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프로그램 공모전의 대안될까”
[좌담회] 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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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 프로그램 공모전의 대안될까”
[좌담회] 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들 1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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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된 차만 봐도 경쟁의식 느껴…작업량 확실히 늘었다
젊은 작가로서 ‘팔리는 작품’에 대한 솔직한 자
‘작가의 방을 노크하다’ 코너가 앞으로 2주에 걸쳐 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들의 좌담회로 꾸며진다. 지난 19일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5명의 작가들은 지역작가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바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편집자

   
▲ 왼쪽부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김종칠, 진시영, 성경희, 한성수, 권준호 씨.
김종칠(42) …
원광대 서예과 1세대. 9살때부터 붓을 잡아 대학이 생기던 첫해 28살에 입학했다. 서법적인 테크닉을 보여주면서, 소재의 다양화를 실험하고 있다. 서예와 한글은 미지의 보고라는 것. 개인전과 국제교류전시를 준비중.

권준호(31) … 작품 주제는 무의식 세계에 대한 여행. 다양한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군대를 다녀온 뒤 24살에 유학을 떠났다. 학부는 버지니아 커먼 웰쓰 대학에서 나왔고, 대학원은 LA에 있는 UCLA를 나왔다. 전공은 조각과 믹스미디어. 올해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할 계획이다.

진시영(36) … 광주에 있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31살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다. 뉴욕 프렛(Pratt)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요즘 하는 작업은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시간들에 관한 것. 청주에서 개인전을 준비중.

성경희(27)…올해 한남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작품 주제는 중독.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또, 포르노에 관심이 많다. 올해 청주에서 개인전과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 갤러리에서 7월말 기획전에 참여한다.

한성수(29)… 충북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올해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관심이 많다. 현재는 세계여행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신미술관에서 전시중이고, 올해 첫 개인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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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후 삶의 변화는?

한성= 국내 창작스튜디오인 창동, 고양에 가봤는데, 청주가 시설이 더 좋더라. 우리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다만 좀 더 정책적인 작가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좋겠다. 요즘 주차장에 서 있는 차만 봐도 경쟁의식이 느껴진다. 여기 입주한 이후론 짬날때마다 작업하다보니 확실히 작업량이 늘었다.

김종=일단 집에 가는 횟수가 적어 지더라. 일찍 작업실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도 좋고, 예전엔 거실이 내 작업실이었다. 다른 작가들 작업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색 쓰는 것이나 새로운 정보들을 쏠쏠하게 얻는다. 서예인을 대표해서 입주한 자리라 책임감도 느낀다.

진시=광주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다. 다시 한국에 왔을때 마침 창동 스튜디오가 생겼고 입주하게 됐다. 그 후엔 의재미술관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참여했고, 올해는 청주로 옮겨온 셈이다. 사람들은 이제 정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작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깨달은 문화적 체험을 작품에 반영해야 한다. 외국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1년안에 작가 한명을 확실하게 키워준다. 어쨌든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붐인 것은 발전적이다.

성경=인터넷을 보고 공모했다. 올해 학부 졸업을 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부족한 게 많다. 내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비판도 받았다. 때로는 자존심이 상해 울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확실히 긴장감이 생기고, 작업량도 많아졌다.

이 시대 젊은작가로 산다는 것

사회=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붐이다. 청주 미술창작스튜디오에 대한 바람과 지역과 서울, 또 외국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권준=미국 버지니아에서 학교를 나왔고, 대학원은 UCLA에서 마쳤다. 외국의 경우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은 종류와 목표가 뚜렷하다. 대학원생 위주로 작가를 선발해, 프로작가나 교수를 초청해 워크샵을 벌인다. 한마디로 교류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주는 보여지는 공간은 훌륭한데, 실제 작가가 작품을 만들기에는 열악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우드샵 도구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우드 샵’ 같은 공동작업실이 필요하다.

김종=청주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국제 교류를 하지 못하는 데 아쉬움이 크다. 외국 창작스튜디오와 동시 전시및 다양한 교류행사들이 펼쳐지길 바란다.

사회=요즘 미술계가 호황으로 비춰진다. 옥션 경매를 통해 몇몇 젊은 작가들은 억대 스타가 됐다. 팔리는 작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무엇인가?

성경=주변 사람들이 옥션 경매를 통해 작품이고가에 거래됐다. 사실 그런 것 보면서 태연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유행일 수도, 거품일 수도 있다. 자기 작업 세계를 무시하고 유행하는 그림을 쫓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진시=사실 얼마전 열린 한국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라고 서울의 한 갤러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거절했다. 그런데 내 대신 참여한 작가의 작품이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이런 사건을 겪으니, 솔직히 여러 생각이 들더라. 팔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내면의 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고, 또 내가 하는 작업들은 첨단 장비를 써야 하기 때문에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이 모든 것이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데, 앞으로의 과제 같다. 단적으로 서울 옥션 팀장이 창동에 있을 때 와서 어떻게 하면 팔릴 것이냐를 강의하더라.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김종=다른 파트는 붐인데, 사실 서예는 초 대가의 작품이 옥션에 나와도 경매가 안된다. 화랑과 옥션 운영자들이 서구적인 시각에만 젖어있다. 서예는 고답스럽게 기본과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되는데, 서예도 팔리려면 이렇게 하라는 팁을 가르쳐주더라. 위험한 발상이다. 서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고다. 2005년 파리 문화엑스포에 참여했을때 우리나라 한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체감했다.

한성= 지역 중견작가 손부남 선생의 작품이 라마다 호텔에 4억원에 걸리는 것을 보고, 까마득한 후배작가로서 귀감이 됐다. 지역에 천착한 작가가 이뤄낸 쾌거다. 나도 지역에서 작품하면서 ‘데미안 허스트’보다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겼다.

권준=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와보니 가장 이질적인 것이 공모전을 낼 때 수상경력과 전시경력이 점수화 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공모전을 할 경우나 교수 임용때도 작품을 먼저보고, 또 작품을 입증시킬 수 있는 작가의 철학을 우선시한다. 이력이나, 개인전 몇회는 전혀 관심이 없다.

김종= 서예는 좀 더 특수해서 공모전 이력으로 초대작가가 되고, 한마디로 레벨화된다. 난 이런 형식과 절차를 그동안 거부해왔다. 국전이나 대전 등에 한 번도 출품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예작가로서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은 공모전 이력과 수상 경력에 관한 것이다. / 사회·정리=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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