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문학관만 짓고 관리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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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문학관만 짓고 관리는 뒷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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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문학관, 운영예산 인력 모두 부재
문학계 “전문가들에게 위탁운영이 대안”
도내 문학관은 옥천 정지용, 보은 오장환 문학관과 청원 단재 신채호 기념관, 그리고 영동 농민문학관과 제천 오탁번 시인의 원서문학관까지 총 5개가 있다. 지역마다 ‘고루’ 분포돼있다.

지자체는 지금 경쟁적으로 역사속에 잠자고 있던 인물들을 하나둘씩 깨우고 있다. 문학관 건립 취지도 이와 마찬가지다. 문학자산을 콘텐츠로 보고, 관광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한국문학관협회(회장 김후란)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30개 단체가 가입돼 있고, 올해 가입을 준비중인 곳들이 있다. ‘작고’문인이 아니거나, 뚜렷한 테마가 없으면 아예 가입이 안되지만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학관협회는 2004년 만들어졌고, 아직까지는 임의단체다.

   
▲ 오장환문학관의 관리자는 단 한명, 인근에 사는 부녀회장이다. 평일에는 상주하지만 주말에는 수시로 와서 문을 따줘야 한다. 문학관은 지난해 개관했지만 운영관리 및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도내 문학관의 코스는 옥천 정지용 -보은 오장환-청원 신채호 사당-괴산 홍명희 생가로 이어진다. 정지용 문학관은 일찌감치 옥천군이 나서 정지용의 문학사적, 예술사적 의미를 잘살렸다는 평가다. 96년 생가복원작업이 시작됐고, 2005년 5월 문학관이 건립됐다. 문학관은 정지용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문학전시실과 영상실, 창작ㆍ휴식공간인 문학교실, 낭송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변에는 대표시 ‘향수’에 등장하는 실개천이 졸졸 흐르고 있고, 돌다리와 시비, 흉상이 있다. 해마다 5월이면 그의 생가와 문학관을 중심으로 지용제가 개최된다. 옥천문화원, 옥천민예총, 문인협회등도 이곳에서 지용문학교실, 문화교실 행사를 펼친다.

벽초 홍명희 문학관 건립은 아직 답보상태지만, 생가복원은 사실상 벽초 홍명희·홍범식 생가인 동부리 고가 복원 사업이 진행중이다. 벽초 홍명희는 민족문제와 통일문제 등이 얽혀있는 작가로 남북한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따라서 홍명희는 통일문학 연구의 시작이자 대표성을 가진다. 홍명희 문학제는 사계절 출판사와 충북작가회의 공동주최로 매년 10월에 열린다.

단재 신채호의 유품과 사료 등을 담은 단재 기념관은 2003년 2월 21일 개관했다. 청원군이 10억원을 들여 묘소와 영당이 있는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고드미에 한옥 형태로 기념관을 완공했다. 당시 군은 “2007년까지 영당을 신축하고 생가복원, 묘소정비, 광장 및 조경공사 등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단재 신채호를 기리는 단재문화예술제전은 96년부터 해마다 신채호 사당과 청주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밖에 오탁번 시인이 고향인 제천시 백운면에 내려와 2003년 원서문학관을 개관했다. 원서문학관은 오시인의 다녔던 백운초등학교의 분교인 옛 애련분교를 리모델링했다. 오 시인의 육필원고 보관 전시및 문예창작교실을 열고 있다. 또한 매년 여름방학에는 어린이 시인학교를 개최한다.

소설가 이동희씨는 영동에서 농민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개관한 농민문학관에서는 한국농민문학작가 작품자료및 이무영, 유승규, 이동희 등의 농민소설 밀랍인형전시회와 농민문학세미나(8월중 개최)가 열린다. 소설가 이동희씨는 제1회 무영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단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학관은 현재 문화시설이 아니다”
또한 보은군은 16억9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9월 30일 회북면 중앙리에 있는 오장환의 생가와 오장환 문학관을 개관했다. 월북시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학관이 개관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개관이후 이곳을 지킨 사람은 일용직으로 채용된 관리인 박모씨뿐이었다. 문학관 입구에는 ‘부재중에 연락하라’는 메모와 함께 박모씨의 연락처가 붙여져 있다.

오장환 문학관은 지금 일용직 관리자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운영예산및 인력, 그리고 정책도 없다. 담당과도 지난 2월 문화관광과에서 시설관리과로 이관됐다. 이밖에도 마을 입구에 오장환 문학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고, 울타리와 조경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건물 앞이 뻥 뚤려 있다. 생가 내부 또한 오장환 관련 유물이 없다.

관리인은 “개관 이후 지난 1월 31일까지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1208명(학생 453명/ 일반 754명)”이라고 했다. 이에 지역의 한 시인은 “문학기행 열차로 이곳을 문인들과 함께 왔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만 열어놓은 상황이지 기본적인 해설사와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지난해 조경예산과 배수로 공사 및 기타비용으로 2억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군의회에서 전액삭감됐다. 올해 추경에 예산을 다시 세우고 주변정비사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답했다. 생가주변 돌담장과 함께 투시영 담장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것.

또한 오장환 문학관은 군 공용건물, 군 시설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문학제및 문학행사관련업무는 문화관광과에서, 또한 시설및 관리업무는 시설관리사업소 등 분리돼 있다. 최재열 시설관리소장은 “올해는 예산이 없어 문학관의 인력확충은 어렵다. 올해 주변정리 사업이 완료되면 민간 위탁운영도 고려해 보겠다”고 운을 뗐다.

한편 올해로 12회를 맞는 오장환 문학제는 5월 3째주에 열린다. 오장환 문학제 추진위원회에서 행사를 주관한다. 오장환은 1918년 보은군 회북면에서 출생했으며, 30년대 시단의 왕으로 불렸다.
현재 문학관 분류체계는 문화시설이 아닌 행정관리시설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문학관이 갖춰야 할 법적인 기반자체가 불안정한 상태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는 “문화시설에 맞는 조직, 체계, 인적구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관(館)’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먼저 문화시설로서 법적지휘를 갖고, 보호를 받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자율적인 민간주도 운영으로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수도 있다. 결국 지자체의 마인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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