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욱 정계입문 ‘청주발 마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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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욱 정계입문 ‘청주발 마산행?’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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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마산시장 출마 권유說
본인 “한 귀로 흘린다… 지금은 아니다”
하이닉스 공장 유치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의 정계입문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본인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측근들의 얘기는 “절대 아니다”와 “지금은 아니지만…”으로 엇갈린다.

출마시기, 지역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2008년 총선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역은 노 부지사의 고향이자 마산고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마산이 유력하게 점쳐지지만, 5년이라는 짧은 거주기간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정상화, 정무부지사 취임, 하이닉스 증설공장 유치 등으로 그를 스타로 만든 청주지역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노 부지사는 2006년 3월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원종 전 지사로부터 명예 충북도민증을 받았다.

그렇지만 외지인의 비중이 낮고 나름대로 충청도 ‘순혈주의’ 정서가 지배적인 청주에서 외부인사가 정계진출을 시도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드물다. 결국 노 부지사가 정가의 문을 두드리더라도 ‘청주발 마산행’ 열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벚꽃나들이에도 ‘수군수군’
호사가들에게 있어서는 노화욱 부지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거리다. 3월30일 노 부지사가 모 인터넷 언론 대표 A씨, 대학교수 B씨 등 5명과 함께 경남의 한 축제에 다녀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정치적 행보로 보는 소문이 도청 주변에 퍼졌었다.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노 부지사 일행은 1박2일의 일정으로, 마산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하동군과 합천군 등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6월 하이닉스를 퇴사한 노 부지사가 석 달 동안 머무르며 독서 등으로 소일했던 지리산 쌍계사 국사암과 가야산 해인사에 들러 스님들과 환담했다는 것. 이들은 하동 벚꽃축제에도 들렀다.

노 부지사는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도 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며 “지금으로서는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내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언론인 1대1 관리, ‘징후는 많다’

그래도 노화욱 부지사의 정계입문설을 믿는 사람은 많다. 짧은 시간 충북에서 구축한 인맥도 인맥이지만 재경 마산고 인맥도 탄탄해 다만 출마지역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노 부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마산시장 출마를 제안받았으나 면담 끝에 정중히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부지사는 이에 대해 “정치를 하려했으면 진작에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자꾸 정치적인 이미지와 연결시키면 지금하는 일에도 불리하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사의 정계입문을 점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근거는 철저한 언론인 관리다. 노 부지사는 하이닉스 증설공장 유치 이후 꾸준히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비서나 도 관계자 등을 소위 ‘병풍’으로 세우는 것을 싫어하고 운전기사도 먼저 돌려보낸 채 기자와 1대1로 만나는 방식이다.

이 자리에서 노 부지사는 자신의 공로를 끌밋하게 포장해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적인 분위기의 식당을 대화의 장소로 택하고, 정중하면서도 신사적이지만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즐긴다는 것이 노 부지사와 독대한 기자들의 평가다.
/ 이재표 기자

정우택 감독의 선수기용 ‘극과 극’ 평가

경기의 승패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표면 상으로는 선수들의 활약과 부진이 결과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축구경기에서 종종 교체 선수가 투입되자마자 골을 넣고, 야구경기에서 타순이 승부를 가르는 것을 보면 감독의 역할은 체스의 말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과도 같다. 정우택 정무부지사의 정무부지사 기용과 관련해서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활용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이목을 집중시킨데다, CEO 출신 부지사를 기용하겠다는 당초 호언과 달리 하이닉스 반도체 출신 노무관리 전문가인 노화욱 전 전무를 영입하면서 그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마산 출신의 노 부지사가 지역에 머무른 기간도 5년 미만이어서 지역정서에 밝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찌됐든 정 지사의 깜짝 용병술은 증설되는 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면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하이닉스 공장 유치로 노 부지사가 가질 수 있는 효용성이 바닥났다는 지적도 있다.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 지사의 용병술을 둘러싼 이견은 서로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최고의 용병술 하이닉스 카드 ‘정 지사 임기 내내’ 유효

경제특별도를 선포한 정우택 충북지사는 2010년까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약 8개월만에 크고작은 70여개 기업을 유치해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현실로 입증했다. 특히 하이닉스 공장증설과 관련해 2009년까지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8조76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뭔가 해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정 지사의 입장에서 노 부지사의 기용은 경제적으로 특별한 효과를 가져다 줬다. 2008년 확정된 1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2공장, 3공장 증설이 2010년까지 연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3공장 유치까지 계획대로 마무리된다면 정 지사의 임기가 2010년에 끝나는 것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 ‘한 방’으로 사실상 모든 숙제를 끝낸 셈이다. 일각에서 “정치인 지사의 감과 승부수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효용성 끝났다/탁월한 인맥, 노무경력 바탕 ‘내부용일뿐’

노화욱 부지사의 실력 발휘는 ‘여기까지’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초반 우려와 달리 한 건을 터뜨린 것에 대한 단순한 시샘이 아니라 하이닉스 문제를 해결한 노 부지사의 능력이 하이닉스 안에서만 통하는 탁월한 인맥과 정보력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노 부지사는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줄곧 노무관리 업무를 맡아왔으며, 1999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반도체)로 옮겨온 것도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추면 타격이 지대한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노무관리 전문가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노무관리 업무의 기본특성도 그러려니와 노 부지사는 온몸으로 부딪쳐 인간관계를 만드는 ‘개척형’이다. 따라서 아직도 하이닉스 내부에는 상하 구분없이 노 부지사의 인맥이 건재하다. 노 부지사의 한 주변인은 “하이닉스의 회의 결과가 실시간에 가깝게 노 부지사에게 보고됐다. 상대방 패를 읽으며 벌인 게임이기에 승부는 예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노 부지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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