집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 공무원 A씨는 “박씨의 경우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근무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공유재산 관리업무만을 맡아왔고 청주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명성이 알려져 왔던 터라면서 청주시가 박씨의 전문성만을 고려해 너무 경솔하게 인사를 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씨가 학연을 이용한 접근에 따라 움직였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한 부동산 업자는 학연을 동원해 박씨의 도움을 받아 시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도내 모 언론사 기자도 학연을 매개로 중개행위에 개입했다는 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씨와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전국구 폭력조직인 ‘K파’가 이번에 박씨를 통해 시유지 2필지 1000여㎡를 매수한 (주)신영의 대농지구개발사업에 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풍문의 진상은 현재 보스가 옥중에 있는 K파가 합법적인 사업체를 내세워 30억원 규모의 사업권을 따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모 청주시의원이 공유재산 매각과 관련해 박씨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공유지 불법매각을 둘러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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