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내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불만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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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내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불만고조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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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격층운행, 실효성 적고 주민 불편만 야기한다”
제천시가 지난 2월 20일부터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청사 내 엘리베이터의 격층 운행(본지 3월 14일자 보도)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적고 부작용만 커 민원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 유공자로 한 쪽 다리를 의족에 의존하고 있는 이모 씨는 “민원 관계로 4층을 자주 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3, 5층 등 홀수층에만 서는 바람에 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후 다시 4층으로 걸어 내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장애인과 노약자의 경우 층간 이동시 엘리베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조금 덜 불편하게 2, 4층을 방문하려면 먼저 엘리베이터로 3, 5층을 경유한 뒤 계단을 통해 한 층씩을 내려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달 본지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던 지체 장애 1급 김모 씨(35)도 “공무원직장협의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컴퓨터 교육장 등 시의 일반 사무와는 거리가 있는 유관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는 5층을 운행층에 포함시키고 사람의 출입이 잦은 4층을 배제한 것이 과연 에너지 절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한 달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의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비뚤어진 오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제천시가 진정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엘리베이터 홀수 운행을 시행했다면 청사 내 각종 조명 기구와 난방 기구의 사용에 있어서도 동일한 수준의 절감 조치가 취해져야 했다”며 생색내기를 위한 탁상 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제천시 측은 엘리베이터 홀수층 운행은 이라크전 개전을 전후해 발생한 유가 인상, 달러화 상승 등 에너지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국가적 에너지 절약 시책의 일환이라고 맞서고 있다. 담당 부서 관계자는 “장애인 등이 2층이나 4층으로의 엘리베이터 가동을 요구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동승해 해당 층을 운행해 주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휠체어로 이동해야 할 만큼 지체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게만 해당할 뿐이어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장애인과 노약자에게만 개방하고 청사 내 공무원과 일반인들은 계단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처럼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보다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 침해라는 부작용만 키우고 있음에도 담당 부서는 이와 관련한 자체 판단을 유보한 채 기획 부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시 회계과 관계자는 “당초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투자통상실에서 결정한 일인 만큼 투자통상실의 새로운 지침이 하달되기 전까지는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을 해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천시는 28일 도지사가 시를 방문하자 이날에 한해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을 해제한 것으로 드러나 시가 주민 편익보다는 대외적 생색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장애인 이 씨는 “제천시가 실제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을 시행하고 있다면 오히려 도지사가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평소대로 홀수층만 운행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이어 “장애인들의 손발을 묶는 엘리베이터 홀수층 운행을 강행하면서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각오라면 공무원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자가용 출퇴근을 금지하는 등 가시적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관계 공무원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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