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사람’만을 위한 거대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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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사람’만을 위한 거대한 정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4.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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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과 집기 모두 20년전 것” 주장

20년만에 빗장을 푼 청남대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었다. 55만평에 달하는 대통령별장은 잘 가꿔진 자연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자라고 있는 자연은 산책로 사이사이로 보이는 대청호의 시원한 호수와 곁들여져 매우 아름다웠다. 50만평이 넘는 공간과 경비대 병력 250명에 관리요원 30명이 한 사람의 통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곳이 얼마나 넓은지는 걸어서 2시간 걸린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王’자형의 청남대
지난 10일 충남북 기자단 80여명은 청남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오는 18일 대통령이 개방 행사에 참석하는 관계로 입장하기까지는 아직도 까다로웠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본관 내부도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은 그대로 남겨둬야 했다. 개방행사에 참석한 노 대통령이 이 곳에서 1박 하기 때문에 숙소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청남대 측 설명이었다.


경비대장이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한 청남대는 ‘王’자 지형을 갖추고 있었다. 별장을 지을 때 세세하게 신경썼다는 반증이다. 문의면에는 “원효대사가 문의를 보고 1000년 뒤 호수가 생기고 이 일대가 임금이 머무는 나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실제 청남대는 ‘王’자 형태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대원들이 사용하는 초소에 들어가자 경비대장은 가장 먼저 갖가지 소문이 근거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골프장이 6홀이니 9홀이니 하지만 1홀 밖에 안된다. 또 수도꼭지와 욕조를 금으로 만들고 지하에 수족관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집기는 모두 5공화국 때 것이어서 20년이나 됐고, 수족관 이야기는 지하를 대피목적으로 깊게 파다보니 와전된 것 같다”며 “우리는 사회복지시설인 에덴원, 은혜의 집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불우이웃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이 지역주민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달라고 요구했다.

문의주민, 노대통령에게 감사 표시
그리고 설명을 맡은 한 관계자는 청남대를 사용한 역대 대통령을 ‘꼭 집어’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듯 곧잘 주어를 생략했다. 예를 들어 청남대에 오는 방법은 자동차와 헬기 두 가지인데 나이 드신 분은 자동차를, 젊은 분은 헬기를 애용했다 같은 식의 표현을 잘했다. 경비대 초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인부들이 돌을 쌓고 있었는데 이것은 청남대를 개방해준 노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뜻으로 문의면 주민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주민 5800명의 숫자대로 돌을 쌓은 뒤 32개 마을 이름을 넣은 기념물로 만든다는 것.


양어장에서는 잉어와 붕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주변에는 창포와 부채꽃 등의 정화식물이 있고 안에는 수련꽃이 있었다. 75X45m의 양어장에는 고기가 상당히 많았다. 여기에는 잡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렇다는 해석이 곧바로 날아왔다. 본관은 제1, 제2문을 들어서 다시 3개의 문을 더 지나야 나온다. 816평 규모에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양옥이었다.


경비대측은 “지하에는 당구장과 탁구장, 목욕탕을 갖춘 편의시설이 있고 1층에는 접견장, 회의장, 그리고 2층에는 침실과 서재 등이 있다. 20년전에 지어진 건물이고 비품도 20년된 것들이다. 그래서 소박하다. 이 곳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때도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 보여주지 않아 얼마나 소박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한쪽에는 어린이놀이터가 있었는데 아이들을 좋아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라고 했다. YS는 손자·손녀를 데려와 이 곳에서 놀고 어린이날 행사도 이 곳에서 했다고 말했다.

YS위해 조깅코스, 비오면 도로정비
본관 뒤쪽에는 다리가 불편했던 DJ가 올라가기 쉽도록 별도의 난간을 설치한 것이 보였다. 뒷마당에는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고, 대청호의 너른 호수가 나무들 사이로 나타났다. 헬기와 자동차 전용도로에 문제가 생겨 대통령이 이동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대청댐 선착장을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 경비대측의 말이었다.


수영장을 지나면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황톳길과 마사토길로 돼있고 주변에는 고사리, 취나물, 삼지구엽초, 꿩의 비름, 어성초 등 토종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작은 연못에서 초가집 모양의 정자가 있는 곳까지는 YS의 조깅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도로라는 것이다. 조깅을 좋아했던 YS는 청남대에 와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는 것. 그러나 이런 대통령을 모시느라 아랫사람은 힘들었을 것이다. 비가 오면 조깅코스에 천막을 깔고 나중에 천막을 걷은 뒤 도로를 정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 곳에는 천막이 놓여 있었다. 대통령의 ‘취미’를 위해 이 정도까지 배려해야 했는가 하는 부분에서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못을 지나 조금 오르면 청남대 동남쪽 끝부분에 초가정이 나온다. 거기에는 농기구를 진열한 초가와 방아, 토끼장 같은 토속적인 것들이 놓여 있었다. 초가정에 앉으면 너른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도 추울 정도로 바람이 센데 DJ가 이 곳을 가장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청남대 구상’이 이런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군출신의 전·노대통령은 대체로 스포츠를 좋아한데 반해 DJ는 산책하거나 사색하는 것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청호에는 봄을 맞이한다는 뜻의 대통령 전용 배 영춘호 1호와 경호용으로 쓰이는 2호가 덮개를 쓰고 있었다. 한 때는 대통령만이 탔으나 청남대가 국민들 것이 된 만큼 새 주인을 기다리듯 배도 텅 비어 있었다. 골프장도 듣던 것 만큼 크지는 않았다. 골프장을 중심으로 사과·감·살구 등의 유실수가 있었고 연못에는 모래무지와 버들치 같은 토속 물고기가 놀고 있었다. 다시 들른 경비대 초소에는 “나는 대통령 경호실에 근무하게 된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며…”등의 결의문이 쓰여 있었다. 한 경호원에게 이런데서 근무하면 좋겠다고 말을 건네자 “이제 나가야 되는데요 뭘…”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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